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결혼을 하니 친구들과의 연락이 많이 뜸해졌다. 그동안 많이 전화 오던 친구들도 이제 눈치를 좀 보나보다. 나 역시 그랬던 기억이 난다. 괜스레 오붓한 신혼생활의 산통을 깨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도 나를 배려하는 중이다. 그래서 임신 사실 자체도 이제야 전하는 경우가 많다. 친한 정도를 떠나서,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아이가 생긴 이벤트의 크기를 가늠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친구들 반응과는 천지차이다. 경험의 차이가 공감의 크기를 좌우하는 것 같다.
반면에, 아이를 둔 유부남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고생 시작이라는 말은 공통적이다. 그래도 지금이 제일 행복한 때라고 놀려댄다. 본인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나선 후발주자에 대한 연민 섞인 농담이다. 그리고는 선물을 보내온다. 카톡 선물하기 기능이 생겨난 뒤로 남자들끼리도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내 삶 전체에서 카톡 선물하기로 받은 선물이 90% 정도 되는 것을 보면, 이 기능의 수혜는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아내의 튼살크림은 차고 넘친다.
나의 본가와 처가 모두 갓난아기들이 있다. 내 동생은 아들, 손위 처남은 딸을 키운다. 둘 다 태어난 지 1년이 안 되었다. 그들 모두 우리에겐 출산과 육아의 가장 큰 조언자이자 선배이다. 너무나도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따로 육아정보를 찾아보지 않아도 묻기만 하면 바로 말해주는 빅스비들이 4명이나 있는 셈이다. 든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의 나이까지 비슷하니 같이 키우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출산과 육아 관련 용품의 대부분을 물려받을 수 있어 좋다. 이미 아기 침대와 아기 체육관, 바구니 카시트 등등 많이도 받아 놓았다. 출산 전인데도 집에 아기 용품이 벌써부터 집안 곳곳에 그득하다. 로봇 청소기가 오랜만에 경로를 이탈할 정도인지라 한바탕 물건 정리까지 해야 했다. 이렇게 우리 아가는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자기 존재감을 뿜뿜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받을 것들과 받은 것들을 리스트 체크해 놓고, 나중에 정말로 필요한 것들만 살 계획이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준비에 필요한 물품이 많다. 아가와 관련된 물품이 많아질수록 점점 아가를 맞이할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출산을 하는데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주는 이유는 이렇게 한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 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