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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Apr 01. 2024

한변의 타이베이 산책 – 2일 차

예류 지질공원, 스펀, 스펀 폭포, 진과스, 지우펀, 난지창 야시장

둘째 날 타이베이 북동쪽 근교 예스폭진지(류, 펀, 스펀포, 과스, 우펀) 버스투어를 했다. 전날까지 버스투어를 할지, 택시투어를 할지 고민했는데, 가격경쟁력이 있는 버스투어로 결정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예스폭진지'를 검색하여 후기가 가장 많은 12,000원짜리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제대로 된 버스투어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면 다는 마음으로 버스투어로 결정하였다.


다음 날 09:30경 타이베이 메인 역에 위치한 우체국 앞에서 담당가이드를 만났다. 간단한 소개와 미팅을 마치버스로 이동다. 대만 관광버스는 2층 버스였는데, 1층은 짐칸이고 2층에 좌석이 있었다. '가이드리'라는 현지가이드가 유창한 한국어로 대만 문화와 역사, 관광지와 맛집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 후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여 링크까지 남겨주었다. 대만 여행 초반에 버스투어로 좋은 가이드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출발한 지 약 1시간지나자 '예류 지질공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관광버스와 차량들로 가득했다. 수백,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대만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하여 지진도 많고 특이한 지형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곳이 바로 예류 지질공원이라고 한다. 수천만 년 전 바다 밑에서 형성된 지각이 융기되어 해수면 위로 드러나고, 비바람과 파도로부터 차별침식을 받아 현재의 독특하고도 경이로운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예류 기질공원의 기암괴석들은 그 모양과 특징이 하나하나 달랐고, 버섯바위, 생강바위, 촛대바위, 아이스크림 바위, 코끼리바위 등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여왕머리 바위'였다. 어느 각도에서 보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머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특별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크기가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머리 부분에 비해 몸통 부분이 무척 가늘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니, 그 명성이 괜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류 지질공원의 지형 지금도 바람과 파도의 영향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고 한다. 여왕머리 바위도 차별침식으로 몸통 부분이 빠르게 깎여나가고 있는데, 얼마 지나면 머리 부분이 끊어져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다른 구경을 포기하더라도 여왕 머리바위에서의 단독사진은 꼭 남기고 싶어 대기을 섰다. 30~40분 정도의 오랜 기다림 끝에 여왕 머리바위를 배경으로 단독샷을 남길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두 번째 장소인 스펀으로 이동했다. 스펀은 점가 사이 기찻길에서 소원을 적은 천등(풍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스가 길을 따라 가는데, 하늘 위로 수십 개의 천등이 날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을 올라가니 그 유명한 스펀 기찻길이 나타났다. 핑시선 기찻길은 일제 강점기 때 광산에서 채굴한 광물을 운반하는 철로였는데, 지금은 철로를 따라 관광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기찻길과 상점가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마다 소원을 적은 천등을 날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천등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닭날개 볶음밥땅콩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그러던 중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는데, 멀리서 열차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기찻길에서 풍등을 날리던 사람들이 재빨리 선로 밖으로 벗어나 노란색 낭만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함께 구경했다.  


'스펀(十分)'이라는 지명은 10등분이라는 뜻이다. 과거 스펀 지역에 9~10 가구가 살았는데, 물건을 함께 만들고 팔아 그 수익을 공평하게 10 등분했다는 것에서 그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펀 지역에서 천등을 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펀은 바닷가에 가까워 해적(외적)의 침입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해적(외적)을 피해 산속에서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적(외적)들이 물러가면 산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천등(풍등)을 날렸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전부터 천등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매우 기쁘고 희망찬 소식이었는데,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수많은 관광객들이 소원을 적어 천등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한편, 중국 역사에서 천등(풍등)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라는데, 그래서 천등을 '공명등'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 번째 장소인 스펀 폭포로 이동했다. 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걸어가자 스펀 폭포가 나타났다. 폭포 물줄기와 시원한 소리가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졌다. 자연 속 폭포를 바라보며 폭포소리를 들으니, 잠깐이나마 잡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여행가이드가 상점에 있는 소시지를 특별히 추천했다. 주변 산돼지를 잡아 소시지를 만들어 맛이 다르다고 호언장담했다.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소시지와는 그 비주얼이 전혀 달랐다. 소시지에서 육즙 가득한 고기와 같이 깊고 풍부한 맛이 났다.


