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선택들은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대기업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청년,
그 청년의 선택을 이해해야 하는지
아니면 끝까지 납득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 청년의 선택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끝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 그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기업을 떠나는 선택. 안정을 찾아 시험으로 향하는 흐름. 부모와 함께 사는 삶.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요즘은 30대가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취업을 해도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집값은 이미 연봉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걸까요. 성장은 느려졌습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 초반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믿음도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술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 몇 년 사이 사무직과 정보서비스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반대로 경력이 있는 세대의 고용은 오히려 유지되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같은 변화가 다르게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워질 거라고.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일은 선택이 될 거라고. 그런데 그 말에는 항상 다른 문장이 함께 따라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은
쉽지 않을 거라는 말.
지금과 그 미래 사이에는
버텨야 하는 구간이 있다는 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금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잘하고 있는 사람이 굳이 떠나는지. 왜 가능성을 좇기보다 안정을 선택하는지. 왜 독립을 미루는 삶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지.
혹시 우리는 이미 그 사이를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직 풍요는 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예전 방식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간.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티는 것이 당연했던 기준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이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이 쉽게 꺼내지지 않는 이유.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살아야 하고 버텨야 합니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준비하라고 말해야 할지. 어떤 선택이 맞는지 쉽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일시적인 흔들림인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이어질 방향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질문은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 지나가는
우리 모두의 질문이라는 것.
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묻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기준 위에 서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