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다 방황할때 다시 보는 글

내가 쓰는 글의 방식에 대하여, 내가 돌아올 자리

by nemo

나는 글을 쓸 때
생각을 정리한 뒤 쓰지 않는다.
생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다.


그래서 내 글에는
명확한 결론보다
머뭇거림이 먼저 나오고,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


이 방식은
정리가 덜 된 글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미완인 글이다.

내 글의 중심에는
항상 하나의 문장이 있다.


그 문장은
주장이라기보다
사유의 도착 지점이다.
나는 그 문장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둔다.


글을 다듬을 때
나는 논리를 고치지 않는다.
호흡만 고친다.


생각이 바뀌는 지점에서는
줄을 바꾸고,
감정이 들어오는 문장에서는
짧게 멈춘다.


반복과 비약은
지우지 않는다.
그것이
내 사고의 결이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 뒤에
답을 붙이지 않는다.
질문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독자에게 건네는
여백이라고 믿는다.


내 글이 주는 답은
해결책이 아니라
정리된 감각이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삶이
바뀌지 않아도 좋다.
다만 오늘 밤,
조금 덜 불안해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한다.


정리된 답을 쓰지 않아도
정직한 태도는
신뢰가 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사실
내가 조언하는 말들 중
나 스스로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글을 쓰다 방황할 때,
더 잘 쓰고 싶어
양 머리를 쥐어잡을 때,
이 글을
다시 읽기 위해
여기에 남겨 둔다.


그리고
내 글을
이해받고 싶은
아주 작은 마음도
함께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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