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상

마샬 엠버튼 투

by 장현수

딱히 병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기검진 목적으로 6개월전에 예약을 해 둔 것이었다. 시간맞춰 광화문에 있는 그 곳 병원으로 갔다. 순조롭게 여러 검사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즉 담당의사의 소견을 듣는 절차만 남았다. 대기순번이 길었다. 30분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리를 찾아 기다렸다.


그러나 한시간이 지나도록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차례가 한참이나 멀었다. 충분히 여유를 두고 미리 정해두었던 다음일정을 맞추기에 빠듯했다. 데스크로 갔다. 사정을 설명하고 방법을 찾았으나 나올 리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예약일자를 다시 잡았다. 이러는 동안 다음일정은 수포로 돌아갔다. 갈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단계 4군데 담당의사 소견 듣는 곳은 1군데였다. 수십명의 대기자가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병목현상이었다. 빈 손 이대로 집으로 되돌아 가야하나 싶었다.


광화문에 오면 들르고 싶은 곳이 문득 생각났다. 영풍문고 내 스피커 판매코너였다. 스피커는 어디에 쓸려냐 하면은...


시골 사과나무 돌볼 때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음악소리가 식물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여러 정보를 들어왔다. 우리 사과나무에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교보문고에도 스피커 코너가 있었다. 그러나 쉽게 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매니아용으로 비싼 가격이었다. 거기다가 중국산 표시였다.

그런데 영풍문고 스피커 코너에는 2~3만원대였다. 품목 디자인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이 곳 제품을 하나 사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다시와보니 활용 목적에 비해 너무 싼 가격이 마음에 걸렸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 자세히 살폈다. 벽지처럼 붙여놓은 마감이 일어난 곳이 얼핏 보였다.


다시 교보문고로 발길을 돌렸다. 원하는 다양한 품목을 보는데 가격이 20만원~50만원대였다. 아까와는 달리 여기서는 반대로 가격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마감도 견고했다. 더우기 마샬은 명성이 있는 제조사다. 장식용으로도 고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번 가족들 모여 식사할 때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아빠생일 선물로 사주고 싶어했지만 말렸다.


원하는 모델로서 같은 크기 비슷한 성능인 22만원과 28만원 모델이 있었다.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둘다 블루투스 연결해서 성능비교를 했다.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둘 다 작지만 특히 음량이 탁월했다. 과수원에 가져다가 찬송가 등 음악을 틀어 놓으면 팡팡 울릴것 같았다. 꽃피우고 열매 달아 키우느라 애쓰는 사과나무들이다. 그들에게 음악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다. 과일의 품질도 향상된다고 하니.


어떤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지나다니며 굵은 작대기로 사과나무를 '툭툭' 한번씩 쳐주라고. 그렇게만 해도 사과가 잘 자란다는 거였다. 얼핏 이해되지 않았지만 잠을 깨우듯 음악을 들려줌도 '사과나무를 깨움'일까.


두 모델 중에서 그 22만원 가격표가 붙어 있는 마샬 엠버튼 투를 구입했다. 비교대상과 비슷한 성능에 가격도 저렴했다. 작은 크기라도 음량이 늘랍게도 풍부했다. 이 정도 소리이면 가까이는 물론 멀리있는 나무들조차도 귀를 쫑긋하지 않을까. 제각기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하고 궁금해 여길지도 모른다. 급기야는 소리나는 쪽으로 일제히 돌아 볼 것이다. 그리고 정적인 심심함을 벗어나 어느새 모두 동적인 유쾌한 기분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드디어 한치 망설임 없이 카드를 내밀었다. 한순간 스르륵 결제가 되고 핸드폰에 드르륵 문자도 떴다. 그리고 정품인증 바코드가 붙은 실물을 받았다. 그리고 당당히 그 곳을 나왔다.


겨울 한나절 광화문에서의 일상이다.


몸은 아직 서울인데 눈 앞엔 지천인 사과밭 들판이다. 마샬 스피커 음악소리가 들판사이로 쩡쩡 울려 퍼진다. 조바심으로 사과 농부의 마음이 벌써 쿵덕쿵덕 들뜨기 시작한다.

스피커 뒷면(앞뒷면 양면으로 소리가 퍼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