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으로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지막 B747-400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했다.탑승장에서부터 보이는 크고 육중한 비행기가 기체가 느껴졌다. 요즘은 저효율 이슈로 '점보 비행기'가 사라지는 추세이다. 이번에탑승한비행기도 이번달까지만 운항하고 퇴역한다고 한다. 비행기의 낭만은 크고 육중한 기체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고 점보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였다. 2층 어퍼덱(upper deck)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때 비행기 2층에 한번 타보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야 꿈을 이룬 느낌이었다. 1990년대 만들어진 비행기라 오래된 느낌이 있지만, 지난 25여 년간 지구를 약 2,500바퀴를 돌며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클래스는 영원했다. 비교적 짧은 거리라 간단한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하늘 위에서 쇠고기 스튜 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다.
드디어 티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챙긴 후 곧바로럭키드로우 추첨에 응모했다. 대만관광청에서는 대만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추첨에 따라 20만원 상당(5,000 대만 달러)의 여행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당첨 확률이 20~30%로 꽤나 높다고 하는데, 그결과는보란 듯이 탈락이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타인베이 메인역까지 이동하였고, 메인 역 근처에 위치한로더스 플러스 호텔에 체크인했다.로더스 플러스 호텔은 저층에 테마(theme)와 고층에 메인 스테이션(main station)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공유오피스 같은 사무공간이 있었다. 두 호텔 로비는 모두 4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한 건물에서 두 개의 호텔로 나누어 영업 부문에서 차별화 전략을 쓰는 것 같았다. 호텔이 메인 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메인 역 규모가 매우크고확장공사중이라 생각보다 이동하기가 편하지는 않았다.또한 메인 역 근처는 일반 상업지구라 저녁시간이지나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았다. 이럴 거면 근처 볼거리가 많은 시먼딩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호텔방에 짐을 풀고, 곧바로 전철을 타고 시먼딩역으로 이동했다. 시먼딩역 메인 출구로 나갔더니, 그 유명한 무지개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전철역 앞에서부터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혼잡함이 느껴졌다. 횡단보도를 건너 붉은색 벽돌 건물시먼홍러우도 둘러보았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극장건물인데, 현재는 상점과 카페,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시먼딩은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곳에서한국인 국룰코스인 아종면선 곱창국수를 먹고,행복당 밀크티도 맛보았다.
용산사로 이동하여 사원 내부를 구경했다. 용산사는 타이베이 사원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사원이라고 한다. 도교적인 색채와 동양적인 느낌이 강했고, 내부에는 기도하거나 운세를 점치거나 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근래에는 대만계 사람들이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데, 정작 현지사람들에게는 도교나 풍수지리와 같은 동양사상이 그 바탕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오늘날에도 대만 사람들은 스스로가 중화사상의 본류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용산사의 모습에서도 동양문화를 계승해나가고 있다는 대만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저녁무렵 빨간색 전철을 타고 근교 단수이로 이동했다.단수이역에서 내려 강변을 따라 산책한 후 워런마터우에 위치한연인의 다리에 어렵게 찾아갔다. 석양 명소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깐 한참 개발 중인 우리나라 어촌에 가까웠다.날씨도 흐려서 석양도 없었고 지나다니는 연인도 없었다. 거센 바람을 피해 고풍스러운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대만에서는 패밀리마트와 스타벅스가 같은 계열 회사라서,현지인들은 굳이 값비싼 스타벅스에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날은 연인의 다리 야경을 바라보며 스타벅스라도 한잔해야만 했다
단수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대만 최대의 야시장인스린야시장에 들렀다. 야시장의 먹거리 존에서는 취두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왕자치즈감자와 지파이앞에 긴 줄을 보며 유명맛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스린야시장은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해서인지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류나 잡화 및 오락거리로 가득했다. 다만, 스린야시장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고 구획이 반듯하지 않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쇼핑하거나 먹거리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스린야시장을 둘러본 후 용산사 근처 삼미식당에서 대왕연어초밥과 관자꼬치를 맛보았다. 야시장에 들렀다가 용산사까지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한다는 게 일반적이진 않지만, 첫날인 만큼 길거리 음식보다는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 싶었다. 특히 삼미식당의 대왕연어초밥이 얼마나 크고 맛있는지 직접 먹어보고 싶었다. 직접 먹어보니 큼지막한 연어와 관자가 통째로 씹히는 맛이었다. 삼미식당은 모든 음식에 해산물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게 인기요인처럼 보였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용산사와 시먼딩의 야경을 보았다. 밤 조명이 켜지니깐, 용산사의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한층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