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수업, 그리고 배움
인지활동지도사로 '우리들의 이야기' 수업을 한 지 6개월. 우리들의 이야기란 전래놀이와 연관된 활동을 하며 그 활동들을 통해 회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 2026년 들어서 새롭게 교구 수업을 맡게 되었다. 교구 수업을 시작한 지 3주 차, 새로 배정받은 요양원 중 한 곳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원래 교구 수업을 진행하던 곳이었는데, 인지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많아 수업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했다. 요양원 측에서는 신체 활동 중심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우리 실장님은 '우리들의 이야기'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가운데 양쪽의 이야기가 맞아떨어졌고, 나는 단순히 '우리들의 이야기 수업이 하나 더 늘었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문제는 첫 수업을 하고 나서야 드러났다. 서로 간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신체 활동을 보강해서 해주세요. 지금은 장소가 좁아서 책상을 놓기도 비좁고,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많아 신체 활동에도 제약이 있어요. 이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면 됩니다."
이 요양원에 예전에 누워 계신 분(와상환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업하는 걸 보조한 적이 있다. 그때 인상 깊었던 건 복지사님의 다정한 말투와, 수업이 끝나고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안아주시던 모습이었다. 그 좋은 기억이 있어 자신 있게 수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혼자 1시간 동안 교구도 아니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아닌, 신체 활동만으로 수업을 이끌어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번 주 '우리들의 이야기' 주제는 엽전팽이 만들기였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드는 작업은 어려울 것 같았다. 가능하신 분들도 있지만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으니 다른 식으로 풀어야 했다. 고민 끝에 내가 미리 만들어 가서 5팀으로 나누고 팀마다 돌려보기로 했다. 전통문양 2장에 색칠을 예쁘게 하고 오려서 테두리를 붙였다. 엽전과 빨대로 중심축을 만들어 팽이를 돌려보니 신기하게도 색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나타났다. 한 가지 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여러 색이 섞여 다른 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걸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복지사 선생님, 보호사 선생님, 공익 분들에게 부탁해 한 팀씩 맡아 엽전팽이 돌리기를 체험했다. 엽전팽이 돌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팽이치기 율동도 하고 마무리 체조까지 다 했는데도 40분밖에 안 걸렸다. 10분 이상을 일찍 끝낸 것이다. 급하게 동요를 부르고 유튜브 체조 영상을 따라 하며 시간을 채웠다.
수업을 마치며 사과를 드렸다. "팽이를 직접 만드는 작업을 제가 다 해오다 보니, 정작 수업 시간이 남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알차게 수업 준비해 오도록 할게요."
미안함과 민망함으로 어정쩡하게 요양원을 나섰다. 팽이 돌리기를 할 때 보호사 선생님 한 분에게만 부탁드렸다면 시간이 남지 않았을 텐데... 다음엔 앉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활동거리를 더 만들어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