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No.1
이제껏 종이책만 읽어온 나는 종이책만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 사람 그리고 전자책 어플로 책을 보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다. 책을 제대로 읽는 건지 의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편견은 유메님이 나타나고 삽시간에 부서지기 시작했다.
유메님은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를 보는 사람이었다. 유메님 덕분에 전자책에 대해 담론이 된 적이 있다. 어떤 어플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밀리의 서재가 가장 익숙했다. 왜냐면 밀리의 서재가 가장 많이 내게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는 마케팅에 진심이 이었다. 첫 달 무료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외치는 배우 조정석의 이미지가 뇌리에 깊게 박혔다. 밀리의 서재 말고도 리디와 YES24도 있었다. 그래도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되는 책들이 많아서 그중 으뜸이었다. 이들과 차이점은 밀리의 서재는 구매 및 소장의 개념이 아니라 완벽히 구독개념이라는 것이다.
결국에는 첫 달 무료라는 꼬드김에 나 또한 유메님처럼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서 보기 시작했다. 매번 책을 사는 것도 부담이고 좁은 방에 자리차지 하고 있는 게 공간낭비였다. 전자책을 탐탁지 않게 바라봤던 내가 어떻게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왜 전자책을 보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것인지 그 문제를 나에게 찾아보기로 했다.
신뢰하지 않는 건 정확히 전자책을 읽는 나의 모습이었다. 책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전자책으로 읽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폰이나 패드, 노트북으로 책을 읽으면 단 몇 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유튜브를 켜게 되었다. 연속적으로 책을 읽지 못해서 흐름을 캐치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이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나의 경험이 확장이 되어 타인에게 적용될 때는 관용과 이해는 결여되고 의심만 할 뿐이었다. 밀리의 서재로 읽었다는 유메님을 처음에는 색안경을 낀 채로 보게 되었다. 독서모임이 잘 마무리가 되고 나름대로의 독후감을 잘 이야기했더라도 나는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는 제대로 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자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경계하고 날이 섰는지 그때의 나의 모습이 지금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속으로 유메님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누군가가 내게 밀리의 서재를 구독할까라고 고민한다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평소에도 책을 잘 읽냐고 말이다. 책 읽기를 시작해 볼까 해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다면 여러 가지 유혹으로 그 의지가 쉽게 꺾여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효율적을 잘 이용하려면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
독서모임을 하고 나서 가장 큰 유익은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 가는 KTX 안에서 가방에 책을 넣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서비스되는 책도 많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덕분에 평소보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가 단지 촉감의 차이라고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유튜브의 늪에 빠지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런 내공이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