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보물 1호 손자들에게
사랑하는 하성이와 하유에게
지난 27일에는 유치원에서 음악회를 열었던 날이야. 올해는 아양 아트센터에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더구나. 어떻게 알았냐고? 아직 할미에게도 키즈노트 알림이 오거든. 그날의 식단이나 여러 소식을 알 수 있단다. 저녁 6시에 시작한다는 알림을 받고 생각을 해 보았단다. 아무도 몰래 가서 너희들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올까 한참을 생각했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단다. 혹시 너희나 엄마, 아빠를 마주치게 될까 봐 그 생각을 접었어.
하유는 오카리나 연주를 했을 테고 하성이는 우쿨렐레 연주와 합창을 했겠지.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라 다른 친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이 오셨을 텐데 할머니는 가지 못해서 마음이 쓰이더구나. 행여 할머니가 왔나 싶어 두리번거렸을까 봐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단다. 아무튼, 음악회가 무사히 끝났길 바란다.
오늘 할머니가 들려줄 이야기는 2024년 9월 21일에 있었던 일이야. 하성이는 여섯 살, 하유는 다섯 살이었어.
금요일에 할머니 집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인 토요일이었어. 그때는 토요일마다 빨간펜 문화센터에 갔단다. 체험 수업이 10시와 11시 30분, 두 타임으로 진행되었어. 너희들은 매번 10시 수업에 참여했단다. 할머니는 어디서 놀이를 하든 수업을 듣든 미리 가는 것을 좋아했고 너희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단다. 시간이 늦어 허둥대는 것보다 10분 먼저 도착하려고 서둘렀단다. 그래서 늘 우리가 1등으로 도착해서 선생님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더랬지.
그날은 가을 액자를 만드는 날이었어. 하성이는 빨간 단풍나무를 꾸몄고, 하유는 황금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꾸몄단다. 수업은 한 시간으로 꾸며졌지. 할미가 가을 액자를 들고 찍은 너희들의 사진을 찾아보니 장화를 신고 있더구나. 전날 금요일 아침에는 비가 왔었나 봐. 유치원에 갈 때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할머니 집으로 왔어. 하하하
11시에 수업을 마치면 우리가 가던 곳은 늘 정해져 있었지. 바로 도서관에 가는 거였어. 전주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리는 날이었지. 다른 일정이 없는 날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오곤 했어. 그날은 할아버지와 계획한 다른 놀이가 있어서 책만 빌리고 집으로 왔단다.
점심으로 할머니는 고추장에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었고, 너희들은 된장국과 호박볶음을 먹었더구나. 할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우리 셋이 밥 먹는 모습이 담겨 있더라. 빨리 어디를 가야 해서 간단하게 먹었나 봐. 우리 넷이 과연 어디를 갔을까? 두둥~ 자, 이제 궁금하지?
할아버지가 그날은 쉬는 날이었어. 할머니는 하성이와 하유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고 그렇게 해 왔단다. 바로바로 ‘어린이 롤러스케이트장’에 처음으로 가는 날이었어. 할머니가 미리 검색하여 전화도 해 보고 알아낸 곳이야. 너희가 그때 발이 크지 않았는데 다행히 최소 치수가 160부터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갈 수가 있었지.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로라 롤러장’으로 갔단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소리에 너희 눈이 동그래졌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처음이니까 얼마나 신기했겠니? 어린이 입장료는 두 시간에 13,000원이었고, 보호자는 3,000원이었어. 헬멧과 무릎, 손목 보호대까지 안전 장비를 단단히 매고 들어갔지. 너희들은 처음 타는 어린이를 위한 초보자 전용 트랙에서 타기로 했단다. 처음이라 봉을 잡고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보기도 했어. 그러다가 가수 김흥국 아저씨처럼 호랑나비 춤을 추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도 찧었단다. 하성이는 승리욕이 강해서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또 타기도 했단다. 하유는 신중한 성격이라 봉을 잡고 안전하게 다녔단다. 형제라도 이렇게 성격이 달라 돌보기는 오히려 수월했던 것 같아.
어른들을 위해 쉬는 공간도 있었지만, 너희들이 다칠까 봐 따라다니느라 할머니는 편히 쉴 수가 없었지. 그곳에는 라면이나 음료수를 파는 매점도 있었어. 우리 모두 잠시 쉴 때 할아버지가 라면을 끓여오셨지. 한 젓가락 호로록 먹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지. 한 시간 정도 연습을 하니 넘어지지 않고 잘 다니더구나. 자신감이 들었는지 하성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지.
“할머니, 저도 저 형아들처럼 저기 안에 들어가서 타고 싶어요.”
“저긴 잘 타는 형들이나 누나가 타는 곳이야. 다음에 더 잘 타게 되면 들어가 보자. 지금은 위험할 것 같아.”
본격 코스인 메인 롤러장에 들어가 보고 싶어졌나 봐. 할머니는 너희들이 롤러 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엄마 아빠에게 보내주기도 했어.
어른들에겐 힘든 날이었지만 너희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자 재미있는 놀이였을 거야. 그 역시 할아버지가 함께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 다음에 또 가 보자는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네. 이제는 잘 탈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내 강아지들, 할머니의 보물들!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게 지내야 해. 다음 편지를 기다려 줘. 안녕.
사랑해, 내 강아지들.
2026년 1월 31일 토요일
언제나 너희들을 사랑하는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