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이의 친구 준이를 할머니 집에 초대했어요

사랑하는 나의 보물, 손자들에게

by 오즈의 마법사


내 강아지들, 요즘 날씨가 추운데 어떻게 지내고 있니? 주변에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면 우리 손자들은 어떤지 걱정이 앞서는구나. 할머니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날은 목요일(22일)이야. 아침에는 영하 7도까지 내려가 엄청 추웠단다. 얼마나 춥던지 할미 코가 루돌프코처럼 빨갛게 변해 버렸지 뭐야.

대백마트에 반찬거리를 사러 갔어. 가는 길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 의자를 보니 너희들이 생각나더라. 마트 가는 길에 손을 꼭 잡고 갔던 기억, 돌아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너희들이 보고 싶었어.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2024년 8월 9일부터 10일까지 할머니 집에서 보낸 재미있는 일들이야. 하성이는 여섯 살, 하유는 다섯 살이었어.


하성이가 할머니 집에서 어린이집을 2년 동안 다녔잖아. 세 살부터 다니기 시작한 건 알고 있지? 하성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귀고 같이 재미있게 지낸 친구가 있어. 바로 준이야. 다섯 살 때 하성이가 엄마 집으로 돌아가고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자주 떠올리던 친구 준이.

금요일에 하성이와 하유가 유치원을 마치고 할머니 집으로 왔어. 너희들은 연년생 형제라서 둘이 있어도 잘 놀았지만, 하성이는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준이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했지. 가끔 영상 통화도 했었지. 그날은 준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둘이 통화하게 해 주었어.


“준아, 나 하성이야. 우리 할머니 집에 놀러 와.”

“응, 하성아. 엄마가 그러는데 오늘은 못가고 내일 갈 수 있대.”

“그러면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와.”


다음날인 토요일이 되었어. 새벽 6시면 일어나는 너희들에게 할머니가 영어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했지. 그때 할머니가 빨간펜 도요새 잉글리시를 신청해서 패드로 영어를 했거든. 토요일 새벽마다 30분씩 듣고 말하고 쓰는 자기 주도적 영어 공부를 했어. 지금도 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아쉽긴 하단다.


아침을 먹고 너희들은 계속 시간만 물어보더구나.

“할머니, 몇 시예요?”

“아홉 시야. 왜?”

“준이는 언제 올까요?”


10시가 지나도 준이가 오지 않자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지. 준이 엄마는 전화를 받고 30분 후에 준이와 함께 우리 집으로 왔어. 오래간만에 만나는 하성이와 준이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둘이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뒹굴기까지 했어.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도 흐뭇하더구나. 하유도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형 친구와 함께 잘 놀았단다. 아이들은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것 같더라. 특히 준이는 하성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우리 집에 자주 초대했던 친구였어.


할머니집에서 놀고 있는 손자 둘과 준이


토요일의 점심 메뉴는 간장 떡볶이였어. 하성이 친구들이 오면 할미가 자주 해 줬던 음식이야. 너희들은 냠냠거리며 아주 맛있게 먹었단다. 금방 접시가 바닥이 났어.


“할머니, 더 주세요. 맛있어요.”

“저도요.”


준이 엄마도 맛있다며 한 그릇을 다 비웠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심심하면 놀이터로 뛰어나가 놀기도 했지. 할머니 집은 1층이라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 여름이라 바깥은 너무 더워 조금만 놀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단다. 텔레비전도 보고 책도 읽었지.


하성이의 첫 친구 준이와 놀이터에서



“할머니, 받아쓰기 불러주세요.”

너희들은 할머니가 나누어 준 종이에 불러준 낱말을 받아쓰기하고, 채점도 했었지. 하유는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해서 아주 쉬운 걸 따로 불러주었어. 그리곤 작은 탁자 위에 올라가 서로서로 뽐내기를 했단다.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 말하기를 셋이 차례대로 하는데 모두 너무 잘했어. 백 점이야, 백 점!!!


재미있게 놀다가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 되었어.

“얘들아, 저녁은 뭐 해 줄까?”

“김치볶음밥 해 주세요.”


하성이도 하유도 할미표 김치볶음밥을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준 음식이야. 할머니는 김치를 먼저 살짝 씻어 빨간 양념을 걷어내고 양파, 감자, 호박을 잘게 썰고 마지막으로 햄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었지. 다섯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단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준이도 한 그릇 뚝딱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 엄마도 좋아하더구나.


저녁을 다 먹고도 준이는 집으로 갈 생각이 없어 보였지. 어차피 너희들에게 목욕을 시켜야 하는 시간이라 준이도 함께 욕조에 들여보냈지. 욕조는 둘이 있는 것보다 셋이 들어가니까 꽉 차더구나. 물놀이도 하고 잠수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지. 준이 엄마는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잠시 집에 다니러 갔지. 그 사이에 엄마가 너희들을 데리러 왔단다.


밤 8시가 되어서야 그날의 모든 놀이가 끝났단다. 모두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지. 주차장까지 배웅해 주는 할머니를 향해 차 안에서 참새처럼 합창하며 손을 흔들어댔지.


“할머니, 월요일에 만나요.”

“할머니, 안녕.”


일요일만 빼면 매일 만나는데도 헤어질 때마다 아쉬워하는 우리 강아지들을 보면서 매일매일 행복함을 느꼈단다. 그렇게 해 줄 수 있었던 시간이 이제는 그립기만 하는구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할머니에겐 요즘 들어 유난히 서글프단다.


만나자는 약속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라 미안하지만, 할미 마음속에는 항상 ‘보물 1호’인 너희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들.


2026년 1월 24일 토요일

언제나 너희들을 사랑하는 할머니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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