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Jumper, 순간이동자 1부 (6)

현대편

by 장성우 n 살생금지


홍인수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물.


그는 잘생긴 청년이었다. 늘 깔끔하게 단장을 하고 다니기도 했고. 나이는 28살. 그가 조직에 들어온 건 20살을 조금 넘긴 때였다. 어느덧 7, 8년차 정도가 된 일이다. 그가 이곳에 속한 것도.


우물우물.


그가 이 단체에서 '일'이라고 할만한 걸 한 건 오래된 일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고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미치광이같은 점퍼 범죄자들과 어울리느라 몸이 남아나지 않게 치고 박고 뒹굴어야 하는 건 피곤한 일이었고, 그들이 머무르는 본부 건물의 식사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조직은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의 고위층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나라와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몇 선진국의 정재계, 혹은 과학 학술계와도 연이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과 컨택을 하고 일을 처리하고, 기술적인 도움이나 지원을 주기도 하면서 나쁘지 않은 규모의 부를 얻었다.


기지의 식사를 담당하는 수준급의 요리사들도 그런 대가들 중 하나였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크기의 호텔에서 일했던 셰프들이 여러 명이었다. 솜씨가 좋은 사람도 있었고, 평범한 사람도 있었지만 홍인수의 수준에서는 과분한 정도였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만져본 일이 없었다. 먹어왔던 것도 평범한 것들이나 그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었고. 삼시 세 끼를, 여건만 된다면 기지에서 제공하는 정식으로 먹을 수 있다니. 근로 의욕 상승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환경이었다.


-아, 아. 기지 내 방송. 원 투, 원 투. 코드 네임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 기지 내에 있다면 호출 응답하십시오. 점심 시간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호출기를 거들떠도 안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13시 15분까지 훈련실로 와주십시오.


그가 양식으로 차려진 정식에서 스프를 떠 먹고 있을 때였다. 평범한 크림 스프라도 요리사가 만들면 다르긴 해...라는 생각이 들 때 식당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다. 달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대체로 조직의 임무는 휴일을 가리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는 오늘 비번이었다. 그의 임무 강도가 타 인원들에 비해 높고, 반복된다는 걸 생각하면 임무 완료 다음 날 정도는 그를 건드리지 않는게 조직 내의 관례였다.


어차피 일부러 부르지 않아도, 조직의 무력을 사용할 일은 많고 크게 지나지 않아 또 바깥으로 돌게 되니까.


식당은 나름대로 크기가 있고 쾌적한 인테리어였다. 약 30명 정도는 한 번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긴 테이블을 열에 맞추어 깔아두고 자리에 앉아서 먹는 식이고... 청소를 위한 고용인이 따로 있어 청결하다. 기지의 일관된 정서인 흰 톤에 심플한 분위기였고, 밝은 실내등으로 환하게 비추며 스피커에서는 낮은 음량의 클래식이 흘러 나온다.


시간에 맞추어 가면 일반 요리는 만들어진 걸 자율 배급하는 식이고, 메인 디쉬만 인원에 맞춰 새롭게 요리해준다.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하다가, 클래식이 끊기고 스미스smith의 음성이 들린 경우였다. 홍인수는 내용을 듣자마자 주머니를 뒤적거려 호출기를 꺼냈다. 시계형도 있었지만 그는 구태여 구형 호출기를 들고 다닌다.


삐삐 모양이었다. 호두만한 크기에 납작한 호출기가 숫자나 단어를 표시하고 있었다. 보통 불빛이 나고 소리가 나는데, 식당 소리나 음식에 집중한 탓에 무시한 모양이다. 사실은 피곤한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상태도 어느 정도 연관 되었을지 모른다.


-호출. 소드마스터. A동04훈련실. 직후시 15분. 손님 관련.


지금 시간은 2시 55분이었다. 조직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실제 임무에 투입되지만,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오늘의 그가 맡을 수 있는 일은, 다른 인원들이 다소 분담해줄 것이다. 그는 직전까지 편하게 밥을 먹고 도약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오, 소드마스터!"


