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Jumper, 순간이동자 1부 (5)

현대편

by 장성우 n 살생금지

사내는 기지의 심처에 묶여 있었다.


불빛이 밝지 않은 공간이다. 윙윙대며 돌아가는 환풍구의 소리가 신경에 거슬린다. 사내가 제대로 정신을 차린 건, 그가 마지막에 기절을 하고서 꽤나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신체적으로 가혹한 나날들을 보냈기에, 피로가 누적되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기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점퍼'들이 모여 있는 '조직'의 본부였다. 그것이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지 내부의 기밀이었고, 여태껏 새어나간 적은 없다. 사내의 목적 중 하나는 지금 묶여 있는 이곳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있었다. 반대로 붙잡혀서 이렇게 처량한 신세였지만.


숏컷 머리. 날카로운 인상. 스포츠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는 '홍인수'와 대치했던 칼잡이였다. 그는 손목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감촉을 인지했다. 팔도, 다리도 의자의 다리나 등받이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조금의 틈도 없어서, 말 그대로 꼼짝할 수 없는 상태.


경동맥을 압박 당해서 기절했던 후유증인지 머리가 어지럽다. 온전하게 정신을 차리기까지 약간의 텀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걸까... 사내는 궁리했다. 문득 인기척이 있음을 알았다. 자신의 어깨 부근에 누군가 손을 올리고 있었다. 사내도 잘 알고 있는 방식이었다. '도약 재밍'. 점퍼들을 한 장소에 구속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점퍼가 필요하다. 한 순간의 틈이라도 있다면, 점퍼에게 물리적 구속이란 무의미한 것이 되니까.


"......."


뒤통수도 좀 얼얼한 것 같았다. 경찰봉같은 막대의 손잡이로 무식하게 찍혔던 기억이 났다. 뇌진탕 따위가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진 뒤, 목을 졸려서 기절했던 것 같은데....


몸의 컨디션은 움직일 수는 있는 정도였다. 잘 먹지 못하고, 거의 반나절이 넘게 격한 싸움을 했지만 그는 체력이 좋은 편이었다. 사내는 곧바로 도약을 시도했다.


미약한 진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전에, 점퍼들은 점프의 전조를 더 빠르게 캐치한다.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은 점퍼 역시 능력자였고, 곧바로 재밍을 걸어왔다. 점퍼로서의 감각에, 도약의 과정에 혼선이 생기며 발동이 무효되는 게 느껴졌다. 굳이 비유하자면, 전파를 눈에 보듯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이 뻗어 나가다가 다른 파동을 만나 얽히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파일을 다운 받다가 오류가 뜨는 느낌처럼, 짜증이 나기도 한다.


될 거라고 생각도 안했지만, 달갑지는 않았다. 재밍을 건 상대의 목소리가 뒤에서 흘러나왔다. 사내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그는 눈을 뜬 순간부터 축 늘어진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다가 도약을 시도했다.


"드디어 깼군."


여상한 목소리였다. 조직은 비밀에 쌓인 것이 많은 단체였다. 이름도 알 수 없었고, 점퍼들 사이에서 도시 전설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도약을 이용해 나쁜 일을 하면 조직이 잡아간다, 뭐 그런 뜬소문. 그 역시 혼자서 활동할 때는 조직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을 우연히 만나고, 팀으로서 움직이면서 조직이 실존함을 제대로 알게 되었지.


사내는 슬며시,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자신이 오늘 죽지 않고, 그리고 아주 만약에 풀려 난다면 이곳에서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아주 희귀한 정보가 될 테였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눈에 담기로 했다.


"...뒤통수를 꽤나 세게 찍으셨어."


사내는 자신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나옴을 느꼈다. 물도 마시지 않고, 생각보다 더 긴 시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났음을 알았다. 확실히 '조직'에서 가장 유명한 점퍼와의 사투는 힘겨운 일이었다. 그 또한 싸움으로는 누구와도 지지 않는 자신이 있었음에도.


그가 눈을 들자 본 것은 희미한 불빛으로 밝혀진 하얀 방 안이었다. 뒤에는 손을 얹고 있는 남자가 있었고, 앞에는... 다소 어린 티가 나는 사내가 하나 있었다. 10대? 아니, 그러기는 어려웠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과 조직의 엄중함을 생각했을 때 적어도 20대는 넘었겠지. 보기보다 나이 들었으리라 짐작했다.


