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감정(兩價感情)

어떤 대상에게 서로 대립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혼재하는 정신 상태

by 구른다

* 이 글은 영화 오펜하이머를 관람했거나 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어 본 사람에게 바칩니다.


핵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난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양가감정이란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이나 태도가 함께 존재하고 상반된 목표에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상실감, 슬픔, 혐오 등의 감정이 희망과 기쁨, 연민 등의 감정과 함께 섞여 있는 상태 혹은 상황을 나타낸다.


'웃프다'는 웃기다 + 슬프다의 합성어로 웃기면서 슬프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생활에서 많이 표현되는 양가감정의 종류 중 하나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친구의 딱한 사정을 들었을 때 마음속 깊이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순간, 둘째 방 문을 기쁘게 열고 거실로 나오며 책상 모서리에 허벅지를 부딪힌 그 순간. 우리는 그 순간 얼굴은 웃으면서 동시에 아픔과 슬픔 감정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진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양가감정은 웃음, 슬픔 이외에도 많지만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그 감정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라진 감정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지나간 과거이며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자인 오펜하이머에게 양가감정은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이와 동시에 모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상반되는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감정의 주체인 오펜하이머에게 큰 시련을 선사했다.


오펜하이머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 프린스턴 대학, 괴팅겐 대학을 거쳐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등 미국 내에서도 그는 엄청난 명성을 받았으며 수많은 국민, 과학자들에게 존경을 받아 마땅한 인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에게 '원자폭탄'이란 평생 그를 괴롭힌 또 다른 감정을 선사해 준 물건임에도 틀림없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하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그와 관련한 영상은 실시간 인기 동영상을 지배했다. 그중 짧은 그의 생전 흑백 인터뷰가 잊히지 않는다. 전체 인터뷰는 1분 가운데 단 5초, 그는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난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 오펜하이머의 표정, 눈빛 말의 억양에는 그가 살아오며 겪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Zi6_RfWVKM

그의 표정에 집중해 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