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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Jul 13. 2023

11. 가해자 구속시키는 방법 없나요

피해자를 위한 쉬운 형사사법 이해하기

형사사건이 시작되면 불안해하는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자신을 신고나 고소했다는 이유로 해꼬지를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 피해를 당하고도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가해자는 왜 저렇게 아무 일도 없이 잘 사는 거지?'하는 마음에 화가 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피해를 겪은 피해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만큼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 드는 생각은 "가해자가 얼른 구속되면 좋겠다"입니다. 


그런데 이 '구속'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사람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서는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해도 법에 따른 절차와 방법을 거쳐야만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래서 구속의 절차와 방법, 기간, 사유 같은 것들을 차례로 알아볼께요! 



1. 구속은 누가 어떤 절차로 하는 건가요?


구속은 법관이 발부한(도장 찍어 내어 준) 구속영장이 있어야만 할 수 있어요. 이 구속영장은 경찰이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 좀 해주세요" 하고 신청을 하고,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 좀 발부해주세요"하고 청구를 해서 받아내는 거에요. 경찰이 바로 법원에 청구를 할 수는 없어요. 검찰을 통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합니다. 청구를 받은 판사는 영장을 내 줄 지 말지 판단을 하기 전에 꼭 피의자를 법정으로 불러서 얼굴을 보고 이것저걸 물어봅니다. 그것을 어려운 말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구속영장이 나오면, 피의자는 어디에 어떤 상태로 머물게 되는 걸까요? 경찰 단계라면 피의자는 사복을 입은 채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게 됩니다. 검찰에 송치되면서 피의자는 구치소(거기 자리가 없으면 예외적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죠. 이 때부터는 수의라고 하는 죄수복을 입습니다. 


구속은 수사 단계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판 단계에서도 가능해요. 판결을 선고하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구치소로 집어 넣는 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법정구속'이라고 하거든요. 주로 1심에서 법정 구속을 시키는 경우는 항소심에서 혹시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실형(*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붙이지 않고 그냥 징역 00년에 처한다! 이렇게 선고되는 것으로서 실제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을 피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한편, 실형이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고령이거나 배우자가 감옥에 이미 들어가 있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없을 때 등 좀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구속을 일단 안 시키기도 합니다. 그건 판사님 마음이에요.



2.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 얼마나 가둬 놓을 수 있나요?


구속을 언제까지고 계속 시킬 수는 없어요. 범죄자가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을 때 중요한 것이 '방어권'이거든요. 마음이 잔뜩 쫄리고 주변에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으면 그 사람이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구속은 법에 정해진 기간까지만 할 수 있어요. 


먼저 수사를 받을 때의 구속기간을 알아볼께요. 

경찰은 딱 10일, 그러니까 열흘만 범죄자를 구속시킬 수 있어요.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경찰 단계에 있을 때 판사의 구속영장이 나온 경우에는 그 날로부터 10일만 유치장에 가둘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유치장에 갇혀있던 그 범죄자를 구치소로 옮겨야 하는 것이죠.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면 그 이후 10일이 원칙이고 그 이후 한번 더 10일 연장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검찰 단계에 넘어가면 최대 20일 동안 구치소에 가둘 수 있다는 말이죠. 그 20일 안에 기소를 하게 됩니다. (헥헥 숫자가 너무 어렵네요)


그리고 재판에 넘어간 피고인은 얼만큼 구속을 할 수 있을까요? 재판에 넘어가긴 했지만 아직 선고는 나지 않은 상태, 그러니까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몇 개월의 시간동안의 구속기간을 말하는 것인데요. 1심에서 최대 6개월 2심에서 최대 6개월 3심에서 최대 6개월입니다. 원래 2개월이 원칙이긴 한데 한 심급별로 2번을 늘릴 수 있거든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어간 경우에는 최대 18개월, 그러니까 1년 6개월 동안 구속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구속기간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요. 얼마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법원의 구속기간에 관한 연구' 보고서라는 것을 발간했어요. 이 연구 조사에 응한 판사 770명 가운데 93.9%인 723명이 현행 '6개월 구속기간'에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판사가 재판 중인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심급별로 6개월로 제한한 현행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참고로 미국이나 독일은 재판에 넘어온 피고인의 경우 구속기간의 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요.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공범도 많고 여러 나라에 걸친 복잡한 범죄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럴 경우에 시간에 쫓기지 않는 충실한 재판을 위해서 기소가 된 이후에는 구속기간 제한을 없애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는 한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입법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재판 도중에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피고인은 보석으로 석방돼 남은 재판을 받는데요, 이를 위해 쓸데없이 많은 증인들을 신청하거나 자주 변호사를 변경하면서 시간을 질질 끄는 피고인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에요.



3. 구속을 시키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를 명확하게 적어두고 있어요!

제70조(구속의 사유) ①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다액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제1항제1호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 


가해자가 꼭 구속되길 원하는 분은 바로 이 구속사유를 중요하게 보시면 됩니다. 무조건 중한 죄를 범했다고 다 구속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구속을 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1) 범죄자가 고정적으로 자는 집이 있는지, (2) 범죄자가 자기한테 유리하도록 증거들을 없애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지, (3) 범죄자가 가족과 재산을 다 버리고 어디론가 도망갈 가능성이 있는지 입니다. 여기 중 하나에 해당된다고 보여지면 구속영장이 나와요.


그리고 유심히 봐야 할 것이 구속에 대한 "고려사유"인데요, 직접적인 구속사유는 아니지만, (1) 잔혹하거나 피해가 큰 중한 죄를 저질렀는지, (2) 다시 그 죄를 범할 가능성이 있는지, (3) 피해자나 목격자처럼 사건에서 자기한테 불리하게 말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해꼬지하거나 괴롭히고 협박한 적이 있는지를 판사는 꼭 '고려하도록' 하고 있어요. 


이 세 가지 구속사유와 세 가지 고려사유는 누가 어떻게 주장하면 될까요? 앞서 언급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날 법정에 피해자나 피해자의 변호사가 가서 꼭 구속해 달라고 하면서 이 여러 사유들을 잘 설명하면 도움이 됩니다. 직접 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피해자(거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직접 가지 않아요)라면, 피해자 국선변호사께 가급적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가서 가해자를 꼭 구속해 달라는 말을 판사님에게 해 달라고 부탁해보시면 어떨까요? 물론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변호사가 못 갈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수사관님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셔도 도움이 됩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죄를 짓는 족족 모두 구속이 되길 바랄 수 있지만, 구속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증거가 충분히 모이기 전에 구속부터 하면 중간에 풀어줘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어요. 중요한 구속사유들을 배웠으니 가해자가 꼭 구속되길 바라는 분들에게 이 내용을 널리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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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펠로우 3기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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