그가 다시 스프를 떠먹을 때 지나가던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소드마스터', 라는 코드 네임은 조직의 신참들에게 가십거리나 놀림거리가 되기 쉬운 단어였다. 한국에서 판타지 소설을 읽어 본 친구라면 더욱 그러하다. 홍인수는 조직의 인원들에게 굳이 불만을 표현하는 편은 아니었으므로, 대개는 넘어간다.


물론 가끔, 오래된 동기나 선임자들이 놀릴 때는 짜증을 낸다. 대인 전투에 관해 특기 요원이라고 이런 코드 네임을 배정한 지휘관에게도 종종 투덜거리기도 한다. 기분이 아주 안 좋으면 모의 훈련을 빙자해서 힘을 주어 집어 던지기도 하고.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으면, 그에게 다가와서까지 심하게 장난을 걸 배짱 좋은 신입은 없었다. 그와 정기 대련 훈련을 한 번이라도 가져보거나, 참관한 요원이라면.


그는 서양식 정식을 마저 다 먹고 나서야, 차분하게 일어섰다. 오늘 안심 스테이크는 특히 곁들여진 소스가 마음에 들었다. 셰프가 신경을 쓴 건지 자주 보지 못한 블루베리 소스가 기가 막히다.


-호출. 소드마스터. A동04훈련실. 직후시 15분. 손님 관련.


소드마스터는 그의 코드 네임이었다. A동은, 그가 있던 식당 건물 건너에 있는 기지 건물이었다. 04훈련실은 A동의 주 훈련실로, 가장 큰 훈련실을 말했다. 1, 2개 소대 인원 정도가 동시에 모의 대련을 할 수 있는 크기였다.


식당은 기지 B동의 지하 2층이었고, 훈련실은 건물 사이를 잇는 터널을 지나 A동의 지하 4층이었다. 직후시는 말 그대로 호출 받은 시간 바로 다음 시간을 뜻하고... 손님이라면, 그가 데려온 사람을 말할 테였다.


기지 건물은 제법 규모가 크다. 어지간한 대형 병원의 크기 정도는 되었다. 고층 빌딩을 짧게 잘라서, 지하에 넓게 배치해둔 모양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었다.


고로, 걸어가기 귀찮았으므로, 홍인수는 능력을 사용했다.


4월 2일. 토요일.


오후 13시 10분.


한가로운 주말 점심. 그는 예정에 없던 호출을 받아 뚱한 표정으로 훈련실 앞에 서 있었다. 기지 내 불필요한 도약은 지양하자는 주의가 조직 내 규율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였지 필수는 아니었다.


범죄에 거리낌이 없는 점퍼를 상대하는 건, 꽤나 고달픈 일이었다. 홍인수를 비롯해서 대인전에 특화된 프로 팀이 있다면 그들이 출동하고, 없다면 연이 닿은 각국에서 지원해주는 특수 부대원들이 갖은 주의와 훈련을 받고 중무장을 한 채 나서게 된다.


대인전 대응 능력이 B급 이상으로 책정된 인원들 중에서 빠르게 차출을 해서 대동한 채로.


바꿔 말하면 온갖 무장을 한 특수 부대원들이 할만한 일을 혼자서, 혹은 몇 명의 팀워크로 해내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심적인 소모가 크다. 홍인수는 외부 임무를 맡고 온 다음 날 정도는 휴식을 주장했지만, 간혹 조직적으로 사정이 생기면 가차없이 움직여야 할 때가 있었다.


오늘처럼.


그가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냥 누군가에게 투덜댈 수 없는 점은, 그가 직접 데려 온 민간인과 관련된 일일 터였기 때문이었다.


기지 내의 인테리어는 통일된 컨셉으로 온통 하얗고, 깔끔하다. 먼지라도 쌓이면 바로 보이는 실내였고, 덕분에 고용된 청소부들이 하루에 3교대로 청소를 한다.


홍인수는 하얀 복도에 서 있었다. 두꺼운 철문에 충격 방지용 에어백을 붙여둔 훈련실 앞에서.


