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떤 직원

by 장현수

김 주임이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와서 말했다. 월요일이었다.

"대리님과 면담 좀 해도 될까요?"

옆 회의실에 가서 단둘이 마주하고 앉았다.

"대리님 자꾸 우리 직원들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혀요. 욕도하고요. 우리 집 창문으로 돌을 던지기도 해요."

무슨 말인가 하고 가만히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직원들을 피해 자주 가는 영주 부석사까지 도망쳤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직원 둘이 쫓아왔더라고요."


"그래서 뭐랍디까"

"욕하고 돌팔매질을 했어요. 이대로는 못 살겠어요. 내가 그만두고 떠나든지 아니면 그들이 떠나든지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해요."

"그래 그 직원들은 도대체 누굽니까?"

"이 oo 계장과 박 oo 과장 두 사람이 특히 그럽니다."

"그럼 토요일 쉬는 날에 영주 거기까지 쫓아 따라갔던 사람들도 이 두 사람인가요?"

"네 맞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을 불러서 자초지종 왜 그랬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크게 혼을 낼게요."

"네 대리님 밤에 편하게 잠 좀 자게 해 주세요. 무서워서 못살겠어요."


손을 잡아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김 주임을 돌려보냈다


거론되었던 당사자 두 명을 즉시 불러 올렸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웬일인가 하고 2층 총무팀으로 올라왔다. 커피 한잔씩을 따라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아니 토요일 남들은 가족 데리고 외식을 한다 놀러를 간다 하는데 두 사람은 도대체 뭐 때문에 지난 토요일에 김주임을 쫓아 영주 부석사까지 따라간단 말예욧."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은 그런 일이 절대로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특히 박 과장은 "토요일 부친 제사가 있어 창원에 갔는데 내가 어떻게 영주에 있었다는 건지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참" 하면서 황당해했다.

"밤에도 두 사람이 수시로 김주임 집으로 찾아가 몰래 숨어서 욕하고 돌 던졌다면서요."

"아니 누가 그래요."

"아니 누가 그러든 간에 두 사람은 그렇게 한 사실이 없단 말이죠?"

"맹세할게요"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주임은 우리 사무실에서 총무팀 소속으로 지하 보일러실 물탱크 청소 전기 소방안전을 담당하는 직원이다. 나이 사십이 다가오는데 아버지와 작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고 대구에 있는 유명한 모 공고 출신이다. 유명하다는 것은 전직 모대통령이 그 학교 출신이라 그렇다는 것이고 이 직원은 학교 이야기를 할 경우에는 항상 대통령을 선배로서 대접하며 깍듯하게 '각하'라는 호칭을 붙이곤 했다. 그런데 나이 사십 즈음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근무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되었다. 퇴직을 권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하고 상담을 했던 다음날부터 김주임이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본인은 통화가 되지 않아 부친과 통화를 했지만 아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찾아간 일로 오히려 무서움을 더 키울 뿐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미사용 휴가일수를 출근처리까지 하면서 그가 다시 사무실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연락도 없이 계속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일정기간 무단으로 출근을 하지 못할 경우 자동 퇴직처리되는 사내 절차를 밟아 결국 김주임을 우리들 곁에서 떠나보내게 되었다.


김주임이 없으니 그가 평상시에 하던 모든 일이 다음 후임자 채용할 때까지 내 업무가 되었다. 기획 결산 경리 등 일이 많았는데 이 업무가 겹치니 내게도 부하가 걸렸다. 신경질적이고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김주임의 후임은 한 달이 지나도록 정해지지 않았다. 비용정리하는 가운데 상하수도 사용료가 전월에 비해 10배나 오른 고지서를 받고서 시청 담당자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몰아붙이며 따지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매월 5~6만 원 나가던 사용료가 무려 75만 원이나 고지 청구된 것이었다.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되느냐고 한 번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을 보고 볶듯이 따지고 들었다. 갑자기 많이 청구된 데 대해 해당 공무원도 미안해하며 검침 확인을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검침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무원의 행정착오는 한 군데도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여겼다. 이유를 찾아 담당 공무원을 설득시키고 이 일을 바로 잡아야겠다며 며칠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문득 한 직원이 지나가면서 "지하실에 물이 새고 있는 것 같던데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하면서 내게 말했다. 지하실에는 어떤 물건을 옮겨놓느라 어제도 다녀왔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서 하던 일을 접어두고 지하실로 내려가 보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물탱크 쪽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느껴졌다. 서둘러 근처에 가보니 물탱크 위로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흘러넘친 물은 물탱크 아래로 지나가는 수로를 따라 쉴 새 없이 외부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김주임이 없는 사이 한달내내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물이 넘쳐 그대로 지하실 바닥에 흥건했더라면 누구라도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넘친 물이 지하실 바닥 아래로 흘러가 버리니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김주임이 근무하고 있을 때는 이 사실을 혼자만 알고 매일 물탱크 관리를 해오던 것이었다. 그는 물이 넘칠 때마다 콕크를 잠그곤 했다. 그러면 이런 일은 나에게도 미리 알려 줬어야지 이게 뭐람. 누구 책임도 아니고 우리 책임이라니 허탈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콕크가 부서질 정도로 화난 감정을 있는대로 실어 힘을 다해 강하고 세게 꼭꼭 돌려 잠겄다. 소 잃고 외양간을 아무리 고쳐본들...


그리고 다음날 납기일마저 지났기에 과태료 요금으로 상하수도세를 죄책감을 담아 정중히 납부했다. 그리고 서둘러 김주임 후임을 뽑았다.


그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김주임 근황이 궁금하다. 건강을 되찾아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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