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에 인사 드리고 올라갈 시간이 될 것 같긴 한데 잠시 망설이다 망탑봉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가늠하긴 어려워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천 년의 겨울을 지낸 은행나무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드렸다. 길게 늘어진 가지가 땅에 다시금 뿌리를 내려 곁에 선 줄기마저 위용이 당당하다. 새벽 안개가 감싸고 있는 상서로운 기운을 담고자 휴대폰을 꺼내 몇 컷을 찍었다.
경배하는 마음보다 지인들에게 이 멋진 풍경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서둘러 일주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대장님의 '여기 미끄러우니까 조심해'라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만 '꽈당'하며 넘어졌다.
둔탁하게 껴입은 옷 속의 허리나 엉덩이는 괜찮았지만, 왼쪽 손목이 비정상적으로 아프다. 이대로 망탑봉까지 향해야 하나,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한 해의 시작을 병원에서 시간보낼 수 없지 않은가. 팔을 세워 손목을 받쳐보니 견딜만큼의 고통이다.
걸어보자. 가보자. 정확한 상태를 몰라 안절부절하는 대장님에게 짐이 될 순 없지.
거침없던 발걸음은 한발 한발 땀이밸 정도로 느려졌지만 내겐 오른손이 있고 세심한 대장님이 앞장 서 있다. 어둠을 뚫고 산길을 더듬어 한 20분을 올랐을까. 망탑봉에는 인기척이 없다.
상어바위, 굽은 소나무, 망탑봉,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만 서 있다. 식은땀이 흐른다.
마음을 바라보았다. 선머슴같이 살아온 50여 년이긴 하지만 이토록 아프게 넘어져보긴 처음이다. 예기치 않은 일들은 언제고 생겨나기 마련이라, 오른손이 아니길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전 엄마는 오른손목이 부러져 입원하셨는데 모녀간에 이 무슨 일이던가. 혹시 내가 쓴 글귀의 기운 때문인가. 그렇다면 남은 생은 어떤 태도로 어떻게 말하고 쓰며 살 것인가. 바람대로 이루어가진 못할지라도 마음을 먹어 보자. 비추어보면 위태로운 길에 섰을 때라야 맹목적일 수 있었지. 이러한 전투력으로 한 해를 또 잘 살아봐야지, 다래야!식은땀과 고통으로 차가워진 몸이 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