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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길(我们的路)(6)

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by 탐구와 발언

다음 날 날씨는 유난히 좋았고, 햇빛이 내리쬐었다. 공장 건물 부근에 있는 철로 양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우리는 아침밥을 먹고 그 철로 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일한지 반년이 넘었는 데도 피차 간에 별 말을 나눠보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말을 할 줄 모른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말들을 많이 했다. 대부분 집에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피부가 거무튀튀한 그 여자의 입가에 그날 처음으로 흰 거품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산시(陕西) 사람이고, 저우밍위(邹明玉)라 하고, 10년 전에 이혼했다고 했다. 이어서 이혼 이야기는 건너뛰고, 행복한 표정으로 아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할 때 한마디 말하고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고서 그녀가 집 떠나 온 후 수년간 석재를 갈아왔고, 이미 진폐증에 걸린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중이었고, 성적이 매우 좋았다. 그녀가 외지에 와서 일하는 것은 아들의 학비를 벌어서, 장래 아들을 대학 공부까지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들이 대학에서 공부한 후, 도시에서 출근하게 되면, 정정당당한 도시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누구도 내 아들을 꿇어 앉히지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자,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다. 태양 아래 자유로운 새때 한 무리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저우밍위(邹明玉)의 말은 나에게 무한한 서글픔을 불러 일으켰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모른다. 나도 고중 시절에 성적이 우수했고, 괜찮은 점수로 대학에 합격했었다. 서남사범대학(西南师范大学) 중문과 합격통지서를 받았었다. 오직 집이 너무 가난해서 갈 수가 없었다. 나의 대학 진학 포기는 수년간 앓아온 아버지의 간병을 급속하게 악화시켜서 통한을 품고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도 이상한 병에 걸리셨다. 온몸의 뼈가 물에 불린 국수가락처럼 부들부들해져서 안아 일으키지도 못했고, 3년간 침대에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숨을 그친 후, 눈을 뜨고 있었고, 각종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그 눈을 감겨드리지 못했다.

  점심식사 시간에 우리는 다시 공장으로 갔다.

  공장내 식당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나, 그 안은 썰렁하고 단 한 사람도 안보였다.

  밥짓는 큰 가마솥 조차 보이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한 대 맞은 듯한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장이 도망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낡은 공장 건물과 우리들 바보 무리를 내버리고 도망가버린 것이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배를 움켜 쥐며 주저 앉았다. 배가 아파서가 아니고, 가슴이 찢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한줄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신고하러 갔다. 사장 이름이 황파진(黄发金)이라 들었고, 40여세, 광동말을 쓰고, 단, 그가 어디에 사는 지는 확실히 몰랐다. 파출소에서 자료를 뽑아보니, 그 지구에 황파진(黄发金)이란 이름이 모두 8명인 데, 한명은 여자고, 다섯 명은 60세가 넘었고, 나머지 두명은 어린아이였다.

  우리는 파출소 문 앞에서 섣달 그믐날까지 기다렸으나 아무 수확도 없었다. 인민경찰이 우리에게 기다릴 필요없고, 우리들이 각자 집주소를 남겨 놓으면 결과가 나오는 데로 통지해 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4년이 지났지만, 우리집의 아내는 그 일을 알지도 못한다. 보아하니 그 건은 이미 글렀다.

농민공

우리가 헤어지던 그 섣달 그믐날, 우리는 서로 간에 한 마디 작별 인사도, 한 마디 새해 축복이나 덕담도 없이, 오직 한명은 해를 등지고, 또 한명은 해를 보면서 또 다른 낮선 땅을 향해 떠났다.

  저우밍위(邹明玉), 그녀가 떠나던 때에, 가슴 사이와 목구멍에서 침울한 탄식 소리를 냈고, 코와 입술을 마치 도살 대기중인 소처럼 벌리고 있었다. 그녀 몸안의 울부짖는 소리와 새해의 폭죽소리가 만나서 빛을 뿜고 있었다……


그해 새해에, 나는 타향의 도시의 대로와 골목을 유랑하면서 구걸하며 살았다. 다시 꽤 긴 시간을 지내고, 현재의 건설현장 사장을 만났다. 현재의 사장은 비록 나의 노임을 깎기는 했지만, 그는 나에게 무릎 꿇으라 하지는 않는다. 그는 만나기 힘든 매우 좋은 사람이다. 나는 정말로 그에게 과하고 사치스러운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두손이 나의 얼굴을 더듬고 있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 아내와 딸이 침대머리에 서있는 게 보였다.

