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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Jun 01. 2021

현실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가장 큰 묘미

자산어보(2021)

현실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가장 큰 묘미

조선 후기 정약용이 지은 한시 중 애절양(哀絶陽)이 있다.  "절양"이라고 하는 것은 남자의 생식기를 자르는 것을 뜻한다. 조선 후기 군적에 오른 사람은 병역을 대신해서 군포를 냈다. 그런데 아전들은 더 많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갓난아기까지 군포를 매겨 세금을 수탈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다.      


조선 후기의 문학에서 꽤 유명한 작품이다. <자산어보>의 무대는 그런 부정부패와 폭정의 시대를 그린다. <자산어보>의 주인공 정약전(설경구)은 임금도 계급도 없는 사회를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가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양반도 상놈도 없고, 적자도 서자도 없고, 주인도 노비도 없고, 임금도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다." 


<자산어보 정약전의 대사>


정약전이 꿈꾸는 이상국가는 지금의 한국에서 현실화되었을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한 의도가 정약전의 선진적인 정치의식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를 각색해서 영화를 만들 때 우리는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계급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빈부격차가 벌어져 가고 있다. '이생망'이라는 신조어는 이런 양극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단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먹고 살기 힘들어질 때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정약전의 애민(愛民)이 정약용의 목민(牧民) 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다. 그만큼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 더욱 극적으로 보인다. 시대를 앞선 정치가의 못 피운 열정이 안타깝고, 또한 현실의 우리에겐 정약전 같은 애민의 정치가가 없음이 가슴 아프다.      



우리는 정약전 같은 정치가를 넘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려고 하는 소통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극화 못지않게 세대갈등 역시 커지고 있는 지금은 그게 절실하다.        

        

나이로는 사회의 기득권 층이었던 정약전과 새롭게 사회로 나아가려는 창대(변요한)의 소통에서 서로는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 밖에 모르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어"


<자산어보> 정약전의 대사             


나이 많은 사람은 젊은 사람에게 물어보길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젊은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자산어보>에서 보여주는 정약전과 창대의 정치의식과 소통은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짚어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사회갈등이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 참 절묘한 메시지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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