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식 축가 도전기

by 김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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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에서 우리 부부는 결혼을 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치러졌던 특별한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면서도 감사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엄청난 계획형 인간 들인 만큼 이 인륜지대사를 허투루 치르고 싶지 않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었더랬다.


결혼을 앞두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해결되어 가던 우리의 준비 숙제들, 하지만 그 와중에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았던 난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축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변에 좀처럼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고, 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다 해도 우리와 그다지 큰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면 축가를 부탁하기가 조금 애매하다고 느꼈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축가는 정하지 못하고.. 비용을 들여서 전문 축가자를 섭외해야 하나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나는 큰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축가.. 내가 한 번 해볼게!"



내가 축가를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의 결혼식에서 내가 축가를 부르는 것이, 그 누가 부르는 것보다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 사실 아내는 신랑이 축가를 부르는 결혼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축가를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혹시 아내가 그다지 내켜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선뜻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평소 이런 자리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우리의 원만한 결혼식을 위해 큰 결심을 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불신 대신 응원을 해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 나는 바로 연습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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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0, 약 3개월 특훈의 시작’

축가를 부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후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보컬 레슨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뭔 축가 한 곡 하려고 보컬 레슨까지 등록을 해?” 하지만 나에게는 실력이 필요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와 그 자리에 방문할 모든 분들이 내 노래를 듣고 뻘쭘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래도 축가 어느 정도는 부르네'라고 생각하게 할 만한 실력이. 그렇게 나는 총 두 곳의 실용음악학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았다. 방문한 곳들에서 나는 똑같은 질문을 했다. “한 노래만 3개월 동안 계속 연습하면.. 축가로 부를 정도 실력은 되겠죠..?” 나는 그렇게 걱정을 가득 앉은 채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해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일반 수강생이 아닌 특수한 목적을 지닌 수강생이기에, 수업 첫날 시작 전 선생님은 나에게 축가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골라오라는 미션을 줬다. 머릿속을 스쳐간 여러 가지 노래가 있었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골라간 노래는 김범수의 ‘사랑의 시작은 고백에서부터’였다. 김범수라는 가수가 불렀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음정이 낮고 쉬운 곡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복병은 음정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자 그럼 실제로 한 번 불러볼까요?” 첫 수업에서 목 풀기를 마치고 선생님은 나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노래를 권했다. 반주가 흘러나오고 노래를 시작하려는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가사가 아닌 “엥?”이라는 감탄사였다. 그렇다, 수업에서 흘러나온 반주는 내가 생각하던 노래방 반주가 아닌 MR 반주였던 것이다. 한 번이라도 MR 반주에 노래를 불러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노래방 반주에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MR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음정, 박자를 맞추지 못하며 나는 한참을 뱅뱅 돌았고 나는 축가를 준비할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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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기를 잘했다.'

처음에 심히 당황하기도 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다행히 나도 수업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MR 반주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가를 위해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2개 있었다. 첫째는 내가 남자치고는 키(음정)가 높은 편이라는 것. '사랑의 시작은 고백에서부터'라는 곡이 다소 음정이 높은 곡이기에, 나는 원음정에서 2 키를 낮춘 버전으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인지 음이 잘 맞지 않았고, 선생님은 1 키씩 더 올리며 결국 원음정으로 부르기를 권해주셨다. 나는 오히려 원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졌고, 나의 음정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둘째는 한 곡의 노래에도 수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면 좋아'가 아닌 가사 한 부분, 한 부분에 맞춰 호흡을 어떻게 가져갈지, 음정을 어떻게 변주를 줄지 등 세세한 기술이 노래 곳곳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MR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비롯해, 이 두 가지 모두 나 혼자 노래방에서 반복 연습만 하면서 준비하였다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받고는 있었지만, 과연 내가 축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나를 흔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이 느껴질 때는, 연습을 더 많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에는 수시로 회사 근처 혹은 집 근처의 코인 노래방을 들러 연습을 했고 시간이 되지 않을 때는 가끔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내가 잘 부르고 있는 게 맞는지 수시로 확인해 보며 나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는지, 보컬 레슨이 약 3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선생님의 무한 칭찬을 받을 정도로 나의 실력은 괄목상대할 변화를 겪게 되었다.



'나의 데뷔이자 은퇴 무대'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흘러, 우리의 결혼식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날은 나의 축가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내가 결혼을 한다는 신기함과 설렘 반, 그리고 아내와 가족들 앞에서 축가로 결혼식을 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스러움이 찾아왔다. 어느덧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드디어 축가를 부를 시간이 다가왔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고, 사회자는 축가 안내 멘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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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축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아시는 분이죠, 바로 신랑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그 멘트와 함께 나의 축가는 시작했고, 다행히 바들바들 떨면서도 축가는 별다른 실수 없이 무탈하게 마무리되었다. 많은 분들이 즐거워해 주었고, 결혼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추억이 쌓였지만 축가로 인해 하나의 추억을 더 쌓을 수 있었다는 사실 히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늘 야근을 마치고 회사를 나오다 오랜만에 코인노래방에 들렀다. 결혼식을 마친 이후 처음 방문하는 코인노래방이었다. 2천 원을 충전하여 4곡의 노래를 불렀다. 인기차트에 있던 노래들로 총 3곡의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 네 번째 곡은 내가 그토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사랑의 시작은 고백에서부터’를 불러봤다.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였음에도 3개월 동안 수없이 불렀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한 호흡 한 호흡이 왠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내가 또 어딘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자리에서 성공적인 데뷔이자 은퇴 무대를 가졌으니 후회는 없다. 혹시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리고 축가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도전해 보길. 결혼식을 더욱 강렬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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