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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Feb 01. 2023

3. 이제 고소장을 써 봅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형사사법 (3)

고소를 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서식을 다운 받았는데 막상 칸을 채우려니 괜히 마음 한켠이 고통스럽죠. 고소를 분기별로 백 번 넘게 하는 사람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진짜임), 그런 사람이라도 고소장 쓰는 것이 적잖이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고소장은 내가 당한 속상한 일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기왕 고소를 통해서 가해자의 범죄를 경찰에 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미루지 말고 빨리 종이에 한 자 한 자 채워 넣는 것이 낫습니다.

온라인 문서24 웹사이트를 통해 고소장을 접수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아직 고소장은 직접 써서 도장을 찍고 경찰서에 가서 접수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고소장 처음에는 고소를 하는 사람인 내가 누구인지 쓰는 칸들이 나옵니다. 내 이름은 뭔지, 주민등록번호는 무엇인지, 사는 곳은 어디이며 직업은 무엇인지, 연락처도 적습니다.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정대리인에 의한 고소인지, 고소대리인에 대한 고소인 지도 표시해야 합니다. 법정대리인은 쉽게 말하자면 친권자나 후견인데요, 친권자는 아직 19세가 되지 않은 아동 피해자의 부모라는 뜻이고, 후견인은 법원을 통해 선정된 성년후견인이나 특정후견인 한정후견인, 임의후견인 등을 말합니다. 고소대리인은 일반적으로 변호사입니다. 고소권이 있는 사람이 변호사에게 고소를 위임했다면 변호사는 고소대리인이 됩니다.



고소를 하는 사람에 대해 적었으면, 다음에는 고소를 당하는 사람, 범죄자가 누구인지도 적어야겠죠. 적는 내용은 비슷합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는 곳, 직업, 연락처 등이죠. 그런데 가해자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으면 어떡할까요? 아는 만큼만 적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타사항이라는 칸이 있으니 여기 가해자에 대하여 생각나는 것이 있을 경우 적으면 좋아요. 머리가 짧다느니, 너무 말라서 눈이 퀭했다느니,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느니 그런 것들 말이에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중요한 것을 적는 칸이 나옵니다. 고소의 취지와 범죄사실인데요. 고소의 취지는 무슨 죄로 이 사람을 고소하는 것인지 죄 이름을 적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요. 법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이 행동을 무슨 죄로 봐야 할지 조금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은 법률가와 상담을 한 후에 적는 것이 좋긴 합니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나 돈의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법률가랑 상담하지 않았는데 내가 당한 일이 무슨 죄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죄의 이름을 콕 찝어서 적기보다는 가해자가 잘못이 무엇인지 단어로 적어보세요. 그러니까 가해자가 한 일이 절도인지 사기인지 횡령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싶으면 "통장에 있던 돈을 가져간 죄" 이런 식으로 적으시는 것이 나아요. 죄명은 사건의 접근과 진행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범죄사실을 적는 것이 제일 막막하죠. 잘 모르겠으면 5가지만 기억하세요. 주. 시. 상. 목. 행.입니다. 주어. 시간. 상대방. 목적어. 행동의 줄임말입니다. "누가. 언제. 누구에게. 뭐를. 어떻게 했는지" 쓰면 됩니다. "가해자가 어제 나에게 술병을 던졌다." 이렇게 쓰면 대략 들어맞겠습니다. 범죄가 여러 개면, 시간 순서대로 적으세요. 시간 순서가 잘 생각나지 않으면 제일 끔찍하고 힘들었던 일부터 번호를 매겨서 적어보세요. 너무 자세히 적으려고 하지 마시고 확실하게 기억나는 사실을 채워 넣으신다 생각하시고 차분하게 적어보시면 됩니다.



범죄사실을 다 쓰면 고소이유를 쓰는 칸이 나옵니다. 이건 내가 뭐가 제일 억울한 지를 쓰는 것인데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적다 보면 제일 망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장 안전한 방법은 위에 적었던 범죄사실들 순서대로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보완한다고 생각하고 적어보세요.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여기에 적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증거자료를 적는 자리가 있는데요 증거가 없으면 없다고 있으면 있다고 표시하면 됩니다. 제출할 증거의 세부내역을 별지(다른 종이)에 작성해서 첨부한다는 내용이 적혀있기는 한데요. 그럴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고소장을 적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면 앞에 언급한 것처럼 고소 이유 부분에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간단히 적으셔도 됩니다.



관련사건의 수사 및 재판 여부를 적는 칸은 이 고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을 다른 곳에서 수사하고 있거나 재판하고 있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별도로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손해배상소송 같은 것)을 진행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칸도 있습니다. 사실대로 적으시면 됩니다.



이렇게 고소장을 작성하는 일이 끝났습니다. 마지막에 허위사실 고소에 대해서는 무고죄로 처벌받는 것을 서약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요. 무고죄는 생각보다 꽤 무거운 범죄이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서 고소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럼 이제 정의 실현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떼었네요!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도 또 다음 글에서 차차 쉽게 말씀드릴게요.



** 이 글을 쉽게 설명한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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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펠로우 3기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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