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들의 길(我们的路)(7)

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by 탐구와 발언

  고향 집에 돌아 온 후 첫날 아침에 옹심이(汤圆)를 먹었다. 이것은 새해에 라오쥔산(老君山)에서 먹는 가장 귀한 음식중 하나이다. 딸아이는 내가 먹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척 하면서 짐짓 특별히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먹었다. 나의 그릇이 금방 비자 딸 아이가 바로 구멍낸 바가지로 옹심이 알 몇 개를 떠서 담아 주었다.

  아내가 질투하듯이 말했다. “딸은 키워봐야 모두 아빠만 좋은 거야. 내가 한손으론 오줌을, 또 한손으론 똥을 치우고 갈며 다섯살까지 키웠지만, 이 애가 나에겐 밥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어…”

  딸아이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지 엄마 그릇에도 옹심이알 몇 개를 떠 넣어 주었다. 아내가 웃었다. 그런데 웃는 얼굴의 그 눈에 눈물이 비쳤다.

   다시 마음이 아팠다. 내가 외지에서 홀로 힘든 노동과 굴욕을 당하던 그 시기에, 집을 지키고 있던 가족들도 결코 나보다 잘 지내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딸아이가 그랬다. 아이의 생명중에 결여된 부분을 어른들은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

  밥을 먹고 난 후, 아내는 감자를 심으러 가야한다고 했다. 라오쥔산(老君山)의 기후를 고려하면, 감자 파종은 연말 이전에 했어야 했는 데, 젊은이들이 잇따라 마을에서 사라진 후, 어떤 농사일도 모두 미뤄졌다. 이렇게 되어 제때를 놓친 양식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일손 부족 때문에 심지어 춘절 설날에도 언덕에 올라가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마을엔 설 같은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아내가 헛간으로 가서 똥물과 땔나무 재를 섞은 후 지게에 실으며 딸아이에게 말했다. “너는 아빠랑 같이 집에 있어. 엄마는 이거 뽕나무 밭에 주고 바로 돌아올게.”

똥물과 섞은 재는 매우 무거웠다. 아내가 꿇어앉아서 광주리를 등에 지려고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이마에 땀을 흘렸다. 아내의 류머티즘은 주로 다리에 있다. 이 등광주리 가득 재거름을 지고 재와 언덕을 오르내리며 밭까지 메고 가려면, 몇 번이나 숨을 고르며 가야 할까?


아내가 나간 후 딸을 품에 안았다.

  딸아이가 입을 벌리고 울었다. 매우 격하게 울었다. 이 애가 왜 우는가? 이 애는 어릴 때 나를 본 적은 있으나, 그때는 너무 어려서 사람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까지 자기 아빠를 한번도 못본 것과 같은 것이다.

농민공

  나는 말없이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작은 몸이 내 품안에서 떨고 있었다. 찬바람 속의 나뭇잎 같았다. 이 아이는 아직 자라지 않은 나뭇잎이다. 나와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나무가지이다. 내가 이 아이를 꽉 잡아 안고, 잘 먹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잠시 후, 집앞의 공터에서 어린 아이들이 딸 아이를 불렀다. 딸아이가 급하게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았고 내품에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아이가 눈물을 닦는 동작이 내 마음을 시큼하게 했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인 데 감정을 숨길줄 아는 것이다.

  꼬마친구들이 다시 불렀으나, 아이는 여전히 대응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너를 부르잖아, 대답해 줘야지”


아이는 내키지 않아 하면서 나의 품에서 나갔다.

  나는 내가 들고온 면가방 안에서 사탕을 한 웅큼 꺼내고 말했다.

“아빠가 너 주려고 사온 거다. 친구들과 나눠먹어라.”

  아이 옷에 달린 작은 호주머니에 넣어주자, 아이는 문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2분도 안되서 딸아이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말했다. “인화야, 너는 집에서 친구들과 놀아라. 아빠는 산에 가서 땔나무를 베어올께.”

