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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Oct 24. 2021

임신 17주 차 이야기 -
코로나 시대의 임신

아빠의 출산일기

회사에서 회식을 했다. 코로나 19가 터진 후에 얼마만의 회식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에 모든 게 불편하지만 딱 하나 좋아진 게 있다면 회식이 줄은 것이다. 나는 술, 담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회식은 항상 고역이었다. 상사에게 술을 따라드리지만 내가 받는 잔에는 사이다가 담긴다. 상사는 별말이 없지만 나는 괜스레 죄를 지은 기분이다. 그래서 회식은 항상 부담스러운 자리다. 


2차 백신 접종 완료자가 많아지면서 서서히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인지 사람들 역시 코로나에 대한 경계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하루에 수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지만 이제는 독감과 같은 경증 질병으로 치부하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미뤄왔던 회식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는 인원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나는 이런 현상이 달갑지는 않다. 


아내는 아직 백신 접종을 1차도 완료하지 않았다. 임신한 상태에서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동안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것과 손을 깨끗이 씻는 것으로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로 가게 되면 나 혼자 방역을 잘 지킨다고 해도 소용이 없게 될 수 있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고 식당을 가고 업무적으로 사람들과 접촉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접촉만 한다고 해도 만나는 사람의 수는 상당하다.


아내와 나는 연애할 때에도 여행을 많이 가지 못했다.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코로나 19가 터졌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 둘 모두 겁쟁이인지라 사람들 많은 곳은 극도로 피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는 가지도 못했었다. 결혼식 당일에도 우리를 찾아주신 하객들에게 폐가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내가 꿈꾸던 신혼여행지인 유럽도 제주도로 대체되었다. 그 제주도 역시 동선을 최소화했다.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지만 우리 부부 성격이 이랬다. 


그런 부부가 코로나 시대에 아이를 얻게 되었다. 암울한 시기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를 얻은 최고의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물론 코로나 예방이라는 엄청난 미션이 추가된 것이다. 더욱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아내와 나는 매일 다짐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모든 예비 부모들은 우리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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