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변호사] 수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관하여
최근 수사기관이 조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메시지·개인사진·동영상 등의 디지털 증거(digital evidence)를 제출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곤란해 하는 의뢰인들이 적지 않다. 경찰조사 경험이 적은 의뢰인들은 대개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임의제출요구에 반드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의뢰인의 정보저장매체에는 피의사실과 무관한 개인정보·영업정보·사생활정보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본문에는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은 적법절차에 따라 당해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는 부분만을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단서에 따라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대법원 판례는 피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나 변호인의 계속적인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자정보의 목록을 작성하고 교부하는 등의 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고 있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의 법률규정과 대법원 판례는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적법절차원칙 및 영장주의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절차를 통제하는 사전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압수대상의 범위에 관하여도 범죄혐의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디지털 증거의 수집을 방지하는 절차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말 결백하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제출하면 되지 않는가?’
‘수사관과 함께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을 찾아볼 수 있는가?’
그러나 수사기관은 조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정말 결백하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제출하면 되지 않는가?’, ‘수사관과 함께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을 찾아볼 수 있는가?’라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이유로 사생활 정보나 개인정보, 영업기밀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피압수자가 수사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정황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아마도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에게 디지털 증거에 대한 임의제출을 유도함으로써,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자백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피의자에게 디지털 증거의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수사방법은 한정된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무분별한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자백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나 사생활이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헌법상 보장되는 적법절차원칙이나 영장주의원칙에서 벗어날 소지가 많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디지털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수사기관은 피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디지털 정보들을 별건 수사에서의 단서로 활용하는 일도 최대한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디지털 증거의 범위와 깊이도 과거보다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실체적 진실발견 및 적법절차라는 기본원리들을 기반으로 하여 디지털 증거의 압수범위 및 압수절차와 관련된 제도와 기준이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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