  인화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나더러 아빠랑 같이 놀라고 했어. 아빠가 나무하러 가면 나도 같이 갈거야.”


집밖에는 이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북풍이 친링(秦岭)산맥과 따바산(大巴山)을 넘어와서 천둥처럼 이쪽 산으로 불어온다. 안개가 낄 때는 만물은 정지되나, 안개가 후퇴하기 시작하면, 그 바람은 사람을 베는 채찍을 휘두르며 안개를 산 저편으로 몰아내고, 눈 내린 후의 땅을 건조하고 단단하게 다진다. 딸아이는 아직도 콧물을 흘리고 있다. 감기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밖에 나가서 몇시간 넘게 바람을 쐬게해선 안된다.

  내가 말했다. “인화야 안심해, 아빠는 이제 일하러 멀리 가지 않을 거다. 아빠는 오늘부터 계속 너랑 같이 있을거다!”

  딸아이가 못믿겠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나는 몸을 구부리고 아이의 작은 얼굴을 받쳐들고 말했다.

“아빠 말 정말이야.”

  나는 마음 속으로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아빠는 굶어죽더라도, 고향에서 굶어죽을 것이다. 다시는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딸아이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정말?”

  “그럼, 손가락 걸고 약속!”

   손가락을 걸고 나서, 아이는 안심하고, 꼬마친구들을 찾아 나갔다.


나는 뒷문으로 나왔다. 이쪽 대나무숲 속에는 산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이 있다. 이 도랑을 따라가면 땔감 나무하는 라오쥔산(老君山)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바람이 이미 짙은 안개를 멀리 쫒아버렸고, 부채꼴 모양의 라오쥔산의 윤곽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바람은 스스로 지쳐서 숲속에서 휭휭 소리를 내고 있었다. 태양은 나타나지 않았고, 회백색의 하늘이 낮게 깔린 게, 마치 하늘 전체가 저 멀리 보이는 소나무 몇 그루에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지게와 낫을 내려 놓고, 땔나무 산의 모퉁이에 서서 멀리 바라보았다.

  촌락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시커먼 기와등 위에 아직 남아있는 흰눈이 녹고 있었다. 들판은 우울하고 적막했다. 일손이 부족해서 많은 밭들이 모두 버려져 있었다. 밭 안에는 사람 키만한 풀과 들쑥이 빽빽히 자라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말없이 척박한 땅위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들은 모두 노인이거나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부녀자, 그리고 10여세의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들의 동작은 매우 느렸고, 마치 땅위에 새겨진 상처같이 보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고향이다.

  라오쥔산(老君山) 외의 농촌 풍경도 대체로 이렇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이처럼 농촌에 남아있는 노인, 부녀자,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방대한 중국의 농업을 지탱하고 있다.

   건장한 자들은 대부분 타향 도시로 갔다. 만일 촌에서 한 노인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면, 인근 수개의 촌을 다 뒤져도 상여를 짊어질 수 있는 젊은 남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슬픔은 땅이나 노인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어린아이로부터 온다. 어떤 집은 결혼한 직후에 부부가 함께 집을 떠나 일하러 간다. 외지에서 임신하고 뱃속의 애가 거의 아랫배로 떨어지려고 할 때쯤에서야 산모는 황망하게 고향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그 아이를 노인에게 떠맡기고 다시 떠난다. 노인중에는 이미 너무 늙어서 기력이 없는 이도 있고, 또 밭일과 돼지와 소를 먹이느라 바빠서,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제대로 보살펴주기가 어렵다. 여기서 자주 비극이 발생한다.

