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많이 힘드니? 내 손을 잡아라

제물진두순교성지

by 엠제이

인천 제물진두성지를 다녀왔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례자, 이승훈의 후손들이 공개 처형당한 곳이자, 여러 신자들이 순교한 성지로 알려져 있다.


성지라 하면 크고 웅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곳에 서 보니 놀라울 만큼 작았다.
작지만, 그 작음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하고, 역사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했다.


입구에는 제물진두성지의 간판과 함께 예수님상이 서 있었다.


그 앞에 놓인 기도문을 읽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앞이 흐려졌다.

“위로와 자비의 주님
사랑하는 아들아, 많이 힘드니? 내 손을 잡아라.
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노라.
힘을 내라.”


기도문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예수님의 상처 난 손을 덜컥 붙잡았다. 내가 예수님의 손을 잡을 자격이 되나? 잡아도 될까라는 의심이 더 들기 전 난 꼭 잡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위로를 주시다니.
순간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성지 입구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고, 벽면은 역사와 성물로 가득했다.


기도초를 하나 켜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순교기념경당이 펼쳐졌다.
몇 안 되는 벤치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는 기도를 드릴 수 있고, 미사도 봉헌할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나서 예수님상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 손을 잡은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위로와 평화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순교의 역사가, 신앙의 흔적이, 그 작고 조용한 공간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 현장의 숨결과 예수님의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작은 손길의 위로를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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