눈 앞의 어린 티가 나는 청년이 말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잘 모르겠군. 찍은 놈한테 말해. 그보다 몸은 좀 괜찮나? 당장 죽을 것 같다고 한다면 진찰 정도는 봐줄 수도 있어."


헤.


사내는 입을 벌리며 숨을 뱉었다. 실소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친절한 반응이다.


"고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보다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사내는 자신의 몸상태를, 최초의 짐작보다 더 안좋게 다시 생각해야 했다. 지나친 피로감과 근육통에 감각이 적어 도리어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청년, 생긴 것은 소년에 가까운 자가 말했다.


"고문이라니. 안타깝게도 그런 기술자는 없군. 그래도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건 있으니, 되도록이면 편한 길을 같이 걸었으면 좋겠는 바람이야."


툭툭. 하고 소년이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에는 짧고 얇은 몽둥이 같은 게 들려 있었다. 두 뼘 정도의 길이로 자른 철근 같은 느낌이었다. 겉은 매끈하게 마감이 되어 있었지만.


"......."


사내는 말을 멈추었다. 고통이나 고문에 대해 각오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가 고통을 주었던 상대들을 생각하더라도, 그가 감당해야 할 원한의 수위는 상당했다. 그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로 씨익 웃어 보였다.


"편한 길 좋지. 편하게 놓아주는 건 어때."


툭. 리듬에 맞추어 쇠막대기를 손바닥으로 잡던 소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생긴 것과 다른 날카롭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러도록 하지. 알고 있는 것만 다 불어. 우리도 쓸데 없이 송장 치우거나 범법 행위를 늘리는데 관심은 없어."

"......."


사내가 다시 입을 다물었고, 소년(겉보기에)이 물었다.


"이름."

"...잭 더 나이프."


퍽.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소년이 들고 있던 것으로 사내의 앞머리를 갈겼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소리였다. 사내는 고개가 돌아갔지만, 그가 들고 있던 게 적어도 쇠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피가 흘러야 했다. 머리의 감각이 맛이 간건가?


"중2병이냐? 이 미친 인간아. 한국인 아냐 당신?"


사내가 천천히 다시 고개를 바로 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날 그렇게 부른다. 이름을 불릴 일이 더 적지."


투툭. 가볍게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두드리며 소년이 말했다.


"아니 그런 소리는 됐고.... 나이프 휘두르는 걸 자랑하고 싶은 거야? 이름 불어 그냥."

"......송일우."


소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좋아, 일우씨. 우리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아니... 일방적으로 내 쪽이 당신을 알겠지만."


사내, 일우가 감추어야 할 대단한 대의나, 비밀은 사실 많지 않은 편이었다. 협상을 해서, 그의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상대방의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모두 팔 수 있을 정도로.


그가 활동하는 팀은 규모가 작고, 견고한 단체가 아니었다. 고작 몇 명의 점퍼들이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 모여서, 사회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자유'란 법의 테두리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이 움직이는 점퍼들은 몇 명이나 돼지?"


소년의 물음의 송일우가 답했다.


"......솔직히."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게 힘들다. 듣는 입장에서도 유쾌한 소리는 아니고.


"...당신들에게 감춰야 할 게 많지는 않아. 안전을, 보장해준다면 말해주지. 그 전에 물을 좀 먹고 싶은데......."


툭툭툭. 소년은 손에 든 막대기를 두드렸다. 두 뼘 정도의 길이인 그것은, 외형은 쇠막대기처럼 일부러 만든 것 같았다. 실상은 그것보다 훨씬 가볍고, 무른 물질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무게감이 있는 플라스틱 정도의 재질이었다.


송일우의 얼굴을 잠시 노려보던 소년은 입을 열었다.


"마시는 편이 이야기에 도움이 된다면 못 줄 거 없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허공의 한 방향을 향해서 손바닥을 안쪽으로 까딱거렸다. 가지고 오라는 제스쳐였다. 일우가 앉은 각도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방의 천장 모서리에 cctv같은 거라도 있는지 모른다. 소년의 제스쳐에 반응해 짧은 텀으로, 그들이 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철컥. 여닫이 문이 안 쪽으로 열리며 손 하나가 튀어 나와서 물병과 종이컵을 건넸다.


소년이 받아들며 물을 따랐다. 쪼르륵. 그가 송일우에게 다가갔다.


의자에 묶인 채 힘 없이 늘어져 있는 꼴이다. 고개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최악을 생각한다면, 근처에 가서 이빨 정도로 방심한 상대의 손가락 따위를 물어 뜯을 수는 있겠다. 소년은 안쪽으로 종이컵을 감아쥐며 손에 힘을 좀 주었다.