내가 떠나기 전에도 마을에서만 아이 셋이 죽었다. 둘은 연못에 빠져 죽고, 한 명은 거의 30여미터(十丈)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내가 말하길, 얼마 전에는 동쪽 공터의 장 아주머니(张大娘)의 손녀가 똥통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건져 올린 후, 정신이 나간 장 아주머니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서 똥물을 마셨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잡아 일으키려 했으나, 옷이 찢어질 정도로 당겨도 안되서, 결국 한 사람은 머리채를 잡고 또 한 사람은 발을 들어 잡고, 강제로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나는 낫을 들고 숲안으로 들어섰다. 큰 산속의 겨울은 한 걸음 위로 올라갈수록 한 겹씩 더 추워진다. 밭두렁 아래 논밭의 눈은 이미 드문드문 흩어진 솜뭉치 같았지만, 이 숲 속의 눈덩어리는 마치 하얀 큰 새가 소나무 더미 위에서 쉬고 있는 것 같았다. 땅 위에 두껍게 깔려 있는 황금빛 떡갈나무잎은 눈이 녹은 물에 젖고 산바람에 불어서, 밟으면 축축하면서도 문들거렸다.

숲에 들어선 후 외부와 차단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꺾고 꿇어 앉았다. 타향의 도시 건축공사장에서 사장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는 등뼈가 부러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나의 등뼈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이다. 장엄한 고요함 속에서 나는 고향의 천상의 소리를 들었다. 이것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소리이다. 풍요롭고 달콤한 젖의 향기가 가득 차 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들은 모두 물로 만들어진다. 고향이 바로 나의 물과 젖의 땅이다. 고향은 이토록 우울하지만, 또한 기적처럼 나에게 존엄과 자유를 준다. 문득 또 다시 저우밍위(邹明玉)라는 그 산시(陕西) 여인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사람이란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내게 되어 있다. 먼 곳 타향에 있는 세상에서 너를 공평하게 대해주고 싶어하지 않는데, 대대손손 살아온 조상의 마을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건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낫을 들고 굵고 단단한 떡갈나무(青冈树)를 베려고 내리쳤다.

  나무 가루와 나무 위의 눈 먼지와 물방울이 함께 날아 올랐다. 이런 늙은 나무를 베어내고 음력 2-3월이 되면 옅은 노랑색 새가지가 큰 산을 봄기운으로 물들이고 새로운 기운이 왕성해질 것이다.

  춘매가 언제 내 옆으로 왔는지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팔뚝이 아프고 저려서 잠시 쉬려고, 낙엽이 쌓인 땅바닥에 앉아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려 하던 참에 춘매를 보았다.

  그녀는 등에 묶는 띠로 아이를 등에 묶어 업고 밖에 면으로 된 바람막이 망토를 덮고, 아이의 머리에는 수건 같은 것을 둘러놓았다. 아이는 잠든 것 같았다. 춘매의 이런 모습은 비록 광저우역에서만큼 눈을 찌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나를 슬프게 했다. 춘매 자신도 아직 아이 아닌가! 춘매의 얼굴은 매우 여위었고, 피부가 매우 얇았다. 마치 이마 주위에 흐릿하게 가득 모여있던 정맥혈관들이 피부 바깥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이 드러나 있었다. 춘매는 추워서인지 아니면 긴장해서인지 계속 코를 훌쩍거렸다.

  “따바오 오빠”

  춘매가 이렇게 한번 부르고 나서는 아무 말이 없다.

  내가 말했다. “춘매야, 오는 길에 별 일 없었니?”

  “응, 잘 왔어…… 오빠는 어떻게 설이 지난 후에 돌아올 생각을 했어?”

  나는 담뱃불을 붙이고, 생각에 잠긴 체 말했다.

“하기 싫어서

  춘매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나의 머리카락 속의 낙엽 몇 개를 떼어 주고, 다시 말없이 서있다.

  나는 앉은 자리 주변에서 상대적으로 마른 낙엽들을 모은 후 그녀에게 앉으라 권했다.

  “앉을 수 없어, 앉으면 아이가 바로 깰거야, 깨면 울고, 울기 시작하면 달래기 힘들어”

  잠시 말을 멈춘 후, 춘매가 내게 물었다, “우리 아빠가 아침에 오빠를 찾아갔었지……”

  춘매의 말을 끊고 내가 말했다. “그때 나는 자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네 아버지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니?”

