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Stazione Venezia Santa Lucia)'으로 가서, 바포레토(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로 이동했다. 운하와 물길이 도로를 완전히 대체하여 수상버스나 수상택시로 이동한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바포레토를 타고 운하를 따라 이동하다 보니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가 나타났다.
승선장에서 내린 후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600년 된 맛집 '칸티나 도 스파데(Cantina do Spade, since 1448)'를 찾아갔다. 좁은 골목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가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오래된 맛집과 상점들을 보며 베네치아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Spaghetti al nero)'와 '튀긴 해산물(Frittura mista)'을 주문했고, 해산물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다. 날씨가 흐려서 조금 꿀꿀한 기분이었는데, 베네치아에서 해산물을 먹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리알토 다리에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으로 이동했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를 지나 '대종루(Campanile)'에 올라 베네치아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척박하고 도망갈 데 없는 땅끝마을에 오래전에 누군가 정착하여 물길을 내고 땅을 다듬었고, 어느 순간 해상무역과 문화예술이 번성하여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졌다는 게 신비롭고 경이로울 정도였다.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 since 1720)'으로 갔다. 베네체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단골손님으로는 괴테, 루소, 바그너, 니체, 모네 등이 있었다고 한다. 전설적인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카사노바의 이름을 딴 '카사노바 핫초코(Cioccolata Casanova)'를 시켰다. 핫초코에 민트향이 더해졌는데, 민초파가 아님에도 '민초파'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깊은 맛이 났다. 야외에서는 바이올린,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수준 높은 앙상블이 울려 퍼졌다. 역사적인 산 마르코 광장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달콤한 핫초코를 마시는 낭만을 느껴보았다.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과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을 둘러보고, 두칼레 궁전과 바로 옆에 있는 감옥을 연결하는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도 감상했다. 바포레토를 타고 리도(Lido)와 무라노(Murano) 섬에도 다녀왔다.
저녁에는 대운하에서 베네치아의 야경을 바라보며 피자와 맥주를 먹는 것으로 이탈리아에서의 불금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