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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Nov 23. 2021

임신 21주 차 이야기 -
드디어 태동을 느끼다

아빠의 출산일기

실감이 나지 않았던 내 딸의 눈, 코, 입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엄마의 양수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 벌써 이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첫 만남은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동그란 점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사람이다. 어릴 적 과학 시간에 그렇게 열성을 내며 생명의 신비를 가르치던 과학선생님의 마음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하나의 세포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커 가는 과정이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껴졌다. 


정밀 초음파로 아이의 얼굴뿐 아니라,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손가락, 발가락은  5개 인지, 척추 뼈에는 이상이 없는지도 잘 확인했다. 무엇보다 심장이 잘 뛰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생명력이라면 어떤 아기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 딸이라서 그런지 그 작은 심장이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건강이 최고라는 나의 바람이 잘 이뤄지고 있다. 출산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어 아직 안심은 이르지만, 그래도 큰 이상 없이 커준 것에 대해 나도 모르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아가가 커 갈수록 나 역시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이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아가가 많이 큰 탓인지 아내의 배는 확연하게 커졌다. 이제는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양보해 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만큼 아내의 신체적 부담도 덩달아 커져간다. 누울 때도 똑바로 누울 수가 없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조금씩 당긴다고 한다. 아내는 힘들어하면서도 아가의 태동에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태동이 점점 더 커지고 횟수도 많아졌다. 그렇게 아내의 모성애는 아가의 발길질과 함께 커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기뻐해서 그런지 아가는 내게도 드디어 응답을 해줬다. 저번 주 까지는 엄마 뱃속에서 잘 놀다가도 내가 배에 손을 얹기만 하면 움직임을 멈췄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가 되겠거니 했어도 내심 서운했었는데, 이제야 자기의 존재를 알려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기 전 엄마 배에 손을 얹고 "아가야, 잘 자렴"이라고 말했는데, 아가가 한 차례 소심하게 "통"하고 대답을 해준 것이다. 아가도 이제 아빠랑 만날 준비를 시작하려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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