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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민 Nov 04. 2024

학교 뉴스레터 인터뷰

1. 현재 집중하고 계신 연구 분야는 무엇이며그 중요성은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사이버 회복력(Cyber Resilience)입니다. 사이버 회복력은 "악의적인 사이버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의도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Fail-Safe) 개념을 넘어, 사이버 재난(Fail)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하는 역량(Safe-to-Fail)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이버 범죄, 사이버 테러, 나아가 사이버 전쟁으로부터 우리의 사이버 공간이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국가와 사회의 핵심 기능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사이버 회복력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이를 위해 저는 현재 조직과 기관들의 실전 사이버 역량 강화를 위한 사이버 훈련 기술 및 기반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회복력은 각 조직이 스스로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기반 기술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이버 보안의 범위를 재난 안전으로까지 확장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사이버 보안 전문가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2. 이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동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서 2003년부터 2024년까지 21년간 근무하며, 보안 운영체제, 사이버 보안 관제, 사고 조사, 코드 분석 방지, 제어 시스템 보안, 스마트(마이크로) 그리드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러한 IT·OT 보안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사이버안전훈련센터장으로서 사이버 교육 및 훈련 업무를 총괄하였습니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COVID-19라는 재난을 맞이하면서, 재난은 언제든 닥칠 수 있으며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때 사이버 재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회복력이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RSA의 로힛 가이는 “회복력은 단순히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덜 넘어지고, 넘어졌을 때 더 잘 버티며, 일어설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사이버공격방어대회(CCE, Cyber Conflict Exercise)를 준비하며 사이버 회복력 강화 훈련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때부터 사이버 회복력 연구는 제게 평생의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3. 연구를 진행하면서 직면했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으며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석사 과정에서 IDS(침입 탐지 시스템) 연구에 몰두하던 중, 지도 교수님의 권유로 연구 주제를 보안 OS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리눅스 커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Linux Kernel Internals>라는 책으로 이틀에 한 번씩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지식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집단 지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안전한 커널>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던 미국 연구자에게 메일을 보내 “1부터 좀 알려줘!”라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뜻밖에도 답장이 왔습니다. 길고 장황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시작점과 핵심 포인트를 짚어준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 연구개발에 진전이 있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국내외 네트워킹의 위대함을 느꼈고, 앞으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이버 회복력 분야에서 기반 기술과 교육훈련 기술을 포함한 폭넓은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특정 주제에만 몰두하기에는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맞는 실무형 프로젝트 기반 연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학교 교육이 사회 실무 현장으로 이어져 국가 역량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반드시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는 실패를 통해 배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연구 성과는 무수한 실험과 반복적인 실패를 통해 탄생합니다.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연구 문화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실패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임계점을 넘어 새로운 능력이 창발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5.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정성(精誠)' 입니다. 저는 우리가 함께하는 커뮤니티에서 항상 정성에 기반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중용 23장>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6. 연구 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나 취미가 있으신가요그것이 연구나 교육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독서를 좋아합니다. 특히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인문학 도서를 즐겨 읽습니다. 이러한 인문학 도서들은 인간 삶에 대한 깊은 지혜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 또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과제를 기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계독 방식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이버보안 기술' 과제를 기획할 때는 십여 권 이상의 책을 계독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지향점을 깊이 통찰할 수 있었고,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유용한 경험이었습니다.          


7. 미래의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특히 사이버보안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매일 지식을 넓게 섭렵하고, 특정 분야에서 깊이 탐구할 수 있는 T(또는 π)자형 인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과학기술과 나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상의 반복이 그러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일을 내일도 할 수 있고,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다행입니다. 일상의 루틴은 나무처럼 단단하여,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닌, '매일의 성실함'입니다.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는 '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다(What will be will be)'는 의미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믿음을 상징합니다. 매일 성심을 다하며 살아가길 권합니다.     


또한, 외부에서 오는 우발적인 편익에 흔들리기보다는, "자신의 이성과 양심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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