소년이 송일우를 경계한 탓에 손등 부위가 그의 턱에 닿았다. 그 너머로 종이컵을 기울이며 물을 주었다. 주르륵. 송일우는 간신히 물을 몇 모금 마셨다. 물려고 든다면 바로 주먹을 쥐며 손을 빼 낼 작정이었으므로, 어색하고 불편한 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송일우는 그 정도의 물로도 적잖은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긴 시간 있었음이 역시 확실하다.


"후우...."


소년이 물었다.


"입 좀 털어보시지. 식사까지 챙겨 줄 생각은 없어. 대답하지 않는다면 구금이 길어질 거고. 또 우리는 당신네 정도의 규모의 점퍼 범죄자들이라면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해서 신문을 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야."

"......."


사실 송일우는 전 세계의 점퍼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자신이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점퍼'는 자신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 있다는 것. 전체 인구에 비한다면 극도로 적은 수가 있다는 것. 자신보다 오래 활동한 점퍼들이 있고... 한국에만 알기로 조직을 제외하고 십 수 명이 있다는 것 정도.


그 정도 수에서... 6-7명 정도의 무리가 모여서 움직이는 자신의 팀은 꽤나 규모가 클 지도 모른다. 조직의 여력이 어디까지인 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면 진지하게 상대할 규모라는 것 정도는 알아들었다. 확실히 점퍼가 그 정도 모여 있다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전원이 반사회적인 싸이코이며 세상의 멸망을 바란다면 하루에 수백 회라도 여유롭게 점프를 이용해서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잡히기 전까지, 각을 잘 보면서 움직이면 어떤 삼엄한 경계나 시설이라도 뚫고 파괴를 일삼을 수 있었다.


뭐 약간의 시간과 자본, 그리고 철저한 준비가 있다면 보다 현실성이 있어 지기도 한다. 점퍼의 도약에는 이미지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면 도약을 해내는데 제약이 많다. 도착지의 좌표 값이나, 상세한 지도, 그리고 민간에서도 구할 수 있는 사제의 전투 물자 따위를 이용한다면 큰 신체 능력이 없어도 수 많은 사람들을 농락할 수 있었다.


점퍼라고 하더라도, 도약을 제외하면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에 준비가 미진하거나 잠시만 방심을 해서, 타격을 입고 죽거나 다칠 위험은 컸지만.


그럴 의지만 있다면 여서 일곱 명은, 제 3세계 국가의 정부라도 털어먹고 전쟁 물자를 취한 뒤 강국들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며 협상을 일삼을 수도 있다. 물론 그들만이 유일한 점퍼가 아니기에, 그 정도까지 가면 확실히 비슷한 능력을 가진 카운터 헌터들의 제재가 들어오리라 생각 되어서 않는 것 뿐아다.


심각한 인명 피해나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강력 범죄를 수 차례 저지른다면, 지명 수배라도 찍혀서 죽을 때까지 쫓길 것이기에 살짝 머뭇거릴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팀이 준법 정신이 투철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어느 선진국의 은행을 털어서, 귀금속 류를 돌아가며 취하고 자금을 모은 뒤 환전해서 여기저기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뒷세계에서 움직이는 이들이라면 이미 몇 개의 조직의 여러 조직원들을 보내버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좋을 대로 움직이며 '조직'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만일 가능하다면 그들의 약점이라도 취해서 더 큰 자유를 얻으려고 했지만... 그럴싸한 모든 계획이 실행되지는 않는다.


위의 계획이 가능했던 건 송일우의 존재가 컸다. 일반인을 훨씬 상회하는 대인 전투 능력이 있었고, 그들의 리더가 총화기까지 익숙하게 다루는 양반이었기에 무력적으로 자신감이 있어서 가능한 움직임이었는데... 조직의 미치광이는 송일우의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그다지... 할 말은 없다. 우리가 모두 몇 명이냐고? 전 세계에 점퍼가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당신네들보다 큰 단체가 만들어지기 어렵겠지. 그냥 개인적인 멍청이들이 모인 정도야. 여섯에서 일곱 정도.... 가끔 모여서 일을 할 때 말고는 우리는 서로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른다."


송일우가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소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래 말하기 귀찮네. 좀 더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내 별명을 알려주지. '스미스smith'야. 대장장이란 뜻이지. 대장장이가 뭐겠나? 무기를 만드는 사람이야. 그러면 내 일은? 이것저것 쓸만한 발명품들을 만들어내는 거지."