다시 버스를 타고 네 번째 목적지인 진과스로 이동했다. 진과스는 1900년대 초반 일제가 관할하던 금광마을이라고 한다. 산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과거부터 광부마을로 형성된 산동네가 눈앞에 펼쳐졌다. 진과스와 지우펀은 지리적으로 붙어있는 산속 광부마을인데, 그중 진과스는 일본이 관리하던 지역이었고, 지우펀은 현지인들이 관리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진과스의 산책로나 건축물들을 보면 일본 느낌이 두드러졌다.


진과스 입구에는 타이베이와 진과스를 실제로 오가던 버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진과스에서 유명하다는 광부도시락맛보았는데, 한국인 관광객 입맛을 충분히 고려한 돼지갈비 덮밥이었다. 진과스 황금박물관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태자빈관 터도 둘러보았다. 일제강점기 때 황태자 시찰에 앞서 별장용으로 지어진 가옥 터인데, 실제로 황태자가 온 적은 없었다고 한다.


산책로 계단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철로와 오래된 정거장이 나타났는데, 과거에 광물을 운반하던 철로와 정거장이라고 한다. 진과스 금광박물관에서 전시를 둘러보고 220kg 순금 금괴도 만져보았다. 금덩어리는 뭐가 달라도 다를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그런지 반들반들한 쇳덩어리와 같은 느낌이었다.  


진과스 광산을 관리하던 일제 고위 관리의 관사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근대식 일본가옥이라 흥미로웠다. 건물외관이 세련되면서도 위엄 있었고, 내부 응접실이나 방의 인테리어도 나름 깔끔했다. 다만, 건물 내부의 재래식 화장실과 부엌을 보니 100년 전에 지어진 가옥이라는 점이 확 느껴졌다. 그때 기준으로는 집안에 화장실과 부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전기, 가스, 수도의 편리함과 고마움느낄 수 있었다.


대만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다섯 번에 관광지인 지우펀으로 이동했다. 진과스에서부터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인근 주차장에서 내려 가이드와 함께 지우펀 입구까지 이동했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홍등이 무척 예뻤다. 양옆 상점에는 오래된 맛집과 소품가게, 펑리수와 누가 크래커 등 선물가게가 있었다. 성수기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다. 계단도 무척 가파르고 좁았는데, 지우펀을 '지옥펀'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우펀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아메이차루 찻집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도 유명한데( 실제 감독은 지우펀에 와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주변에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최근에는 아메이차루보다 그 반대편에서 아메이차루를 내려다보는 곳이 핫플이 되었다고 한다. 반대편 찻집에서 노을과 야경에 어우러진 찻집과 홍등을 눈에 담고 사진도 남겼다.


지우펀 카페에서는 오스트리아 사람하고 우연히 동석했다. 메뉴판을 보면서, '한국인이 중국어는 못하지만 한자를 보면 의미를 대충 파악할 수 있다'라고 영어로 복잡(?)하게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사람이 무척 흥미로워했는데, 이걸 온몸으로 설명하고 있는 나 자신도 대견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금방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펑리수와 누가크래커를 급하게 사고 편의점에서 18맥주도 구입했다. 


하루종일 근교여행하느라 힘들었지만, 밤에도 쉴 수 없었다. 로컬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난지창 야시장을 둘러보았다. 4대 야시장에서는 새벽까지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로컬 야시장은 손님들이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지라 밤 10시부터 슬슬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호텔로 돌아와 지우펀에서 사 온 펑리수와 누가크래커를 18맥주와 함께 먹었다. 누가크래커를 처음 먹어보았는데, 현지인 맛집에서 구매해서 그런지 단짠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18맥주는 18일 동안만 유통되는 유통기간 한정판 맥주로, 18일 동안 판매되지 못하면 공장으로 회수된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대만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실제로 마셔보니 생맥주처럼 풍미가 좋고 탄산도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대만의 맥주와 간식으로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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