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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Dec 17. 2022

1. 형사사법이 대체 뭐길래?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형사사법 (1)

"3억이요?" 놀라운 액수였습니다. 가까운 지인이 보름 동안 보이스피싱(사기전화, 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보내주었다는 돈이 무려 3억이나 되었습니다.

일생을 모아 온 전 재산이었고, 여생을 보낼 피 같은 돈이었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삼십 년 넘게 회사를 다니고, 퇴직 후에 작은 사업까지 하던 지인이었기에 자신이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원하지 않는 일을 겪습니다. 특히 범죄 피해가 그렇습니다. 범죄 피해를 당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막상 범죄 피해를 당하면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큰 어려움을 느끼고, 그 이후 어떻게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십 년 넘게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인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해 오면서, 피해자가 분노하고 절망하는 지점은 피해 그 자체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를 오랫동안 힘들게 하는 것은 피해를 입기 전까지 혹은 피해를 입던 중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 대처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곤 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계. 이야기 입니다.


형사사법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죄를 지은 사람이 그에 맞는 벌을 받기까지 국가를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하면 조금 쉽겠네요.


모든 행동이 국가의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법'에 적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거든요. 어려운 말로 '죄형법정주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뭔가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이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할 경우 '처벌' 받는다고 법에 쓰여있는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수사기관(대표적으로 경찰)에 알려져야 수사가 시작됩니다. 알려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피해자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다 '고소'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피해자 중에는 제가 주로 지원하는 장애인이나 아동도 많기 때문이죠. 변호사와 같이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을 경찰서에 적어 낼 수도 있겠지만, 돈이 만만찮게 들어가니까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고소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건들도 많습니다. 환경파괴 범죄나 동물 학대, 마약범죄, 부정부패, 눈먼 돈을 횡령하는 것처럼 피해자가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런 사건에 대하여는 '고발'이나 '인지'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모르는 용어가 많아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도가 휙휙 자꾸 바뀌어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용어나 절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범죄 피해자가 알아야 하는 쉬운 형사사법에 대한 이야기, 함께 만들어가요!


(질문은 댓글로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이 글을 쉽게 설명한 영상 보러가기 : https://youtu.be/cyc8yGtcv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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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펠로우 3기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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