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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Jul 23. 2024

자연과 함께하는 직장 생활: 대형카페의 집사로 살아가기

총괄실장이라고 말을 하고 식집사로 행동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대형카페이다. 총괄실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난 집사라고 말을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배워서 하느라 눈코뜰새 없다. 회계업무, sns홍보, 음료나 브런치 대타까지 다양하다. 모든 업무가 초보라,생각만해도 숨이 차다. 거기에 정원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업무 영역에 없는 가드너로 일할 때이다. 틈이 날때 잠깐 잠깐 하는 하는 일이지 정원사 흉내를 낼 때가  만족도가 크고 신이 난다.







우리집도 높은 곳에 있어 답답하지 않지만, 이곳에 도착하면 가슴이 뻥 뚫린다. 호수뷰,논뷰와 하늘뷰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사무실 앞에 차를 주차하고 본관으로 내려가는 길과 그 순간을 즐긴다.  한 눈에 들어오는 호수와 자연이 주는 풍경은 일이 힘들어도 계속 출근하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길 가 쪽 바위 틈 사이로 보이는 꽃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계절에 따라 보이는 꽃들이 달라 '안녕,많이 컸구나.' 인사를 하기도 한다. 매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보물찾기를 해본적이 있는가? 찾지도 못할 보물을 찾아다니면서 느꼈던 설레임과 기대감을 식물들의 변화를 찾으며 맛보고 있다.



작년에 직원들과 어떻게 손님이 많아 올까?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잃하는 임군은 '사진 찍을 곳이 필요하다, 포토존이  이름나면 사람들이 많이 온다.' 제안을 했다. 음료팀의 임군도 크게 동의를 했다.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와 대표님께 보고를 했다.


대표님의 생각은 이곳을 자연진화적인 곳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싶어한다.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다 가는 그런 공간이길 원해 인위적인 포토존을 지양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앞으론 의견제시를 안하겠다고 궁시렁 거렸다. 


이 때 직원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이 곳은 워낙 넓고 군데군데 다양한 꽃들이 있어서 그꽃들이 자라 화려해질 것꺼에요. 게절마다 다른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입소문이 날껍니다. 올해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꺼라 생각해요.내년 이맘쯤이면 보라색의 카페로 바꿔져 있을꺼에요.'


이렇게 말을 해 놓아 우리집에 무성하게 자라던 버들마편초를 뽑아다 몇날 며칠을 주차장 왼편에 옮겨심었다. 옯겨 심고 매일 물을 주며 보라색으로 변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빈약했지만 올해는 풍성해졌다.


이른 봄 우리집에선 싹도 보이지 않던 버들마편초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자라는 속도가 무섭게 자라더니 드뎌 보락색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집과 카페의 자라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거의 2달 정도 차이가 나는 듯하다. 우리집도 햇빛이 잘 드는데 바람도 잘 통하는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커다란 돌들로 된 벽이 방풍림 역할을 해서인가?




 어떻든 본관으로 가면서 길 아래쪽 주자장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살펴보기를 의식처럼 하고 있다. 처음엔 우리집에서 옮겨 심은 버들마편초들이  잘 잘라고 있나가 관심사였고 요즘은 매일 보며 어떤 변화가 있나 찾아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우리집은 대추나무에 아직도 꽃이 달려있는데 대추열매가 자라고 있다. 산수국이 자태를 뽐내더니 요즘은 그린라이트라고 부르는 목수국이 대신하고 있다.






내려가는 왼편에 나무들 사이에 분홍색 배롱나무 꽃이수줍게 인사를 한다.  그 사이 사이 주황색 참나리도 '나도 봐줘'라며 말을 건넨다.  오른편쪽에 이미 꽃이 진 철쭉 아래로 쑥부쟁이가 꽃봉우리를 올려보내고 있다. 저멀리 분홍색 안젤라장미가 눈길을 끈다. 그 반대편에선 색깔을 달리하며 꽃방망이 프록스가 손짓을 한다.


일을 하러 가는 것인지 꽃을 보러 가는 것인지 헷갈린다.





보라색으로 변한 카페를 볼 수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역부족이다. 워낙 넓어서 티가 잘 안난다. 내년엔 올 해보다 더 넓은 곳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으리라.




            보라색 카페를 기대하며 오늘도 식집사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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