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Nov 14. 2021

임신 20주 차 이야기 -
정말로, 생명력이 넘친다

아빠의 출산일기


아내가 배에 손을 얹고 기뻐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딸꾹질을 한다고 귀엽다고 난리다.  통..통..통.. 하고 일정하게 배를 차면 아가가 딸꾹질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 데 벌써 딸꾹질을 한단다. 엄마 뱃속에서 꼬물거리면서 혼자 놀고 잘 먹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도 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아쉽게도 나는 태동을 느낄 수가 없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아가가 빨리 커서 엄마 배를 힘차게 찰 날이 곧 올 테니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그런 기다림이 초조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 기대감이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준다.


반면에 엄마는 아가를 온전히 느끼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 더 그런 것 같다. 엄마가 신 음식을 먹으면 아가는 안에서 신나서 뛰논다고 한다. 최근에는 젤리를 먹자마자 안에서 반응을 해줬다. 벌써 젤리 맛에 눈을 뜬 모양이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젤리를 좋아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이렇게 아가는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 20주 차의 아가들은 보통 이렇다고 한다. 아가가 엄마 양수 속에서 노는 시간과 자는 시간이 명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처럼 아가들은 한 번 놀 때 있는 힘을 다하는가 보다. 정말로, 생명력이 넘친다.


이제 아가는 눈썹과 속눈썹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얼굴 모양도 분명 해지는 시기이다. 다음 주면 정밀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가의 얼굴형이 계란형 일지 너무 궁금하다. 얼굴을 커가면서 계속 바뀐다지만 그래도 얼굴형은 예뻤으면 좋겠다. 아가가 커가니 아내의 몸도 서서히 불편해지고 있다. 갑자기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쉰다. 아가 키가 이제 30cm 전후가 되니 그만큼 자궁도 커지고 배도 많이 불러서 그런 것 같다. 임신 전 입던 옷도 서서히 맞는 옷이 없어지고 있다. 이제 임신선이 나타나고 더 배가 부르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한데 걱정이 앞선다. 휴직하기 전까지 무거운 몸으로 직장을 나가서 일을 하는 고생스러운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엄마의 희생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가슴에 와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 19주 차 이야기 - 아가 용품이 쌓여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