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우리 부부는 연애 시절에도 여행은 자주 가지 못했다. 연애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졌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지만, 그 당시에는 공포 그 자체였다. 식당 가는 것도 무서웠했으니 여행은 말할 것도 없다. 아쉽다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는 워낙에 집돌이, 집순이라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편한 게 최고라고 웃어 넘기기까지 했다. 제주도로 떠난 신혼여행에서도 우리는 구경보다도 숙소에서 늘어지게 자는 편을 택했다. 그래서 아이가 바로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신혼여행 후 첫 여행이 아이와 함께하는 태교여행이 되어버렸다. 주위 친구들 역시 아이가 태어나면 집 밖에 못 나가니 꼭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말이 태교여행이지만 결국 신혼의 단맛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한 여행인 것이다.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나면 오직 둘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기보다는 우리를 위한 여행을 출발했다.
임신하고 첫 장거리 여행인지라 뱃속에 있는 아가가 행여나 놀랄까, 운전도 조심히 하고 휴게소도 들러줘야 했다. 그렇게 조심조심 거제도에 도착했다. 바닷가의 짠내가 아가에게도 전해졌을까 모르겠다. 숙소인 한화 벨버디어는 연인보다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다. 옛날에는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니는 가족들을 보면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곧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조금이지만 세상을 보는 눈에 아빠의 시선이 조금씩 담기는 것 같다.
두 사람만 떠나는 마지막 여행에서도 우리 부부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충분히 잠을 자고, 거제 핫플을 찾아다니지도 않았고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움직였다.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이 아닌 최대한 일상과 비슷한 여행을 했다. 매미성에서 찍은 스티커 사진이 유일한 기념품이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편하게 쉬다 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한 게 가장 효과적인 태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