등을 벽에 기대고 구두 굽으로 바닥을 까딱거리며 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두 명이 걸어왔다.


13:14.


그는 재래식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딱 맞추어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이들은, 아마 코치Coach와... 김민서일 테다. 민간인 사내.


"여어. 걸어 오십니다?"


홍인수, 소드 마스터, 소마가 시비를 걸었다. 코치, 김만철은 멀리서 대답했다. "시간보다 일찍 왔군!" 그는 목청이 큰 사내였다. 언제나 아무도 안 입는 조직의 정복을 다려서 입고 다니고, 훈련소 조교나 쓸법한 모자를 눌러 쓴 채 기지를 활보한다.


조직의 수많은 인원들이, 그에게 사사 받았다는 점에서 입지가 높은 인물이었다. 홍인수는 그런 이한테 친근하게 구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고.


코치와 민간인은 금방 걸어와서 홍인수의 곁에 섰다. 김만철이 두꺼운 손으로 홍인수의 팔뚝을 퍽 하고 쳤다.


"기지 내에 있으면서 호출이 잘 안되는 군. 쉬는 것도 좋지만 호출기 내용 정도는 봐줘야지."


홍인수는 팔뚝을 반사적으로 문지르면서 답했다.


"아니 더럽게 힘만 세서.... 저도 몰랐습니다. 식당에서 밥먹느라 호출기가 울리는 줄도요."


코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 때마다 모자의 챙이 같이 흔들린다. 빠르게 흔들면 근처에 있는 사람한테 제법 위협적이다.


"아무튼 됐네. 들어가지."


그가 철문을 가리켰고, 홍인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양문을 열었다. 철컥, 하고 손잡이를 내리면 큰 저항 없이 바로 열리는 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이는 건 익숙한 실내다. 하얀 색의, 별 것도 없는 넓은 공간. 아래 위 다 비슷한 톤으로 깔끔하게 칠해져있고, 어떤 가구도 없이 휑하다. 다만 이 공간의 벽들은 충격에 강한 소재로 덧대고 페인팅을 새로 했다. 설계도를 본다면 이 방만 유난히 옆 방의 공간과 거리가 띄워져 있다. 많은 내장재가 사이를 막고, 일부러 거리도 벌려놨다.


두 개 소대, 그러니까 3-40명 정도가 운동을 해도 될 정도의 크기였다. 그 방의 출입구에서 떨어진 앞 쪽에는 단상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흰색으로 페인트칠이 된 구조물. 홍인수에게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방이었다. 민서에게는 두 번 째였지만.


코치가 말했다.


"이번 교육생은 열의도 괜찮고 습득도 빨라서 가르치기가 편하더군. 오전에 단체 도약 재밍을 마쳤어. 오후에는 점퍼가 공격해오는 상황에서 생존법을 배울 차례네."

"오전에요? 빠른데요. 김민수 씨. 제가 하라고 했지만 습득이 정말 빠르네요."

"어... 예. 그래요?"


김민수는 모든 게 낯선 환경에서 움츠러드는 성향이 있었다. 홍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와닿지는 않는다. 홍인수가 말했다.


"예. 보통 비능력자에게 단체 도약 재밍을 습득시키는데 몇 주가 걸립니다. 길어지면 아무리 해도 못 배우는 사람도 많고요. 그걸 하루만에, 한 번에 했다는 건 이상할 정도로 빠른 겁니다. 하나님이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라시기라도 하나 봅니다."

"어...... 예. 저도 제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서는 멍청한 말로 대답했다. 이곳에서 듣는 말들이나 정보는 대개 실감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조금이라도 현실성이 있는 부류였으면 비교라도 해서 알아 듣겠는데, 아예 새로운 정보들이니. 기계 공학과를 다니다가 연고도 없이 불어불문학과 심화 전공을 듣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불어로 수업하는 종류.