그가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칩과 날카로운 바늘이 합쳐진 물건을 꺼내 들었다.


"현대 기술이 어디까지 발명되었는지 알고 있나? 아마 자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신기할 수 있어. 사회에 공개되지 않은 과학 기술들이 있지. 나는 그런 기술들 틈에서, '점프' 현상에 대해 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지. 이건 그런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이고."


그가 어두운 불빛에 잘 안보일까봐, 송일우의 얼굴 가까이로 그것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점프가 정신과 뇌파에 의해 좌우되는 건 알 수도 있겠군. 상식에 가까우니. 이건 그런 특정한 뇌파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라네. 물리적인 재밍이라고 해도 좋아. 다만 연구는 완벽하지 않고, 샘플도 희귀하기 때문에 다소 거친 면이 있어. 점프에 관여한다고 보이는 뇌파, 전기신호, 체내 물질 여러 개의 작동을 다 틀어막는 식이거든. 사용례가 많지 않아 부작용은 다 확인되지 않았다네. 여긴 의사와 수술대도 있으니 이걸 자네 신경계에 삽입을 할 수도 있고... 아마 후천적인 수술로 일반인으로 돌아갈 거야. 멀쩡하게 돌아갈 지는 모르겠군."


흔들흔들. 미약한 불빛은 작은 칩셋을 불길하게 비추었다. 그 끝에 달린 바늘이 왜인지 위협적으로 보였다. 송일우의 눈이 약간 흔들렸다.


"우리의 소중한 실험 사례가 되어주겠나? 그러면 일단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길어질 수 있을텐데. 다만 부작용 때문에 자네의 기억이 온전하지 못할 수는 있겠군. 나로서도 답답하지만, 길게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어."


어설픈, 고도의 과학 기술에 의한 물리적인 재밍이냐, 혹은 능력자에 의한 전통적인 재밍이냐. 후자는 인력을 사용하기에 24시간 감시 체제를 유지하는게 조직으로서도 꽤나 부담인 건 사실이다. 도약 횟수를 떠나 구금된 자의 몸에 계속 손을 붙이고 있는다는 게. 어느 정도 긴장감 또한 유지해야 하니, 일우의 정신이나 인내력이 무너지는 것만큼 조직 또한 상당한 심력을 나누어서 부담해야 했다.


송일우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인상이 찡그려지는 걸 느꼈다. 살고 싶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직지 그의 생각보다 온건한 곳이라는 건 알겠다. 막나가는 곳이었다면, 이런 곳에 끌려왔을 때 이미 자신의 몸 어딘가가 날아갔을 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서의 말을 들으니, 자유롭게 지내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룰 수 없는 소망보다는, 눈에 보이는 희미한 희망이 더 간절한 법이다.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소년, 스미스가 말했다.


"대가리가 누군지. 접선 방법은 뭔지. 인원들 특징이랑 인상착의. 알고 있는 것만 다 불어. 다른 놈들도 상황 보고 심각한 놈들 아니면 거칠게는 안 다루니까. 연쇄 살인마쯤 되면 전자 구속구에 화약이라도 넣은 뒤에 감옥에서 썩게 하겠지만."


조금 더 덧붙였다.


"이건 경고야. 점프라는 능력을 함부로 쓸 지 모르는 놈들에 대한. 괴상한 놈들에게는 그래도 절차를 마련해주는 게 자비로운 거겠지. 한 번은 실수로 그랬다고 해도, 다시 막나간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때는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 행동권을 바로 사용해주지."


경고, 라는 말에 아이러니하게도 송일우의 마음이 움직였다. 알아듣기 쉬운 말이었던 터다. 특이한 능력을 가진 놈들이 정도를 모르고 날 뛸 수 있었다. 다시 그러지 않는 정도로 마무리 된다면 조직에 대항하지 않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가 된다. 그들은 자유의 의미를 사적으로 해석한 망나니들이었지만, 선택하라면 살 길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후....... 대장은 40대 후반의 한국인이야. 군인이라도 되는지 총도 잘 다루고......"


송일우의 입이 열렸다. 체념한 듯한 목소리였다. 스미스가 송일우의 뒤에 서 있는 점퍼에게 눈짓을 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 하고 있지?'란 뜻이었다. 그가 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고.


"...접선은 매 월 3일에 파주에 있는 인적 없는 폐건물에서 21시에 모인다. 그 외 연락할 일이 있으면 공유하는 주소의 인터넷 페이지를 사용하고......"


송일우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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