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조각을 맞추며 - 엄마가 생각났다

인지활동 보조, 첫 경험

by JF SAGE 정프세이지


생전정리지도사 과정이 끝났다. 정리수납, 웰다잉, 인지활동 강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초짜인 데다 나이가 지긋한 나를 써줄 곳은 없다. 경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건 자원봉사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걸 토대로 제안서를 쓰고 제출하는 것이다. 지치지 않고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20명 중 16명이 수료했고 그중 4명이 스터디를 한다. 스터디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여전히 무얼 할까 고민했겠지.


이영이의 변신


4명 중 한 명은 뭐든지 준비가 된 이영이다. 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이영이는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레크리에이션 사회를 맡았다. 주된 부분은 민영이가 했으나 계획을 잡고 연습하는 건 같이 모여서 했다.


떨린다고 청심환을 먹었던 민영이는 어디로 갔을까? 전문 사회자처럼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냈다. 참가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1365에서 찾은 기회


봉사할 곳이 없나 1365에 들어가니 경기도 도립 노인병원에서 인지활동 보조를 모집하고 있다. 바로 단톡방에 URL을 공유하고 민희랑 같은 날 신청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12시, 월수금은 오후 3시부터 5시이다. 하루 봉사시간 2시간.


오전에 신청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뭔가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 배달강좌 강사를 하기 위해서는 2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격증에 적힌 내용과 관련 있는 활동을 56시간 이상 해야 한다. 또 자격증을 따고 1년 후에 신청 가능하다.


병원 첫날의 긴장감


민희를 만나 병원으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면회 오셨나요?"


"자원봉사하러 왔어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다려주세요."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사회사업부로 오라고 했는데... 바로 그 순간 젊은 사회복지사분이 왔다. 완전 조용한 목소리, 속삭여서 무슨 소리인지 귀를 쫑긋해야 했다.


"평가기간이라 지금 다들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고 있어요. 혹시 평가원을 만나게 되면 있는 대로 말씀하시면 돼요. 오늘 처음으로 자원봉사 왔다고요. 되도록이면 부딪히지 않으면 좋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자원봉사 첫날부터 이런 긴장감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첫 업무 준비


사회사업부로 가서 대기 하던 중, 10시가 되자 4층 홀에서 인지활동이 있다고 방송이 나왔다. 준비를 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대기실로 이동했다.


"오늘은 퍼즐을 할 거예요. 옆에서 어르신들 도와드리면 돼요. 어렵지는 않아요."


"수업은 복지사님이 하는 거예요?"


"네, 오전에는 내가 하고 월수금 오후엔 전문강사님이 오셔요."


"퍼즐 보시고 조각 사라진 것 찾아주세요. 난이도별로 분류 한 번 해봐요."


커다란 바구니에 퍼즐이 잔뜩 있다. 꽃, 동물, 만화캐릭터, 화투, 음식, 숫자 등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다.


어르신들과의 첫 만남


시간이 되자 함께 4층으로 갔다.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이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인지활동이라고 해 정식 수업을 하는것으로 생각하고 기대했다.인사, 도입부, 본활동, 마무리까지 하는 것으로 말이다. 함께 인사도 하고 박수로 뇌를 자극도 해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퍼즐로 들어갔다.


"오늘은 퍼즐할 거예요. 제가 나눠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건 아닌데, 배움의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가 사라져버렸다.


각기 다른 반응들


"어지러워, 안 할 거야."


"어려워."라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분들도 있고, 조용히 퍼즐을 맞춰가는 분도 있었다. 병증이 다 달랐다.


복지사님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며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조용히 다가오더니 말했다.


"선생님 옆 어르신 자꾸 클레임을 거니 전담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럴게요."


나의 첫 전담 어르신


"어르신, 퍼즐판을 뒤집어주세요. 하나씩 해볼까요?"


인지가 잘 되는 편이라고 했는데... 은근슬쩍 힌트를 주거나 모르는 척 퍼즐을 맞췄다. 마무리는 어르신이 하는 것으로 하고. 다 완성한 후엔 "잘하셨어요. 하이파이브 할까요?" 수줍게 손을 올렸다.


5장 정도 하니 "어지럽다"고 그만 하고 싶다고 한다. 싫증이 났는지 화장실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사가 와서 데리고 갔다. 다음에 가면 기억하시려나?


엄마가 생각났다


그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이런 활동을 했겠구나. 어떤 시기엔 혼자서 했겠지만 점차로 참석조차 못했겠네. 다른 분들을 보며 엄마의 모습을 유추해본다. 엄마...


다 병실로 가는 걸 본 후에 1층으로 내려갔다. 복지사님이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오후 수업


"오후에 인지활동 강사가 못 와서 또 수업을 해야 해요. 공작시간인데 선생님들이 모델을 하나만 완성해 주시겠어요?"


지점토로 꽃병을 만들어 꽃을 꽂는거라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렵다. 민희도 나도 둘 다 똥손이라며 어떻게 하냐고 어려워하면서도 만들었다. 가늘게 줄을 만들어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려 꽃병을 만들고 플라스틱 꽃을 꽂았다. 이리 엉성할 수가... 그럼에도 복지사님은 "잘 만들었다"고 했다.


일과를 마치며 복지사님이 말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뵐게요."


"오늘처럼 그때도 마중 나오시나요? 올 때마다 그러면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오늘은 평가 중이라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처음이라 그런 겁니다. 다음번엔 사회사업부로 바로 오셔도 돼요."


첫날의 깨달음


특별하게 어려운 건 없었다. 활동도구들 준비하거나 준비실 먼지 닦거나 정도다. 인지활동 보조는 본강사, 보조 구분 없이 하면 된다.


수업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활동이라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다. 시간을 채우며 내 경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 봉사를 갈 때는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궁금해졌다. 다음엔 어떤 어르신들을 만나게 될까.


이 봉사과정을 통해서 또 하나 기대를 해본다. 엄마와의 못다 한 이별을 할 수 있으리라는...


첫 자원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56시간이라는 목표 앞에서 한 걸음을 뗀 기분이었다. 예상과는 다른 현실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의미를 찾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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