홍인수는 혼자 말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죠. 애초에 점프부터가 해석 안되는 판에. 그럼 만약에 당신이 전투나, 조직에서 필요한 업무에 재능이 있다면 이곳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코치가 동의했다.


"소마의 말이 맞네. 괜히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말은 안했네만. 드문 경우지. 혹시 평소에 집중력이나, 정신력이 강한 편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나 자넨?"


민서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런 일은 없었다.


"아뇨. 평범합니다. 의지 박약이고요."


평일 낮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가는 것조차 애를 쓰는 인간이었다. 더욱이 기계공학은 도중에 놓아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김만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다.


"당장 해야할 일이 있다면 원인은 몰라도 될 때가 있지. 아무튼 지금부터는 대인 전투의 일부라네. 식사 후라 미안하지만, 토하기 직전까지만 굴려주면 될 것 같은데."

"예?"


민서가 반문했다. 홍인수는 긍정했다.


"어, 예. 알겠습니다. 내근 요원들 수준으로만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러면 좋은데 가능한 기간이 얼마일지 모르겠군. 김민서 교육생."

"예?"


만철이 물었다.


"혹시 시간 많나? 특별한 인생의 장기 계획이라도 준비 중인가?"

"어... 예."


민서는 왜인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철이 답했다.


"없는 게 분명하구만. 할 일 없이 때우는 젊은 인생이 분명해. 그럴 바엔 앞으로 주말마다 와서 체력 단련이라도 하게. 어딘가 써먹을 데가 있을거야. 우리는 돈도 안 받고 말야."

"예?"


짝짝. 코치가 가볍게, 하지만 절도 있게 소리를 내서 박수를 쳤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제스쳐였다.


"젊은 날엔 고민보단 부딪히는 게 좋을 때가 많지. 일단 배워보게. 지금 하는 교육의 이름은 '만약 싸이코 점퍼가 너를 노린다면'이라네. 인수 군?"


코치는 홍인수를 친근하게 불렀다. 홍인수가 오기 훨씬 전에, 조직과 한국군의 트레이드로 군 경력을 쌓은 전문가인 그는 홍인수의 전투 교관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는 따지자면 동안인 편이었다. 신체적 능력도 준수하게 노화를 막고 있는 체육인이었고.


홍인수는 코치의 말에 별 대꾸도 없이 곧장 훈련실의 중앙으로 향했다. 바닥은 견고하지만, 넘어질 때 충격을 흡수해주는 재질로 되어 있었다. 조금 험하게 굴리거나, 유도 기술을 써도 잘만 낙법을 치면 잘못될 일은 없다.


물론, 민서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자퇴생에 불과했다. 이 말도 안되는 현상을 발휘하는 괴인들에게 둘러싸여 이 자리에 있었지만, 생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는 당황스러운 상황의 대처법을 조금 주워 듣고, 정보를 얻고 돌아가려는 속셈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격적인 체육계의 훈련에 동참할 동기는 없었다.


툭.


만철의 손이 민서의 등에 닿았다. 슬쩍 미는 것이 가운데로 자리를 옮기는 것 같아서, 민서는 고개를 돌려 말하려고 했다. '아니 이게 뭔... 뭐 할 건지 말이라도 일단 자세하게 해주셔야....' 점퍼의 경우엔, 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간과했다.


우웅. 하고 이제는 익숙해지는게 아닌가 하는 기묘한 감각과 소리가 울렸다. 민서는 눈 한 번 깜박일 사이에, 훈련실 가운데 선 홍인수와 마주보고 있었다. 단체 도약 재밍은 제 때 발휘하지 못했다. 코치가 말했다.


"이런. 오전에 배웠던 걸 썼다면 조금 느린 코스로 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자네는 빠르게 많은 걸 배우는게 생존에 도움이 될 것 같군."


교관같은 말투였다. 코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언변이었다. 민서가 변론을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코치는 사라졌다가 저 멀리서 나타났다. 그가 큰 소리로 말한다.


"인수 군! 백업 요원 과정으로 가지!"

"예 써Sir, 코치!"


