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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Aug 18. 2021

우리의 삶은 다 비슷하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2015)

                                                                                                                                                            

 어떤 일들이 영상에 담기면 영화가 되고, 글로 옮겨지면 소설이 된다. 대단한 소재나 기상천외한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공식 같은 것들이 창작을 방해한다. 결국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든지 영화가 될 수 있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그런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모아놓은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떠들지만 그중에 반은 말장난과 다름없다. 어떤 것들은 중요해보이는 대사가 오가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 트레이시(롤라 커크)가 브룩(그레타 거윅)에게 뭔가를 질문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질문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가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같다. 


                                    

쉴새없는 대사의 폭격속에서 너무 심각해지면 이 영화를 따라 올 수 없다. 의미보다는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와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를 즐기면 된다. 가볍게 만든 코미디물이 심각해지면 보는 사람만 괴롭다. 러닝타임이 1시간 20분인 이유는 이런 장난 같은 이야기의 적당한 끝을 아는 거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의 등장인물들 처럼 어떤 누군가의 대사도 중요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다면 결론은 한 가지다. 어떤 누구의 삶이라도 영화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은 평등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멋지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일지라도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트레이시가 브룩을 동경하고,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도 그녀가 특별해 보여서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고 그녀의 말 대부분이 허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트레이시는 브룩을 소재로 한 소설로 염원하던 모비우스 클럽에 가입하지만 이내 탈퇴한다.



트레이시가 모비우스를 탈퇴하고 잡지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다. 트레이시의 모비우스에 대한 동경은 그저 소속감이었다. 남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비춰지고, 인정받는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쿨하지 못하다. 스스로 주체가 되는 법을 찾는 것이 더 멋져 보인다. 


내 생각에 언니는 어떤 것이든 다 할 수 있어요.


트레이시가 브룩에게 한 말이지만, 트레이시 자신 역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 이 말을 한 뒤 곤경에 처한 브룩과 함께 마미 클레어(헤더 린드)에게 찾아가고, 딜런(마이클 체너스)에게 레스트랑 브리핑의 핵심을 짚어준 것은 트레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비교당하고, 조금 못나 보일까봐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말들과 생각들 대부분 의미없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삶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정의해나갈 때 우리의 삶은 더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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