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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by 김영찬

저는 글감을 주로 출근길에 찾습니다. 하루 중 가장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시간대가 출퇴근길이더라고요. 그렇게 오늘도 주제가 떠올려봅니다.


왜 우리는 하루 8시간 일할까?


여러분들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생각조차 안 해보셨을 겁니다. 그냥 빨리 퇴근하고 싶을 뿐이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에는 모두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 이유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원리는 세상 거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죠. 이걸 알면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고, 빠르게 대응하거나 도움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상 전반적으로 은근하게 스며있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1. 근로시간이 8시간인 이유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이 생산성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다고 합니다. 줄어들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많아지면 건강을 위협한고 합니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24시간 중 8시간이면 하루의 1/3을 업무에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8시간이 아니죠. 출근 준비부터 출퇴근 시간 등 약 5시간을 더 소비해야 합니다. 그럼 온전한 내 시간은 24시간 중 11시간이 남습니다. 거기에 7시간 잔다고 해도 4시간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겁니다.


근무시간이 하루 10시간이라면요? 사람들이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을까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은 하루 2시간입니다. 3~40년 전에는 가능했죠. 당장 먹고살기 급급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돈을 더 준다고 해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의 시간이 8시간 정도인 거죠. 이 마저도 위태롭습니다.


저는 세상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정책, 근로시간 심지어 상대방의 말투, 단어 전부 다요.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그냥 받아들이고 신세한탄만 늘어놓으며 살거나, 그 원리를 이용해서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주 5일인 근무인 이유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지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인건비’입니다. 국가는 점진적으로 최저시급을 인상할 것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해고하면 됩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해고시켰다가는 고용노동부에 바로 신고 들어갑니다.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죠. 이 와중에 연차랑 복지는 늘려달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직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인 업무 성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이 말은 곧, 근로자들은 죽어난다는 소리죠. 성과는 내야 하는데 나는 하기 싫고, 책임도 지기 싫고, 그런데 돈은 더 받고 싶죠.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책임은 전가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굵직한 기업은 이미 이렇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주 7일 근무를 한다? 지출은 늘어날 것이고, 직원들의 불만도 엄청날 겁니다. 그럼 반대로 주 4일을 한다? 출근 안 해서 좋을 것 같지만, 관리자들은 고생할 겁니다. 관리자도 직원입니다. 그 아래 직원들을 가만 둘까요? 그래서 오랫동안 주 5일 근무가 바뀌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꾸면 난리 날 것이 뻔하니 관리자 본인 임기 동안은 그냥 조용히 무탈하게 넘어가길 바라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관리자도 직원입니다.


3. 국민연금이 의무인 이유

월급 급여 수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일정 부분을 국민연금공단에서 공제 후 지급됩니다. 이유를 아시나요?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인데 왜 나라에서 가져가는 걸까?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나라에 돈은 한정적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국민들이 파산하지 않으면 됩니다. 지원해야 할 사람이 없으면 됩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적금을 가입시키고, 그 적금으로 들어오는 현금을 국가기관에서 대신 투자해 수익을 내고, 퇴직 후 일정 금액으로 나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게 바로 국민연금이죠.


개인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적금을 가입하라고 권유만 하면 절대 안 합니다. 무리한 투자나, 과도한 소비로 탕진하게 되죠. 인간이라면 그렇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급여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 대신 운용해 줍니다.


4. 연말정산을 하는 이유

벌써 2024년 마지막 달이 왔습니다. 그럼 슬슬 연말정산을 생각할 때가 됐죠. 그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연말정산은 왜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겁니다. 자세히는 정확한 세금을 과세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연말정산은 소비가 적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비가 줄어들면 국가 입장에서 손해입니다. 국가는 경기를 살려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하고, 소비가 늘어나야 세금을 더 걷기 때문이죠. 그렇게 쌓인 돈으로 여러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으니까요.


4-1. 세액공제, 소득공제 해주는 이유

연말정산에서는 소득공제과 세액공제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소득공제는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액을 결정하기 위하여 총소득액에서 법으로 정하여진 금액을 빼내는 일', 세액공제는 '산출된 세액에서, 정책적으로 일정액을 공제하고 납부할 세금을 정하는 세법 규정'이라 정의합니다. 쉽게 말하면, 소득공제는 내가 번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데, 그 벌어들인 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여러 세금의 일정 금액을 감면해 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둘 다 공제이기 때문에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겁니다. 위에서는 말하기를, 국가는 세금이 많아야 여러 복지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줄여준다고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웃렛 세일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1 행사나 80% 할인, Tax Free. 소비자 입장에서 이득인 거 같습니다. 현명한 소비인 것 같죠. 하지만, 하지 않아야 할 소비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 판매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재고를 쌓아두는 것이 훨씬 손해입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겁니다. 거기에 소비가 증진되니 현금 흐름이 생겨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되죠. 최근에 본 영상 중에 관련된 영상이 있어 남겨둡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MBCentertainment'

공제도 비슷합니다. IRP 계좌, 교육비, 병원비 등 다양한 항목이 존재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어떤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사업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입니다. 그중 IRP 계좌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IRP 계좌는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조기 퇴직했을 경우 퇴직금을 바로 사용하지 않고 은퇴할 때까지 보관 운용할 수 있도록 한 퇴직 전용 계좌'입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30년 죽어라 일해 쌓인 돈인데, 이제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도 쉽게 그 돈으로 치킨집을 차립니다. 30년 동안 직장인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장님이 되어 급여 수준을 벌어들이는 건 쉽지 않죠. 30년 사업하신 분들도 매 월, 매 년 매출 고민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가게들이 망하고, 한 순간에 30년의 퇴직금이 없어지게 되죠.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꾸준한 수입이 있을 때 일정 부분을 강제로 저축하게 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세금을 공제해 주는 겁니다. 나라 입장에서는 국민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죠.


IRP 계좌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꾸준히 몇 십 년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전부 현금입니다. 가입자가 1~2명이 아니죠. 우리나라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3년 말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약건수는 556.9만 건이라고 합니다. 적림금만 무려 75.6조 원입니다. 정말 엄청난 돈이 모이지 않나요? 이 돈을 가지고 나라에서 대신 투자해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여러 복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원리를 아시겠나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어른들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신신당부한 겁니다.

퇴직연금 계약건수 / 출처 : 금융감독원 연금통계
퇴직연금 적립금 / 출처 : 금융감독원 연금통계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나요? 다른 정보를 소개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세상의 원리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이해하려 해 보세요. 어렵고 귀찮겠지만,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 위에서 말한 하루 온전히 나의 시간 5시간 동안 이런 원리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사용해 보세요. 그럼 몇 년 뒤 온전한 나의 시간은 5시간이 아니라 10시간으로 바뀔 겁니다. 저도 이걸 위해 죽어라 살고 있습니다.



몇 가지 시스템을 살펴봤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원리는 비슷하지 않나요? 삶을 살아가고, 돈을 버는 과정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이를 빠르게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겨 성공시킨 사람들이 지금의 상류층들이죠. 그들이 만들어 놓은 더 복잡하고 더 방대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세상을 보는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더 나아가 이 원리를 나한테 적용해 보세요. 우리가 선망하는 사람들이 했던 대로 따라 해 보세요. 그럼 현재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세요. 장담합니다. 몇 년 뒤 엄청나게 발전한 나를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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