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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Dec 06. 2021

임신 23주 차 이야기 -
아내의 오열

아빠의 출산일기

아내가 울었다. 그것도 오열을 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정말 꺼이꺼이 울었다. 이유는 내가 안 놀아줘서이다. 아내는 나보다 3시간가량 먼저 퇴근한다. 그리고 내가 집에 도착하기 30분 전쯤 저녁을 준비한다. 내가 도착하면 같이 식사를 하고 TV를 본다. 주말을 제외하면 매번 이렇게 하루가 돌아간다. 결국 아내는 항상 나를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함께 10시 정도까지 TV를 보다가 아내는 잠자리에 든다. 아내가 잠자리에 들면 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그런데 요즘 따로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어 8시 30분에 아내를 떼어놓고 방에 들어갔다. 10시 정도에 아내가 자기 전 인사를 하러 가니 이미 입이 나와있었다. "왜 삐졌어?"라고 물어도 답이 없다. "공부할 게 있다고 했잖아"라고 말했지만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 묵묵부답이다.



따뜻한 말이 필요했는데 실수를 했다. "이해를 좀 해주면 안 돼?"라고 다그친 것이었다. 아내는 훌쩍거리다가 "으앙"하고 울어버렸다. 누가 보면 나라를 잃은 듯한 통곡이었다. 아내가 진정하는 데는 15분쯤 걸렸다. 아내는 서러웠다고 한다. 오늘은 특히 힘든 날이라 나를 더 기다렸단다. 그런데 밥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리 지니 서러움이 몰아쳤단다. 


예민해지고 서러워질 시기가 맞다. 아내의 배는 더 커져서 자궁이 위를 눌러 소화도 안된다. 온몸이 가려운지 자다가 벅벅 긁을 때가 많다. 몸이 무거워진 만큼 어깨가 결리는지 매일 주물러 달라고 한다. 다리도 계속 붓는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장거리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니 서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내가 몰라주니 슬픈 감정에 더 복받쳤을 것이다. 정말 가끔은 나도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아내를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때를 지나친다. 이번 일이 지금이 아내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라는 생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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