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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

by 고대현

도심의 어느 식당 - 상품에 걸맞는 금전을 지불하고 자유자재로 메뉴 따위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방이 부여하는 곳 - 나는 기호에 맞는 음식들을 골라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으로 보이는 대상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며 행위만 시전한다. 이후 상대방의 능숙하게 보이는 행위 /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다. 나는 이 곳에서 메뉴를 기호대로 선택을 할 수 없었으며 금전을 정당한 방식으로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벗어날 수 밖에는 없었다.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게 보였으나 나는 이 곳에서 촌극의 시간도 머무를 수 없었다. 그럴만한 자격이 없었다. 상대측은 내게 그렇게 의사를 전달했다. 나는 납득이 어려웠지만 거칠게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저열한 복수의 방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증오는 깊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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