  춘매가 한숨 돌린 듯 했다. “아빠가 집에 와서 말이 없어. 약간 의심하는 거 같아”

  “너의 부모에게 어떻게 말했니?”

  춘매가 피곤한 눈꺼풀을 열고 나를 바라 보았다. 그 눈은 매우 아름다웠다. 쌍거풀이 넓고 깊었다. 만일에 요 몇 달간 심하게 야위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얼굴도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나무와 돌들도, 그 눈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춘매가 말했다. “밖에서 결혼했다고 했어. 매우 돈많은 남자라고 했어”

  “그 말을 너의 부모가 믿어?”

  “왜 안믿어, 어쨌건 우리 이 산촌 사람중 결혼한 후에 수속을 밟은 사람 없잖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만일에 정말로 그렇다면, 니가 결혼할 때 겨우 15살이었잖아”

  “그들은 상관 안해!”

  잠시 망설이다 내가 물었다. “니 부모는 뭐라 했어?”

“기뻐했어!”

춘매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웃음기가 보였다.

“내가 이 나이에 밖에 나가 일한 게, 그들의 아들 학비를 벌어주기 위해서잖아. 돈 많은 사람과 결혼했다는 데 그들이 기뻐하지 않겠어?”

  춘매에게는 언니와 오빠가 하나씩 있고, 언니는 이미 결혼했고, 오빠 춘이가 제일 위 장남이다. 학교 공부는 춘매가 제일 잘했고 춘이가 가장 못했다. 춘매는 자주 반에서 일등을 했을 뿐만 아니고 진(镇) 전체에서도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춘이는 처음부터 바닥이었다. 소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몇 번을 낙제했는 지 모른다. 올해는 포함하지 않더라도 대학입시 수능시험에 6번이나 응시했다. 즉, 고3만 6년을 공부한 것이다. 그래도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바로 정통 후손이라 여기고, 전심전력으로 배양하면 아들이 꼭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딸은, 밖에 나가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 배우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춘매의 언니는 소학교만 마쳤고, 춘매는 중학 2년 반학기 마치고 중퇴하고, 집에서 1년간 농사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계속 되풀이되는 요구와 압력에 의해 돈벌러 광동으로 갔던 것이다.

  춘매 아버지는 석공이다. 사방 수십리의 산속에서 어느 곳이건 일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서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50여세이다. 허리가 휘고 끊어질 정도로 고단하게 일을 해도 몇 푼 벌기가 쉽지 않다. 현재 학비는 홍수기의 강물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아들에게 들어가는 거대한 지출을 지탱할 수 없었기에 오직 아직 시집가지 않은 춘매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춘매는 내가 아직 베어내지 못한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에 있는 다른 산을 바라보았다. 그 산은 라오쥔산(老君山)보다 더 크고 높고 적막했고, 굳센 바위 절벽이 구름 하늘 위로 솓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기뻐한 건 잠시뿐이었어”

춘매가 마치 모였다 다시 흩어지고 있는 그 먼 산의 희뿌연 안개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내가 한푼도 지니지 않은 체 돌아왔다는 것을 안 후에는 그들의 얼굴색이 바로 바뀌었어. 본래 아버지는 춘이 오빠를 불러서 나에게 옹심이(汤圆)를 만들어 주라고 했었어. 내가 오빠를 위해 밖에서 고생했다고. 그러나 내가 돈을 갖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바로 오빠에게 다시 방으로 가서 공부하라고 했어.

그러나 오빠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나에게 옹심이를 만들어 주었어. 오빠는 나 때문에 매우 마음 아파했어. 내가 아이를 업고 돌아온 것을 보자 오빠의 얼굴 살이 마치 경련을 일으키듯이 떨리더라구. 아버지가 오빠 앞에 와서 큰소리로 꾸짖었어. 이제 몇 달 후면 시험을 봐야 하는 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 데 아직도 급한 줄 모른다는 거야! 오빠가 들고 있던 옹심이를 땅바닥에 던지고 아버지를 똑바로 보고 말했어. ‘나 공부 안하면 안돼요? 시험 안보면 안돼요?’하고. 아버지는 즉시 담뱃대 머리로 오빠의 어깨를 때렸어.”

