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쉬고 있는 청년 70만 명

실패한 개인입니까, 아니면 막힌 구조입니까

by 운정대디

요즘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종종 이런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왜 일을 하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면 선택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낮추면 일할 수 있고, 조금 더 버티면 기회가 올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의지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질문은 방향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갈 수 없는 구조 앞에서
서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현재 ‘쉬었음’ 상태의 청년은
약 70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중 상당수는
1년 이상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잠시 쉬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의 노동 시장은
사실상 두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른바 1차와 2차 시장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임금 차이가 아닙니다.


한 번의 선택이
이후 경로를 고정시킨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더 나은 조건으로 이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른바 낙인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청년들은
계산을 합니다.


애매하게 시작하면
나중에 더 큰 손해가 아닐까.
그래서
차라리 기다리는 쪽을 택합니다.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입니다.
이 선택은
감정이라기보다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기다림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준비의 시간이지만
점점 다른 생각이 자리 잡습니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같고
이미 뒤처진 것 같다는 감각
이때부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적인 고립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고
자신감은 낮아지며
사회와의 연결이 약해집니다.
‘쉬었음’이라는 상태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방향을 잃고
고정된 흐름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청년이 멈추면
부모가 움직입니다.
은퇴를 준비해야 할 세대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자녀의 생활을 감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노후는 뒤로 밀립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는
관계에서 나타납니다.
대화가 줄어들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며
가정 전체가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선택들이
정말 개인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우리가 만든 구조 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였는지


아직은 쉽게 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에 우리가 서 있는 구조부터 다시 봐야 하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