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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Jun 06. 2021

미나리 is Wonderful

미나리(2021)

미나리의 무대는 미국 아칸소 주에 정착하려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이다.  여느 이민자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 역시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한다.


돈을 벌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제이콥(스티븐 연), 가족이 미국 사회에 잘 녹아들길 원하는 모니카(한예리) 두 부부 모두 신규 이민자로서,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원한다.



그런 그들의 일상에 순자(윤여정)가 나타난다. 순자가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모니카와 제이콥 보다 수월해 보인다. 몸에 좋다는 마운틴 듀를 의심 없이 즐겨 마시고, 80년대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인 프로레슬링도 빠져들어서 본다. 


그런 그녀가 제이콥의 농장 근처 물가에 심은 미나리는 Wonderful이다. 잡초처럼 아무 곳에서나 자리기 때문에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다. 영화 제목이 <미나리>인 것은 미나리의 생명력처럼 우리의 삶 역시 끈질기고 왕성하다는 것을 은유한 것처럼 보인다. 


삶의 터전이 달라지고, 벌이가 시원찮아도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이 있으면 웃을 수 있다. 미국에서의 정착과 성공, 그리고 사회생활을 위한 종교활동 등 이 모두가 눈물겨운 아메리칸드림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나리>는 삶 자체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순자라는 캐릭터가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에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아메리칸드림이나 미국 사회에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그냥 한국 할머니로서 삶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손자 데이빗이 순자를 두고 진짜 할머니가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순자가 웃어넘기는 것이 대표적인 장면일 것이다. 


그 자체의 삶을 비추기 때문에 이 영화는 편하다. 고군분투하는 삶이 아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순자가 필요한 듯하다. 트레일러에 살고, 내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도 말이다. 서로 위로해 주고 보듬어 줄 때 삶은 더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제이콥의 마지막 대사가 참 좋았다. 


"맛있겠다."


제이콥의 앞으로의 삶이 맛있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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