  딸아이는 내가 눈을 뜨자 즉시 손을 움추리고 가져갔고, 눈썹 사이로 부끄러운 빛이 보였다.

  아내가 애처롭게 나를 보며 말했다.

“어째서 울어?”

  나는 아직 악몽에서 완전하게 깨어나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나의 집이라는 걸 알았다. 거대한 안전감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또 다른 생활을 아내가 알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활은 당사자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필히 견뎌내야 하지만, 나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고통이다.

이전에 도시에서 일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남녀 막론하고 모두 말하기를, 도시인들이 자기들에게 어떻게 친절하게 잘 대해줬고, 자기가 도시에서 얼마나 잘 지냈는 지를 증명하기 위해, 어떤 남자는 양복을 입고, 여자는 귀에 5위안 정도를 주고 산 구리 링(그녀들은 이것을 귀걸이라고 불렀다.)을 달았었다.

이전에는 그런 것을 허영이라 여겼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절대로 단순한 허영이 아니고 또한 자신과 사람들을 속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집을 지키고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나는 아내와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울지 않았다. 아주 잘 잤다. 울다니?”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너 울었어, 얼굴에 아직도 눈물이 있어.”

  아빠라 부른 딸의 귓뿌리가 빨개졌다.

  따뜻하고 행복한 기가 내 몸에 흘렀다. 나는 딸에게 익살스런 얼굴을 지어 보였다.

“인화야, 아빠 이것은 눈물이 아니야, 땀이야.”

  부엌에서 푸소리가 났다. 닭이 부뚜막으로 올라서 있었다. 아내가 딸아이에게 나가서 닭을 밖으로 쫒아내라 했다.

  딸 아이가 자기 키의 절반쯤 되는 문지방을 넘어 가자, 아내가 나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

“당신 정말로 울었어. 엉엉엉 소리까지 내면서…”

아내의 콧숨에서 뜨거운 기운이 풍겨 나왔다. 모종의 풀 향기를 머금고. 나는 한 팔로 그녀의 목을 감싸 안고, 그녀의 얼굴에 혀를 대며 살짝 물었다. 아내가 나를 가볍게 밀어내면서 말했다.

“애가 아직 밖에 있잖아. 밤에 봐, 밤에……'

  나는 아내를 놓아주었다. 아내가 다시 나에게 왜 울었냐고 물었다. 내가 말했다.

“당신과 인화 생각하며 울었다.”

  아빠가 돌아오자, 딸아이의 7-8일된 감기가 돌연 나은 것 같았다. 아이가 긴 나무 걸상에 올라서서 벽에 높게 달린 선반 수납장에서 밥그릇과 젓가락을 꺼내고 밥을 담은 후 아빠, 엄마에게 밥먹으라고 외쳤다.

  아내가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저 년, 당신이 자고 있는 동안에 공터 아래 위로 다 돌면서 사람만 보면 우리 아빠 돌아왔다고 말하고 다녔어.”

  내 코가 시큰해졌다.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으면서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내가 말했다.

“춘매 아버지가 왔었어.”

  가슴이 철렁했다. 한잠 자고 일어나니 피로도 풀리고 초췌한 몰골도 나아져서 사람들을 만나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춘매의 부모는 다르다. 춘매가 광동에 가기 전에 춘매아버지가 특별히 나에게 그녀를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보냈었다. 춘매는 포산(佛山)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공사현장으로 나를 찾아왔었고, 내가 춘매를 데리고 일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후에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도대체 춘매 아버지, 그네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한단 말인가?

  아내가 미간을 찌푸린 나를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춘매의 그 아이는 어찌된 일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의로 화제를 돌렸다.

“일하러 마을을 떠난 사람중 올해 몇 명이나 돌아왔어?”

  “당신과 춘매뿐이야”

  아내는 여전히 춘매에 대해 묻고 싶어했으나, 딸아이가 다시 큰소리로 밥먹으러 오라고 재촉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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