  잠깐 말을 멈춘 후, 춘매가 다시 말했다.

“요 며칠간, 우리집은 마치 묘지같아.”

  나는 춘매에게, 열차 안에서 밥과 물을 사먹을 돈이 있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결국 물어보지 못했다.

  춘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빠 엄마는 처음엔 내가 결혼한 그 남자가 돈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거라 생각하는 듯 했으나, 곧 내가 정말로 결혼을 한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어.”

  나는 춘매를 마땅히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 지 몰라서 이미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춘매야, 너는 그 이발소에서 일 잘했잖아, 그런데 왜 하필 그런 하늘 아래 다시 없을 불량한 놈을 따라 갔어? 그놈에게 너 이전에도 여자가 둘이나 있었잖아! 너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으면서 왜 받아들인 거야? …… 니가 애를 낳기 전에 그 놈이 너를 버렸는 데 너는 왜 아이를 낳았어?”

  춘매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왼손 손가락으로 오른 손 엄지를 잡았다.

“오빠, 그런 말 하지마…… 나 그 이발소에서…… 그런 일도 했어…… 안 그랬다면, 한달에 400위안 받는 데, 방세 내고 밥 먹고, 집에 부칠 돈이 어디에 있겠어. 나는 일찌감치 사람이 아니었어. 그래서 그렇게 많은 남자들에게 짓밟히느니, 한 사람과 같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가 그런 사람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는 그 이발소에 모두 3번 왔는 데, 세번 모두 나를 원했어. 세번째에 왔을 때 그가 자기와 같이 가자고 했어. 자기와 함께 가면 매달 2000위안을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그를 따라 갔어. 결과는 반년 넘는 기간 동안 그는 나에게 오직 두벌의 옷만 사주었고 한 푼도 준 적이 없어. 열차표를 산 돈은 그 전에 내가 모아둔 거야. 나는 원래 돌아올 면목이 없었어. 그러나 돌아와서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언니를 한번 보지 못한다면 계속 살 수 없을 것 같았어. 더 말하자면, 이 애를 데리고 외지에서 떠돌면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이곳에 오면, 최소한 집은 있잖아, 최소한 먹을 밥 한 그릇은 있잖아……”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춘매야, 그 앞의 일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겠다. 너는 모두 너의 집을 위해서 희생한 거다. 니 오빠를 위해서, 그러나 천번 만번 절대로 애를 낫지는 말았어야 했다.”

돌연 춘매가 웅크리고 앉았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 피부를 쥐어 뜯었다.

“오빠는 몰라, 내가 몇 번이나 이 아이를 죽이려 했었는 지, 목졸라 죽여버리고 끝내자! 죽이자, 죽이자! ……”

이때 등에 업힌 아이가, 자신의 위험을 알아챘다는 듯이 아무런 예고조차 없이 울기 시작했다.

춘매가 얼굴을 덮고 있던 두 손을 내렸다. 눈알은 충혈되었으나 눈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아이는 계속 울었다. 울음소리도 이상했다. 본능에서 나오는 소리 같지도 않고, 불편해서 우는 소리도 아니고, 매우 슬프게 또 감동적인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춘매가 몸을 일으켜 선후, 처연하게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따바오 오빠, 일 보세요. 나는 집에 가서 애에게 젖 먹일께. 여기는 바람이 차서 포대기를 풀지 못하겠어.”

말을 마치고 춘매는 떠났다. 몸에 아이를 업고 있었음에도, 뒷모습이 그림자까지도 매우 깡말랐다.

나는 춘매가 꽤 멀리 간 후에도, “오오, 아가, 오오” 하며 아이를 달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들의 길(我们的路)(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