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아내의 배가 정말 눈에 띄게 많이 불렀다. 딱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18주 차이다 보니, 아기는 정말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저번 주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내는 이제 침대에서도 옆으로 누우면 불편을 느낀다고 말한다. 좌식도 힘들어한다. 원래 우리는 밥을 먹을 때 멀쩡한 식탁을 두고 TV 앞 테이블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어 밥을 먹었다. 이제는 버릴 법도 하지만 아직 TV는 포기 못하겠다. 그런데 이제 TV를 못 보게 되니 아내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한 마디 더 하게 된다. 식사를 하는 잠깐 동안이지만 TV와 바꾼 시간은 조금 더 값진 시간이 되었다.
원래 다음 산부인과 검진일은 11월이었는데 아내는 아가가 너무 보고 싶다며 이번 주에 초음파를 보고 왔다. 손가락도 5개, 발가락도 5개 아주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저 작은 손가락에는 지문도 생긴다고 한다. 이제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같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아가는 저번 초음파 때에도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꼰 채로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리 꼰 자세가 편한 모양이다.
아가의 청각은 더욱 왕성하게 발달한다고 한다. 이때의 아가는 스스로 기억하는 연습을 한다. 엄마와 아빠의 존재를 계속해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지는 시기이다. 정서적 교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 부부는 들을 수 없겠지만. 아가의 청각이 발달하는 만큼 태담 동화와 대화는 더 자주 시도해줘야 한다. 아가가 더 잘 들릴 수 있게 높은 목소리는 필수이다. 그런데 아가는 아직 내 목소리가 낯선 것 같다. 아내는 아가가 뱃속에서 잘 놀다가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숨어버린다고 한다. 태동을 느끼는 것은 아직은 엄마만의 특권인 것 같다. 볼록 나온 배에 귀를 대고 들어보려 해도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나는 부끄럼쟁이 딸을 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