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 탓 그만하고, 전문가로 자라는 중

시니어인지지도사의 성장

by JF SAGE 정프세이지

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음이 흔들렸다.
유튜브에 비슷한 활동이 올라온 영상을 보고는, 갑자기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다. 비교 회로가 ‘찰칵’ 하고 켜졌다.
도구도 허접해 보이고, 준비가 덜 된 나 자신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이젠 실수는 핑계가 될 수 없지.”
생각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시선은 결국 나에게로 향했다.


어설픔을 견디며 배우는 중


수업은 늘 손유희나 가벼운 체조로 문을 연다.
늘상 어설프게 가사와 동작을 완벽히 외우지 못한 채 들어갔다.어르신들은 웃어주지만, 보호사 선생님들의 눈빛은 조금 더 냉정했다.
“아직 멀었어.”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말과 같다.


그날 인지활동은 과일 속담, 본활동은 태권도 체조였다. 근사하게 시작하려고 태권도 유래까지 준비했지만
설명을 할 때와 동작을 할 때 어르신들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기합 “태권도 얍!” 한마디에 어르신들의 참여도가 확 올라갔다. 어르신들께 중요한 건 ‘역사’가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동작이나 말이었다.

내 욕심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나는 이렇게 천천히 배워간다.


땀이 나기까지, 나도 조금씩 강사가 되어간다

도구 탓이 아니라 ‘내 자세’가 문제였음을 알자 바로 기본부터 다시 잡았다.가사도 전부 외우고, 동작도 몸에 익히고, 유튜브 악보를 보며 박자를 맞추는 연습까지 했다.


며칠 뒤, 탱탱볼 40개와 준비물로 가득 찬, 세 개의 커다란 가방을 들고 수업 장소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 그야말로 보따리 장수 같았다.


수남 어르신은 내가 짐을 적게 들고 가면 꼭 말씀하신다.
“오늘은 선물이 적네?”
“다음에 더 많이 가져올게요, 어르신.”
어르신의 말이 나를 다시 웃게 만든다.

남행열차 음악을 틀고 힘껏 율동을 한다. 가사는 전부 외웠지만 화면을 살짝 보고 있는 나.
‘어설픈 강사는 이제 그만하자.’ 마음속으로 선언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어르신과 보호사들에게 닿아 활짝 웃게 만들 때, 함께라는 의미와 내 존재가치를 깨닫게 해 정말 감사하다.

탱탱볼 하나에도 세상이 담긴다

탱탱볼을 손에 쥐어드리고 촉감을 느끼게, 손바닥으로 눌러 압력을 느끼게, 팔을 두드려 보게 했다. 가벼운 탱탱볼이 마사지 효과를 주니 신기한지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계속 톡톡 두르린다. 한 보호사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가 수노에서 만든 음악을 틀고 체조를 시작하니 다른 날보다 더 신나게 움직였다. 내 동작이 클수록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이다. 바구니에 탱탱볼을 넣는 게임에서 생각보다 안들어가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힘을 다해 던지니 들어갔다 튕겨져 나와버린다. 5번 바닥에 튕기고 옆으로 넘기는 게임, 신문지를 이용해 넘기는 게임등 팀별 게임을 진행하니 모두가 신이났다.

“나 못하겠어, 팔 아파.”
“그럼 오늘은 특별히 두 번만 하세요, 어르신.” 그제야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미소를 짓고 다섯 번을 튕긴다.


이름을 부르면 활짝 피어나는 순간

‘탱탱볼을 제일 잘 튀기는 분’을 뽑아 대결을 하자고 하니 한 팀에서 늘 조용하게 있던 형기 어르신이 뽑혔다. 보호사들도 놀라서 박수를 쳤다. 다른팀에서느 태평소 수업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자 어르신이 가슴을 펴고 나왔다. 다음 주 출석부를때 탱탱볼 튀기기 왕이라고 불러드려야지 머리 속에 저장했다. 어르신들과 수업은 반응에 따라 더하고 빼는 걸 자유자재로 해야한다.


요양원에서는 더 낮은 자리에서

요양원 두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곳은 복지사가 곁에서 도와주지만, 또 다른 곳은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진행까지 해야 한다. 참여 인원도 15명이 넘거나 10명 이하로 매주 달라진다. 지난주 함께 웃던 어르신이 보이지 않는 날엔 마음이 쓰인다. 다른 곳으로 옮기셨거나, 아프시거나, 또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묻지 않는다.


데이케어센터보다 요양원에서는 티키타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으면 시너지가 생기고, 적으면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하다. 둘 다 좋다.


어르신들의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

4개월 넘게 7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만나며 조금씩 선명해진 것이 있다. 모든 어르신들은 ‘잘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색칠할 때 누구보다 집중하는 분, 몸은 불편하지만 미술활동만 하면 눈빛이 빛나는 분,

매번 수업이 끝나면 나에게 “고생했어요” 하고 인사를 잊지 않는 분, 팀 게임이 되어야 비로소 숨겨진 장기가 드러나는 분…

나는 그분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걸 한 번 더 말로, 눈빛으로, 몸짓으로 건네는 사람이다. 그분들의 현재가 조금 더 오래 유지되도록,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더 선물해드리는 사람.

그 과정에서 날마다 새로운 기쁨을 맛본다.


도구 탓도, 비교도, 자책도 이제 그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휘하기 위해 다시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어설퍼도 괜찮다. 대신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어르신들의 작은 움직임에 함께 기뻐하고,각자 가진 빛을 발견하고 칭찬해드리고, 그 빛이 조금 더 오래 머물도록 돕는 일. 그 마음이야말로 내가 전문가로 자라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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