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극적이거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런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큼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때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에게 공감받지 못하거나, 불편하다는 후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늘 망설여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 같았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기록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스스로를 위해 이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경험이 내 삶 전체를 단정 짓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철저하게 외로웠던 마음과 동시에 분명히 존재했던 사랑과 보호. 버려졌다는 감각과 버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살아오며 배웠다. 어딘가에 속해 있으면서도 완전히 기대지는 못했고, 사랑을 받으면서도 고립된 감각을 안고 살았다. 보호받았지만 의지할 수 없었고, 괜찮아 보였지만 자주 혼자였다.
이 책은 그 모순된 시간들을 모은 기록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지 않으려 한다. 더 불쌍해 보이기 위해서도, 더 단단해 보이기 위해서도 쓰지 않았다. 다만 세상 그 누구도 몰라도 되지만, 나만은 기꺼이 나를 알아줘야 했다.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보듬을 때 미래를 꿈꿀 수 있고, 현재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 치열한 과정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글은 최대한 정제하려 애쓰지만, 평소 언어는 가볍게 쓰는 편이라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한다. 잘 웃고 수긍하며 쉽게 다가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어떤 기준 앞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특히 책임의 문제에서는 스스로에게 꽤 냉정하다. 그런 태도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만만한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꽉 막힌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설명하려 들지 않았던 태도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넘겨두었던 마음들, 그리고 성장하면서 부모와 나누었어야 했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숨기지 않고 남겨두고 싶었다.
이 글들은 누구를 이해시키기 위해 쓰이지 않았고, 설득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무척이나 이해받고 싶고,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내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내 모습이니까.
부디 이 책이 자신을 알아가는 길 위에 서 있는 분들께 편안한 동행이 되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고독한 길을 걷고 있는 세상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