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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usual May 01. 2021

#2 디자이너 in 기업

오랜 시간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해오며 내가 느낀 것들.

빨간색으로 수정해주세요.
....... 왜요?
 

IT계열의 디자이너로 십여 년 간 일반 기업의 디자인팀에서 일해오며 나는 체계적인 디자인 관리를 받은 적이 없다. 디자인 산출물에 대한 논쟁은 정말 피곤한 싸움 중 하나인데 그때마다 논리적인 이유와 전체적인 방향성을 기반으로 한 피드백을 나눠본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마치 포토샵을 이용해 문서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기술자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요즘은 IT 기업이 시장의 대세를 이루며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가치와 그 이상의 역량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의 디자인 인력은 외주 협력사와의 계약을 통하여 적은 비용으로 적당히 운영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에서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받으려면 디자이너 스스로 책임지고 달라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국내 디자인 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 디자이너들의 기본 소양

- 역량 있는 디자인 리더의 부재


포토샵 배웠음 = OK 웹 디자이너


1. 디자이너들의 기본 소양

포토샵은 그야말로 툴에 불과하다. 어떤 것을 어떻게 그리고 표현할지는 디자인 역량이다. 웹디자인은 시장이 크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근본적인 역량은 무시되고 단순 툴을 다룰 줄 아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인정받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웹디자이너라고 소개하기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디자인 시안에서 점, 선, 면 단 하나라도 왜를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면 스스로 디자이너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시안을 빼곡히 채운 요소들이 단지 공간이 허전해서, 열심히 고민한 느낌 주려고 와 같은 정성적인 이유라면 이 일에 대하여 다시 공부해야 한다. 빨간색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에 왜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파란색으로 만든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역량 있는 디자인 리더의 부재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누구나 시안에 대한 객관적 컨펌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논리적인 사고가 없이 성장한 디자인 리더는 정확한 디렉팅을 하지 못한다. 

디자인 시안의 판단은 개인의 취향이 아닌 프로젝트 목적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논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시안 피드백에 "그냥 내 느낌은" 또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면, 리더로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다. 첫 번째 피드백에서 1로 이야기했다가 두 번째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뚱맞은 의견을 낸다. 본인 조차 어떤 방향으로 수정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 산출 방향이 상호 동의되면 시안을 판단하는 옳고 그름의 시각도 일관적으로 흐른다. 피곤한 의견 대립을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호 협의된 목적과 그를 뒷받침할 논리뿐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겉도는 리더가 생각보다 꽤 많이 존재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는 디자인 조직 전체의 신뢰감을 떨어트리고 목소리를 잃게 하며, 결국 디자인 철학 없이 수족 역할을 자처하는 디자이너들을 양산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 있게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 라고 외칠 수 있을까?

디자인 리더십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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