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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May 28. 2024

정원멍은 사색가로 가는 길




5시 20분 서둘러 줌에 연결된다. 요가샘의 인사로 수업을 시작한다.  동작을 할 때 마다 “숨쉬세요, 한번만 더 할께요, 한 번만 더요.” 라는 말은 요가에 집중하게 한다. 오른쪽 동작을 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창 밖의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샘의 말을 따라하면서 눈은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쫓고 있다. 빛이 미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느낌이 너무 다르다. 정원이 살아서 말을 하는 듯하다. 그 말들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는 고요한 묵직함이 정원을 메우고 있다. 그 묵직함이 내 발걸음도 조심조심 움직이게 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햇빛의 영향력을 받은 곳에서는 꽃, 나무와 풀들이 밝고 환하게 재잘대며 인사를 한다. 코끝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 세포 하나 하나가 살아나게 하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수크렁과 참억새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그라스들의 움직임이 다르다. 이쪽 보세요 라는 샘의 목소리에 따라 모조리 한 방향을 하다가 바람이 약해지면 너 따로 나 따로 사방으로 움직인다. 보라색의 하늘하늘한 버들마편초는 꿀이 많아서 곤충들에게 엄청 사랑을 받는 꽃이다. 잎과 줄기 모두 가늘어 약해 보이지만 만지면 거칠다. 한 번 심으면 그 다음해에 엄청난 싹들이 올라와 보라색 존이 만들어지니 정원에 필수템이다. 버들마편초가 피어 있을 때 집에 오는 사람들은 ‘ 계단에 있는 작은 꽃들은 뭐에요?’ 궁금해한다. “나눠줄 수 있냐?” 고 조심스럽게 묻기도 한다. 가느다란 긴 줄기 끝에 꽃이 모여 보라색 뭉치와 같다. 보라색 뭉치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더 찐한 보라색의 붓들레아, 그 옆의 흰색과 보라색의 리아트리스도 함께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누구의 지휘에 따라 저렇게 움직이는 걸까?  정원 모두가 햇빛을 받을땐 재잘대는 식물들과 함께 식집사인 나도 덩달아 흔들거리며 아침을 시작한다.

  

  


 

비 오는 날은 밖으로 나가 정원멍은 필수다.  꽃들이 축 처져 있다. 온몸으로 물을 담고 있어 무거운가 보다. 물기를 조금만 머물고 있을 땐 색들이 더욱더 선명하게 보이지만, 많은 물을 담고 있을 땐 색이 탁하게 보인다. 버거운 듯 옆으로 누워 버린 모습에 내 마음도 짠하다. 내 모습을 보는 것같다. 조금 힘들땐 힘들다고 표현을 하며 버텨냈다. 감당할 수 없을때 무너져내린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무게가 넘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질문을 통해 점점 사색가가 되어가고 있다.   비가 내리는 정원은 더 조용하게 보인다. 계속 바라보니 조용한 속에 시끄러움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작고 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곤충들이 보였다. 눈으로 곤충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함께 리아트리스, 버들 마편초, 향기로운 미스킴 라일락 꽃이 인지가 된다. 곤충들은 신기하다. 모든 꽃에 앉지 않고 선택적으로 터치하고 바로 다른 꽃으로 날아간다. 터지, 이동, 터치, 이동 반복을 한다. 곤충들을 보며 우리의 삶도 계속 움직이고, 지구라는 공동체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저렇게 부산하게 움직여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그 열매를 우리가 먹고 살아가고 있다.  정원관리를 통해 나도 지구의 건강을 위해 한 몫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에 미소가 지어지고 어깨가 올라간다.
   


비 오는 날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꽃들이 축 처져 있다. 온몸으로 물을 담고 있어 무거운가 보다. 물기를 조금만 머물고 있을 땐 색들이 더욱더 선명하게 보이지만 오늘처럼 많은 물을 담고 있을 땐 색이 탁하게 보인다. 버거운 듯 옆으로 누워 버린 모습에 내 마음도 짠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살다가 힘들 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면 표현을 하지만, 더 많은 양이면 무너진다. 나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참을 수 있는 무게가 넘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질문을 통해 나는 점점 사색가가 되어간다.


  관심을 갖고 바라볼 때마다 정원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정원은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르다. 정원사에게만 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는 언제나 흥미롭다.


  비가 내리는 정원을 계속 바라보자, 날아다니는 곤충들이 보였다. 눈으로 곤충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함께 리아트리스, 버들 마편초, 향기로운 미스킴 라일락 꽃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어떻게 꿀이 있는지 알까? 그들은 모든 꽃에 앉지 않고, 선택적으로 꿀을 빨아들인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곤충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처럼, 우리의 삶도 계속 움직인다. 지구라는 공동체와 생명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움직임들이 반복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커다란 먹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나 또한 정원관리를 통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올라간다.





 

정원멍의 하이라이트는 노을이다. 붉은 물결이 하늘을 덮을 때면 정원은 아침과 또 다른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 서쪽 하늘부터 스며드는 황금빛은 참억새를 춤추게 하고 마편초의 보라빛은 더욱 짙어진다. 창문에 비친 노을은 커다란 수채화를 그린다. 이 찬란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귀가하는 날이 늘었다. 하루의 정점을 지나 스러지는 빛을 바라보며 기쁨과 가슴저림을 동시에 느낀다. 또 하나의 완벽한 하루가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정원은 관심을 갖고 바라볼때라야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르다. 식집사에게만 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는 언제나 흥미롭다. 다람쥐 챗바퀴같은 삶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매일 매순간이 다르다. 비슷한듯 보이지만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지나간 시간은 절대로 반복되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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