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음에서 오는 아름다움

삶을 머금은 어느 가게 앞에서

by 달보드레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후, 단골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돌연 건너편 가게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신다. 영업 중인지도 몰랐던 어두컴컴한 가게였다. 할아버지는 끼익 소리가 날 것처럼 낡은 청색 철문을 잡아당겨 가게 문을 잠그셨다. 아침 세수를 하듯, 매일 먹는 밥 한 술을 뜨듯 익숙한 손짓으로. 옆 가게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 몇 마디 나누더니, 자전거를 타고 살랑- 옅은 바람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그는 떠났지만,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뭉게뭉게 피어오른 생각들로 부산스럽다. 열댓 번은 온 카페였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음료를 마셨는데, 내 시선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는 가게가 처음 보듯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인간의 얄팍함을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할아버지의 잔상이 남아있는 가게를 한참 바라본다.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간판,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맞이한 듯한 빛바랜 현수막, 처음에는 반짝반짝 빛났을 은색과 잿빛 그 사이 어딘가의 철문. 눈에 잘 띄지 않아 존재조차 몰랐던 이 자그마한 한 칸의 가게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하루의 문을 열고, 또 많은 하루를 닫았을까.

연둣빛 새순이 돋는 계절에도, 물놀이를 갔다 새카맣게 타서 돌아오는 계절에도, 온 거리가 노오란 은행잎으로 물드는 계절에도, 침낭 같은 패딩 안에 쏙 숨어버리는 계절에도 이곳에서 매일을 시작하셨을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떠올리니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그의 뒷모습에서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그의 뒤에는 많은 시절 속 그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평생 같은 시간에 출근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을 그가 한없이 존경스러웠다. 변함없는 성실함과 부지런함, 평생을 지켜온 그 한결같음에는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이끌고 나서는 고된 발걸음, “아빠, 나 두고 출근하지 마!” 하며 엉엉 우는 아이를 두고 떠나는 죄책감,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굳센 책임감이 녹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서둘렀겠지.

한결같음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를, 매일같이 가던 카페에서 우연히 배우다니. 이 얼마나 운이 좋은가. 할아버지의 삶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여기저기 때 묻은 꾀죄죄한 가게가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그의 삶을 살포시 머금어 주기를. 부디 그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그 자리에 남아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