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가보자
병은 널리 알리라고,
지인들을 총동원해 빠르게 수술과 입원이 가능한 전문병원을 알아보았다. 공통적으로 읍내 병원은 비추였다. 대전에 있는 관절전문병원에서 수술받기로 최종 결정했다.
5년 만의 수술이다. 전신마취만은 안하길 바라는 대장님의 바람대로 겨드랑이에 마취제와 수면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흡사 수술은 공장의 한 라인처럼 빠르게 착착 진행되었다. 간호간병통합병동 입원이라 보호자는 수술부터 입원실 출입까지 일체 출입이 불가능하다 했다.
수술실은 차갑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더라도 수술방 침대는 좁고 차갑게 느껴진다. 따사로운 손길이 그립다. 수술실에 누워있는 동안 천장과 다른 침대를 바라본다. 마취가 잘 안되어 여러차례 마취 정도를 확인하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마취가 된 다음에 수면제로 유지시키는 방법이라 뒤이어 주사기로 수면제가 투여되었다. 늘 불면에 시달려온 탓일까. 수면제 역시 다량으로 투입되어야 했다. 수술 후 입원실로 옮겨 진 나는 빠르게 깨어났다.
입원은 3박 4일이었지만 왼손목을 움직이기엔 어려움이 있어 난생 처음으로 한 달 병가를 냈다. 8주 진단이었지만 2개월 간의 업무공백은 나중에 감당키 어려울 것 같았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때론 탱고리듬으로 때론 클래식리듬으로 유영한다. 강물이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나 역시 한 해의 시작인 1월을 골절수술 환자로서 받은 시간 속에 잘 머물러야 한다.
고요함을 들여다본다. 고요해진 나의 물길을 들여다본다. 쉼없이 흘러가던 강이 기슭에 머무는 동안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본다. 금강에 살리라 다짐한 지 6년이다. 1년 여를 금강 곳곳에 미친듯 차를 세웠다. 겨울햇살이 마당에 머무는 그 따스함이 좋아서 내부도 확인하지 않고 덜컥, 옥천의 강기슭에 터전을 잡은지 5년차다. 어떠한 상실감도 강물을 바라보면 다시 강인한 생명력으로 부활할 것 같았다.
강둑을 서성거리다 보면 어느덧 나는 세찬 여울이 되거나, 강물 위를 나는 새가 되거나, 강물이 비추는 산이 되거나 파란 하늘이 될 수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의 주름처럼 50여 년 삶에서 생겨난 내 깊은 주름들마저 아름답게 안게 되었다. 상처를 받지 않은 척, 쿨한 척하던 '척'들이 어느새 강바람에 날라가고 없었던 거다.
이 기나긴 물줄기를 따라 걸어보리라. 발원지부터 시작하여 금강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강은 더 깊고 고요해지리라.
걸어서 가보자. 좋아한다면 첨부터 끝까지 좋아해야지. 부분만 부여잡고서 좋아한다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거인과도 같은 강, 강에 깃들어 사는 사람을 만나고 나무와 풀, 강돌과 새를 만나보리라. 그리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강과 함께 맞이해보리라. 길 위에서 그리고 강의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