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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May 02. 2021

[칼럼] 지입차주는 근로자인가, 아니면 사업자인가?

[형사전문변호사] [노동사건] 지입차주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하여

최근 들어 근로자가 회사를 퇴직하고 이와 관련한 퇴직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이르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통학버스 기사, 화물차량 기사, 건설기계 기사와 같은 지입차주들은 특정업체 측과 '지입계약'(자신이 소유한 차량으로 회사의 업무를 처리해 주는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러한 지입계약이 체결된 사건에서는 지입차주가 해당업체와 지휘·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 측과 지입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갈등은 실질적으로는 지입차주가 해당업체로부터 지휘·종속적 관계에서 구체적인 업무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는 해당업체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등 제세공과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차주들과 지입계약을 체결한 결과로부터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가 해당업체로부터의 각종 부당한 대우들을 참아가면서 근로를 제공한 이후 퇴직하는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관련된 법적 쟁점들을 문제 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에서 지입차주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이 근로계약인지 지입계약인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지입차주)가 해당업체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이 문제되는 노동사건을 직접 처리한 적이 있다. 화물차량 운전기사인 의뢰인은 운송회사 측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근로시간은 매일 일정하고, 급여도 고정급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화물차량도 회사로부터 제공받았고, 업무수행과정에서도 회사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 


그런데 의뢰인은 회사 측의 끊임없는 회유와 설득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후 회사 측과 지입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의뢰인은 이전과 동일하게 회사 측의 구체적인 업무지시에 따라 회사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여 배송업무를 담당하였다. 


의뢰인은 수년 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사 측의 과도한 업무 및 부당한 대우 등으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 측에 대하여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청구하였다. 당초 회사 측은 의뢰인과 지입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의뢰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의뢰인에게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그 대신에 회사로부터 그동안 수령한 유류대금 등에 대한 정산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얼마 후 의뢰인은 회사 측으로부터 퇴직금으로 지급받은 금액보다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민사소송을 당하게 되었다. 필자는 위 사건에서 의뢰인이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의 형태 및 담당업무의 특성들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하며, 의뢰인이 회사 측과 종속적 관계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였다. 아울러 회사 측이 운임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지급한 돈은 모두 의뢰인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으로 보아야 하며, 의뢰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지출한 모든 비용들은 회사의 수익창출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지출한 비용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반환의무가 없다고 강조하였다. 


나아가, 필자는 회사 측이 의뢰인에 대하여 수년간의 근무기간 동안 비용반환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의뢰인이 퇴사한 이후에 와서 각종 비용에 대하여 소급하여 전부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원리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담당재판부는 필자의 변론내용을 적극 반영하여 의뢰인과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회사 측의 의뢰인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지입차주의 근로자성 인정여부가 커다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입계약과 관련하여 회사 측이 제반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지입차주 및 근로자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각종 편법들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당사자들의 권리구제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입차주와 관련된 노동법령들도 보완해 나가야 하며, 관련분쟁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기준도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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