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이제 그만. 인생 2막을 위한 혼돈의 카오스.
무척이나 방황했던 스무 살을 지나, 제적 상태였던 대학을 힘겹게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불리한 조건밖에 없었지만 나는 아주 운 좋게 바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더 크고 안정적인 회사로 이직을 하며 대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써 참 유리한 길을 걸어왔다.
국내 디자인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참 열악하고 연봉이나 처우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장점이 많았다. 그렇기에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워커홀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직장생활에 완전히 몰입하며 일했다. 시의적절하게 승진이라는 매달을 따내고 성취감을 누렸으며, 모두가 그렇듯 나의 미래는 대기업 임원이다 라는 목표로 내 모든 열정을 갈아 넣어 열심히도 참고 참는 시간을 견뎌냈다.
당연한 결말이겠지만 나에게도 번 아웃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그 이유는 바로 상실감이었다. 내 것처럼 아꼈지만 회사와 조직은 나의 것이 아니였으며 난 단지 그저 채워져야 했던 머릿수 중 하나였다는 것을 제대로 알아먹었다. 원대한 목표로 일과 병행했던 대학원을 거의 멘붕 상태로 졸업하고,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다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내가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가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하여 도망치듯 이직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더 높은 연봉과, 처우가 좋은 회사로 이직하여 남들에게 부러움을 샀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는 내가 그간의 경험을 통하여 배우고 느끼고 정립한 논리들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단지 조직이 원하는 대로 방향을 만들어 내고 내 능력을 보태어 해결해야 하는 곳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가슴에 차고 넘쳐흘렀지만, 더 이상 쏟아부을 곳이 없었다.
이제 회사라는 조직에서 나와 스스로 길을 만드는 것이 유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더이상 회사를 위하여 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