홍인수가 덥썩, 다가왔다. 몇 걸음 정도의 거리는 소마에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간격이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넋을 놓고 있다면. 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다가와 치명타를 갈길 수 있다. '소드마스터'라는 별명은 조직 내 대인전투 최강을 가리킨다. 그는 어지간한 격투의 프로와 싸워도 도리어 압도하는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민서는 오늘 후드 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왔다. 신발은 운동화를 신은 채였고. 홍인수는 자연스럽게 그 멱살 부위를 잡아 채고는 슬쩍 발을 걸었고, 그대로 몸을 돌리며 던졌다.


"아, 아악!"


민서는 굳이 따지자면 조금 체감이 느린 편이었다. 어딘가 붕뜬 구석도 있었고. 일상 생활에서의 성격이나, 태도에 있어서. 간만에 현실감이 몸을 덮쳐오며 그를 급박하게 만들었다. 편히 쉬고 있는 집안에 미친 점퍼들이 처들어왔을 때 다음으로 놀라고 있었다.


변변찮은 반항도 못하고 민서는 한참을 던져졌다. 본격적인 싸움을 위해서라면,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매다 꽂겠지만 초심자의 훈련을 위해 거리를 주고 여유를 두는 던지기였다.


와아악! 그 거리만큼 민서의 시야가 돌며 당황스러움이 더해졌다. 쿵! 사람이 땅바닥에 던져질 땐 이런 소리가 난다. 민서는 경황이 없는 중에서 큰 소리를 들었다. 자기 몸으로 만든 소리가 아니었다면 좀 더 정신을 차릴 수 있을뻔 했다.


왁. 왁. 우악. 의외로 바닥의 재질이 괜찮았다. 민서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순간에. 사실 죽을 지도 몰라,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통증이 있었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바닥이 반탄력이 있어서 충격을 받고 다시 튀어 오르기까지 한다.


우웅.


하고,


느끼기 싫은 감각이 느껴졌다. 소마는 훈련에 나름의 열정을 다하기로 했다. 휴일에 불려 나와서 짜증을 부리는 건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데려온 민간인에 대한 책임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간만에 직접 훈련을 봐주는 거라 신이 났을 수는 있었다.


홍인수, 소드 마스터는 복싱과 무에타이, 유도와 주짓수를 배웠다. 다양한 장르를 배웠지만 그건 곧 현대에서 MMA선수들이 익히는 것과 흡사한 기술들이었다. 그는 그런 분야의 이해가 뛰어난 편이었고, 수행 능력은 더 뛰어난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몸으로 하는 일엔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본격적인 실전을 거치면서 더 날카로워졌고.


점프의 전투적 이용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그는 가장 빠르게 근거리 도약을 연속으로 하는 인물이었다. 순간 집중도나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사소하게는 어지럼증 따위에 익숙해지는 훈련도 필요했고.


일반적인 움직임과 다르게 점퍼의 전투에는 동작의 맥락이 결여되어 있다. 점프는 관성을 무효화시킨다. 순식간에 암전되었던 시야가 돌아올 때, 자신이 상상했던 장면과 맞추며 현실에서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잠시 0이 되었던 운동성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자세가 가능해야 했고, 유연성이나 다양한 부위의 근육도 필요했다.


복잡한 일이었고, 그걸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능력이 필요했다. 조직에서 소드마스터라 불리는 인물의 손에서 벗어나는 건 민서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단 그만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비점퍼 전투 요원도 잘 벗어나지 못한다. 민서는 훈련의 첫 날 오리엔테이션 느낌으로, 한참 동안을 신나게 집어 던져졌다.


우악!


보통 몇 초 안에 끝나는 집어 던지는 동작이 계속해서 반복 되었다. 홍인수의 스테미나는 초인적인 수준에 가까웠다. 점프로 관성을 줄이고 이동 거리를 줄이면 힘을 더 분배할 수 있다.


민서는, 단언컨데 롤러코스터보다 수십 배는 어지러운 경험을 해야만 했다.


정말로 토를 하기 직전에야 훈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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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썸네일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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