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일기에 끼임
에세이를 쓰고 싶지만, 일기는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일기를 쓰고 싶다.
내 일기를 통해 누군가의 공감을 받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을 내보이는 게 두렵다.
언젠가 어떤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
“그 작가의 글에는 자기연민이 없어서 좋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쪼그라들었다.
나는 온통 자기연민뿐이라서.
물론 그 유명한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글을 읽다 보면, 연민과 아픔과 슬픔이 가득해서 읽기가 힘들 때가 있다.
한때, 에세이라며 내밀었던 글이 ‘너무 개인적이다, 날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기죽은 건 사실이다.
많은 에세이를 읽다 보면 늘 이런 문장들이 나온다.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런 말들은 나에게 버겁다.
하기 싫어서도, 몰라서도 아니다.
그저, 해도 소용없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스스로를 기만하는 기분이 든다.
내 삶은 그러한가.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그렇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하고 있나.
요즘은 긍정적인 문장이 오히려 더 힘겹다.
내 마음을 다독이기보다, 죄책감을 불러온다.
새로운 걸 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이미 바다까지 들어갔는데, 또?”
그 말이 절망처럼 가슴에 박힌다.
이제 나를 벼랑 끝에 세우고 싶지 않다.
내 길과 기존의 방식 사이에 껴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껴 있는 나에게 묻는다.
한 방향을 선택해야만 이 끼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기를 쓰면 사람들은 책을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쓰고 싶다.
쓰면서, 읽는 누군가와 나의 불완전함이 맞닿기를 바란다.
그 작은 맞닿음이, 글을 책으로 만드는 힘이 되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