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 5

3월 하순 어느 날에

by 장현수

사과나무를 심었다. 스무그루. 묘목은 늙으신 모친과 시집간 젊은 딸이 이맘때면 해마다 싣고와서 파는 새벽장에 가서 사왔다. 품종은 예전에 아버지가 심으셨던 동북7호 부사. 부사중 제일 맛있는 사과다. 그런데 익을 때는 빨간 색이 덜난다는 평이 있기도 하다. 그런들 어떠랴. 사과가 익어 색이 잘 나면 더 좋겠지만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맛있으면 최고지.


일하다가 가시나무에 손가락이 찔렸다. 왼손으로 오른 손바닥 엄지에 박힌 가시를 뽑기가 쉽지 않았다. 혼자서는 포기했다. 그런데 이웃 M사장 부부가 이를보고 함께 애써 빼주었다. 좋은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시는 무려 3mm 정도의 길이로 박혀 있었다.


아랫집 주인이 이사 온 지 오래 되었어도 교류가 없었다. 마주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다. 마침 그 주인이 일하느라 자기집 앞마당에 나와 있길래 담너머로 내다보며 먼저 인사했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바구니에 사과를 담아 가져다 주었다. 그도 답례로 드링크 비타 500 두 병을 가져 왔다. 합치면 비타 1000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교롭게도 그는 서울 우리집 근처 화곡동에서 오래 살았다. 지금은 울산에 살고 있고 퇴직했다. 이곳은 세컨 하우스로 가끔씩 다녀가는 곳이었다.

이웃으로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소통이 없으면 서로 사이가 멀어지고 사소한 것에도 부질없는 오해가 쌓이는 법이다.


골목길을 지나가던 어떤 분이 내게 다가와 '기쁜소식' 전단지 한장을 내밀었다. 전도사님인가요 하고 물었다. 아 목사입니다하고 그분이 답했다. 교회성장과 부흥을 위한 그분의 기도응답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남쪽 시골에서 내가 사과나무를 심었다는 소식을 접한 목사님이 봄인사를 보내 왔다.

' 우와~~장로님!! 밀양은 봄이 더 일찍 찾아온것 같아요! 기도의 나무도 함께 심고 계시는 장로님 덕분에 찬양개발원 열매가 더욱 풍성하게 맺히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로님!!!'


그저께는 예전부터 우리집에서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집 뒤 담장 가에 한 그루. 산너머 언양 장에서 사 온 것이었다. 빨리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일부러 굵은 묘목으로 구했다. 심었으니 이제 곧 물이 올라 새 잎이 나고 새 줄기가 뻗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담장을 따라 일렬로 길게 퍼져 나갈 것이다. 밝은 햇살 푸른 잎사귀 사이로 망울망울 연한 포도알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때면 어느새 유월조차 훌쩍 지나가고 있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요15:5)'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채워 주시는 것 같다.


어느새 주말이 되었다. 가정을 돌보고 모(母)교회를 섬기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는 날이다. 집안을 일일이 단속한 뒤 엄마 아버지께 출타 인사를 고한다. 그리고 우리 집을 돌보시고 내가 사는 동안 이 집 가운데 늘 평안을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구하며 기도한다. 대문을 나서면서도 몇 번이나 되돌아 보게 된다. 돌아가신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부모님과 우리 사남매가 함께 단란했던 우리집에 대한 생각이 깊어서이다.

'우리집 안녕~ 갔다가 월요일에 올께~'


고양이가 출입할 정도의 틈을 남겨두고 내려놓은 창고 셔트 문 아래로 노랑이와 이쁜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근심어린 눈을 하고 차를 돌리고 있는 나를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빤히 바라본다.

'노랑이 이쁜이도 안녕~ 낼모레 다시 봅시다~'

창고 문 틈으로 바라보고 있는 노랑이와 이쁜이 누나


역으로 가는 길에 시내에 있는 문중 할매 가게에 들렀다. 나와 같은 나이로 할매는 주문받은 치킨을 튀기느라 바쁜 중에도 울릉도산(産) 귀한 고로쇠 물을 한컵 가득 대접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구매해 준 사과값까지 일일이 챙겨 주었다. 오로지 감사할 따름이었다.


서울행 밤 열차 KTX에 올라 앉으니 곧바로 졸음이 밀려 왔다. 하루종일 사과나무를 심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 땅을 깊이 파고 심은 후 양동이로 일일이 물을 날라 부어 주었다. 윗쪽에서 물을 담아 아래로 내려가며 물을 날라야 하는 경사진 밭이라 힘들었다.

그래도 내일 지인 혼인잔치가 서울 시내 호텔에서 있기에. 풍성한 잔치 음식을 기대하며 그것으로 오늘 힘들었고 수고했던 나를 한 보상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3월 하순 어느 날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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