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타르트부터 로부숑 오돔까지, 하루에 담은 미식 기록
아내가 임신 5개월, 약 21주에 접어들었다. 태교 여행지를 고민하다 마카오를 선택했다. 장모님과 처형이 일본 여행을 강하게 반대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방향이 정해졌고,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대한항공 직항이 있었고, 비행시간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호캉스와 미식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도시였다.
출국 당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신혼여행 때 먹었던 떡볶이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비행기를 기다리며 떡볶이를 사 먹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다. 오전 10시 10분 비행기에 탑승해 기내식 비빔밥을 먹었고, 약 3시간 30분 만에 마카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셔틀버스로 마카오 반도로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호텔 센트럴 마카오에 도착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호텔이었는데,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앤틱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첫인상부터 여행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 세나도 광장과 가까워 동선도 좋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세나도 광장으로 향했다. 포르투갈식 물결무늬 바닥과 분수대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마카오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걷다 보니 성 도미니크 성당이 나타났다. 소박한 외관과 달리 430년의 역사를 지닌 건축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성 바울 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육포 거리에서 Bee Cheng Hiang의 육포를 맛봤다. 가볍게 먹었는데 의외로 손이 계속 갔다. 이어 Bamu Bakery에서 에그타르트를 사 먹고, 마침내 성 바울 성당 유적에 도착했다. 한쪽 벽만 남아 있음에도, 오히려 그 빈 공간 덕분에 과거의 웅장함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언덕을 따라 올라 몬테 요새에 도착했다. 과거 포르투갈인들이 300년 넘게 군사 기지로 사용하던 곳으로, 지금은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상에서는 마카오 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특히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의 독특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에그타르트 맛집 Margaret’s e Nata에 들렀다. 줄이 길었지만 회전이 빨라 금방 차례가 돌아왔다. 갓 구워낸 따뜻한 에그타르트는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이어 웡치케이에 방문하여 새우 완탕면과 마른 새우면을 주문했다. 여행 중간에 부담 없이 먹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저녁에는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인 로부숑 오돔에서 식사를 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미슐랭 3스타였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39층에 도착하니 정장을 갖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오후 6시가 되자 입장이 시작됐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3층으로 올라 자리를 안내받은 뒤 시그니처 코스를 주문했다.
레스토랑 중앙에는 화려한 장식과 오래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Steinway & Sons의 앤틱 모델로 보였는데, 존재감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이어져, 레스토랑 전체에 우아한 긴장감을 더해줬다.
아내는 영어 원어민이자 글로벌 약사라, 임신까지 겹치니 메뉴 확인이 더욱 꼼꼼해졌다. 재료와 조리 방식까지 하나하나 확인했고, 레스토랑 측도 ‘오늘 쉽지 않은 테이블이구나’라는 느낌으로 더욱 세심하게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트롤리로 제공된 버터와 식전빵부터 완성도가 높았다. 식사의 시작부터 기대감을 단단히 끌어올리는 구성이었다. 와인은 Château Pontet-Canet(보르도)와 Brunello di Montalcino(토스카나)를 곁들였다. 원래는 토스카나 와인 한 잔만 주문했지만, 주문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추가 비용 없이 두 가지를 모두 맛보게 됐다.
첫 번째 요리는 우니에 커피 향을 더한 애피타이저였다. 바다의 풍미와 커피의 은은함이 겹치며 의외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낯선 조합이지만 어색함보다는 신선함이 먼저 느껴졌다. 아내에게는 우니 대신 딸기 가스파초가 제공됐다.
두 번째는 캐비어와 킹크랩, 젤리, 콜리플라워 크림이 어우러진 시그니처 메뉴였다. 단순한 요리를 넘어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고, 맛 또한 그 기대를 충분히 따라왔다. 각각의 요소가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로는 랍스터와 모렐버섯, 아스파라거스가 이어졌다. 담백함과 깊은 향, 산뜻함이 어우러지며 입체적인 풍미를 만들어냈다.
네 번째는 샤토브리앙에 푸아그라를 곁들인 로시니 스타일 요리였다. 부드러운 육질과 진한 풍미, 포트 와인 소스가 더해지며 메인 요리다운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후 프랑스 치즈가 제공됐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염소 치즈를 주문했다. 특유의 강한 향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먹을수록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맛을 경험하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뒤이어 크레페 수플레와 치즈 소르베, 그리고 시그니처 밀푀유가 이어졌다. 각각의 디저트는 단순한 달콤함을 넘어 식사의 여운을 정리해 주었다. 트롤리 디저트와 아이스크림, 커피까지 더해지며 후식이 길게 이어졌다.
총비용은 8,966 파타카, 약 160만 원 정도였다. 항공료와 숙박비를 합친 금액보다 비싼 저녁 한 끼였다. 하지만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까지 모두 포함하면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경험’에 가까웠다. 식사를 마친 뒤 레스토랑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4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카오의 야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식전빵과 레몬 파운드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
호텔로 돌아온 뒤 루프탑에서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의 야경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셨다. 독특한 외관과 꼭대기 돔을 눈에 담으며, 하루의 특별한 순간들을 천천히 되새겼다. 그렇게 마카오에서의 첫날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